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노, 워너와 합의하고 UMG·소니와 법정 다툼…항소법원 공정이용 불인정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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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소법원이 AI 학습 공정이용 항변 기각, 수노 상대 UMG·소니 소송에 변수
수노는 구독자 200만·ARR 3억 달러를 넘겼고 2차 소송은 6만 건 대상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AI 학습에 저작물을 쓴 행위에 대한 ‘공정이용(fair use)’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악 업계가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를 상대로 벌이는 저작권 소송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이다. 수노는 한편으로 파트너 레이블과 손잡고 사업을 키우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소니뮤직과 법정에서 맞서고 있다.
음악 전문매체 뮤직 비즈니스 월드와이드(MBW)는 이 판결을 수노 소송과 연결해 해설했다. 판결 당사자 가운데 음악 회사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와 전미음악출판협회(NMPA)가 법원에 의견서를 낸 만큼 음악 업계가 눈여겨볼 사건이다.
제3순회항소법원, 법률 검색 AI 로스의 항변 물리쳤다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은 9월 29일(현지시각) 톰슨 로이터 손을 들어줬다. 상대방인 AI 법률 검색 업체 로스 인텔리전스의 공정이용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견서는 봉인 상태로 제출됐다가 다음 날 공개됐다.
사건의 핵심은 웨스트로 헤드노트다. 판결문에 붙는 법률 쟁점의 짧은 편집 요약으로, 톰슨 로이터의 변호사 겸 편집자들이 작성한다. 로스는 이 헤드노트로 경쟁 법률 검색 엔진의 학습 데이터를 만들었다. 로스는 소송 비용을 이유로 2021년 플랫폼을 닫았다.
RIAA와 NMPA는 11월 웨스트로 쪽을 지지하는 공동 의견서를 냈다. 37쪽 분량의 이 의견서는 로스 항소심을 “연방 항소법원이 판단할 첫 기회”라고 불렀다. 상업용 AI 모델을 저작물로 학습시키는 일이 그 모델이 경쟁하는 원저작물에 대해 공정이용이 되는지 가리는 첫 사례라는 취지다.
두 단체는 AI 법률 검색 도구와 AI 생성 음악은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하급심 판결이 “저작물을 대체하며 경쟁하려고 AI를 학습시키는 일은 결코 공정이용이 될 수 없다”는 핵심 선례를 세웠다고 썼다. 의견서 각주에는 수노·유디오·앤트로픽 사건이 회원사들의 AI 소송으로 적시됐다.

로스와 수노가 같은 논리를 폈다…법원은 ‘편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MBW는 로스가 수노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가 졌다고 짚었다. 의견서는 보스턴 사건에서 수노가 낸 답변을 직접 인용했다. 수노는 복제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의 일부”이고 “그 기술의 최종 결과물 자체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로스도 학습 중 복제는 그 자체로 침해가 아닌 제품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항변했다. 세가, 코넥틱스, 구글 대 오라클 판례가 근거였다.
제3순회항소법원은 이 판례들이 ‘필수성’을 따진 사건이라고 봤다. 보호받지 못하는 기능적 코드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이 복제였다는 것이다. 로스는 그런 사정이 없었다. 누구나 복사할 수 있는 판결문 원문으로 학습용 메모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몽고메리-리브스 판사는 “필수성과 달리 편의는 복제의 정당화 사유가 아니다”라고 썼다.
재판부는 로스와 웨스트로 측이 같은 자료를 같은 목적에 썼다고도 판단했다. 판결문은 로스의 헤드노트 사용이 웨스트로 측과 “궁극적 목적이 같아 기껏해야 최소한의 변형적 이용에 그친다”고 밝혔다. 변형적 이용은 원작과 다른 목적이나 성격으로 쓴 경우를 말하며, 공정이용 판단의 핵심 요소다.
수노 측 변호인단이 비교를 깨뜨리려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고 MBW는 설명했다. 로스에게는 저작권 없는 판결문 약 1,000만 건이 있었다. 법원은 로스가 헤드노트를 고른 이유가 더 쉬워서였다고 봤다. 저작권 없는 음원 아카이브는 그런 규모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노는 로스가 주장하지 못한 필수성을 내세울 여지가 있다는 해설이다.
