뭉클하다… 한국에 진 대만 선수가 애국가 울리자 보인 '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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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울려 퍼지자 스스로 모자 벗어… 승패 넘어선 '스포츠맨십'에 현장 감동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의 김종호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대만의 창청웨이(22)가 시상식에서 보여준 매너 있는 행동으로 현지 및 스포츠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신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상대 선수의 국가가 연주되자 착용하고 있던 모자를 벗어 깊은 예의를 표했다.

대한민국 김종호(가운데)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김종호(가운데)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창청웨이는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시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개최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김종호에게 145-149로 패하며 은메달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창청웨이는 결승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토너먼트를 거쳤다. 8강전에서는 중국의 류진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인 끝에 144-143, 단 1점 차로 제압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펼쳐진 4강 준결승전에서도 베트남의 당꽁득과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145-144로 1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 경기 연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1점 차 승부를 이겨내고 최종 결승 사대에 섰으나 결승전에서 150점 만점 중 149점이라는 압도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김종호의 벽을 넘지 못하며 금메달을 내주었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이번 은메달은 창청웨이 본인과 대만 양궁계 전체에 의미가 큰 성과다. 만 22세의 어린 나이인 창청웨이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항저우 대회 당시 남자 개인전 8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는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는 성장을 보였으며 자신의 국제대회 개인전 첫 메달을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장식했다. 또한 이는 대만 양궁 역사상 아시안게임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최초로 수확한 메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김종호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김종호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창청웨이의 이번 대회 행보는 한국 대표팀과의 연이 깊었다. 결승전 하루 전날 펼쳐진 남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창청웨이는 동료 천제룬, 옌쯔샹과 함께 대만 대표팀으로 출전해 한국을 234-233, 1점 차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단체전에서 창청웨이는 자신이 담당한 8발의 화살을 모두 10점 표적 중앙에 적중시키는 완벽한 사격 실력을 발휘했다.

단체전 승리 이후 하루 만에 개인전 최고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한국 선수와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됐으나 개인전 결승에서는 김종호의 안정감이 앞섰다. 1엔드에서 창청웨이가 9점 두 발을 기록하며 28점에 머무른 사이 김종호는 29점을 기록하며 기세를 잡았다. 이후 김종호는 2엔드부터 마지막 5엔드까지 단 한 발의 오차도 없이 모든 화살을 10점에 꽂아 넣으며 총점 149점이라는 기록을 완성했다. 창청웨이는 마지막 5엔드에서 30점 만점을 기록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초반 격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종료 후 창청웨이는 담담하게 결과와 패배를 받아들였다. 대만 중앙통신사(CNA)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청웨이는 경기 당시 느꼈던 중압감과 심정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사대에 올라선 이후 계속해서 몸이 떨렸다.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도자께서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과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고 나 역시 스스로 몸을 두드리며 긴장을 풀고자 시도했으나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지막 엔드에서 30점 만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친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 엔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준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이번 경기 과정을 통해 선수로서 매우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김종호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김종호가 지난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또한 한국 선수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히기도 했다. 창청웨이는 "결승전에 진출한 후 머릿속에는 오직 한국 선수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돌이켜보니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더 집중했어야 했다"고 자평했다.

결승전 패배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이어진 시상식에서 창청웨이가 보여준 행동은 승패를 뛰어넘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가 진행된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양궁장은 최고 기온이 28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특히 경기장 내에 강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 부족해 관람객은 물론 사대에 선 선수들 역시 따가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로 인해 사대에 오른 대다수 선수들이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경기에 임했다.

창청웨이 역시 모자를 쓴 채 결승 경기를 마쳤고 은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종호가 섰다. 개인전 승자에게 부여되는 규정에 따라 현장에는 대만 국가 대신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애국가 반주가 시작되자 창청웨이는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즉시 벗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모자를 움켜쥔 채 애국가가 모두 끝날 때까지 차분한 자세로 자리를 지켰다. 자신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따낸 상대 선수와 해당 국가의 국가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표한 동작이었다. 결과와 승패를 떠나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