라이선스 시장은 ‘미리 열린 적 없어도’ 존재한다
공정이용 4번째 요소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로스는 웨스트로 헤드노트에는 침해할 파생 시장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반대로 판단했다. 판결문은 “AI 학습용 텍스트로서 헤드노트를 라이선싱하는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증거가 보여준다”고 적었다. 이어 “톰슨 로이터가 헤드노트를 다른 곳에 라이선스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럴 시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RIAA와 NMPA는 음악 계약으로 같은 논점을 폈다. AI 기업과 음악 업계의 라이선스 계약이 늘어나는 현상이 “AI 피고들이 법정에서는 외면하면서 시장에서는 구애하는 중요한 라이선스 시장의 전조”라는 주장이다.
수노의 사업 행보와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수노는 11월 워너뮤직그룹과 소송을 합의로 끝냈다. 이후 8월에는 BMG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9월에는 비리브와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다. 소스에 따르면 수노는 9월 9일 이 세 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v6 모델 묶음을 내놓으면서 기존 레거시 모델을 퇴역시켰다.
헤드노트 1건이 1개 저작물…수노 2차 소송의 배상액 계산
MBW가 가장 무게를 둔 대목은 손해배상이다. 법원은 헤드노트가 저작권을 가질 만큼 독창적인지부터 판단했다. 결론은 그렇다였다. 법원은 헤드노트를 보호하면 웨스트로 측이 법 자체를 독점하게 된다는 로스의 주장과 합체 원칙 적용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판결문은 법원 판결 자체는 “모든 이에게 자유롭게 공표된다”고 못 박았다.
음원은 저작권 대상이라는 점이 분명해 이 쟁점이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각주 10에서 재판부는 헤드노트 하나하나가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확인했다. 판결문은 “가져간 헤드노트마다 로스는 저작물 하나를 통째로 복제했다”고 썼다.
법정손해배상은 침해된 저작물 하나마다 계산된다. UMG와 소니의 두 번째 수노 소송은 음원 6만 202건을 문제 삼았다. 저작물당 법정 최고액인 15만 달러를 적용하면 이론상 상한은 두 번째 소송만으로 90억 달러를 조금 넘는다. 어디까지나 이론적 상한이며 실제 배상액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판결은 로스의 악의 정황도 기록했다. 각주 9에 따르면 로스는 약관 위반 통지를 받고도 로펌 투자자 자격 증명으로 웨스트로에 접근하려 했다. 직원 한 명은 개인 변호사를 가장해 계정을 문의했다. 다른 직원은 경쟁사 소속임을 숨기고 학생 계정을 썼다.
몸집 키우는 수노와 소송을 택한 두 레이블
수노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미키 슐먼은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콘퍼런스(로스앤젤레스)에서 회사 성장세를 밝혔다. 정확한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2월에 공개한 유료 구독자 200만 명과 연간 반복 매출 3억 달러를 이미 크게 넘어섰다고 확인했다.
수노는 지난해 11월 시리즈 C에 이어 6월 시리즈 D에서 4억 달러(약 5,400억 원, 1달러 1,349원 기준)를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54억 달러(약 7조 2,8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슐먼은 이 플랫폼이 이용자를 수동적 음악 소비에서 끌어내는 창작 도구라고 설명했다. 참여 아티스트의 음악을 리믹스·커버하거나 함께 만들 수 있게 해 업계 전반의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면 UMG와 소니뮤직은 합의 대신 소송을 택했다. 두 레이블은 9월 18일 두 번째 소송을 내고 수노가 6만 건이 넘는 저작권 음원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법적 결론은 정해지지 않았고, 소송 결과가 향후 라이선스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소스도 짚는다.
AI 음악 표기 규제를 묻는 질문에 슐먼은 엄격한 업계 지침이 없는 현 상황이 기술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낫다고 답했다. AI 음악 분류 기준은 플랫폼·미디어 기업·권리자가 함께 만들어야 하며 한쪽이 강제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운영 경제성에 대해서는 한계비용이 극히 낮은 기존 스트리밍과 대규모 연산으로 문제를 푸는 범용 AI 기업의 중간쯤에 수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에는 단일한 정답이 없어 연산을 늘린다고 창작 품질이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