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삭제→폐지 선언…‘야차룰’ 논란 커지자 결국 사라진다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구독자 55만 유튜브 채널 삭제…오는 11일 마지막 경기
청소년 ‘야차룰’ 학폭 급증…대표 “더 이상 운영 안 한다”

맨손 격투기 단체 ‘야차클럽’이 청소년 사이에서 ‘야차룰’을 내건 폭력이 학교폭력 형태로 확산한 데 책임을 느끼고 오는 11일 대회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블랙컴뱃’은 지난 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믿을 수 없는 야차클럽의 폐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야차클럽을 운영해온 조용환 대표가 출연해 “더 이상 제가 야차클럽을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법인 격투기 대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제 모든 권한 일체를 내려놓고 맨손 격투기 대회사 운영을 그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예정된 경기는 투자자 등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야차클럽은 보호장구를 최소화한 맨손 격투를 내세운 단체다. 투기 종목 경험자가 출전하고 아이포킹과 낭심 공격 등을 금지하는 방식의 경기가 ‘야차룰’로 불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주차장이나 길거리 등 링 밖 공간에서 실제 싸움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5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야차클럽 공식 유튜브 채널이 돌연 삭제됐다.


당시 기존 채널에 접속하면 “YouTube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했기 때문에 채널이 삭제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유튜브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나 조항이 문제가 됐는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야차클럽 공식 홈페이지에 연결돼 있던 경기 영상 상당수도 이후 재생할 수 없게 됐다.


청소년 사이 번진 ‘야차룰’…“폭행 강요 영상 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채널 삭제 이후 야차클럽은 결국 운영 중단까지 결정했다. 영상에 따르면 조 대표는 폐지 이유로 ‘야차’라는 표현이 청소년 폭력에 쓰이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그는 “대회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내가 더 짜증 나고 답답하고 속상했던 건 내가 만든 두 글자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시선과 이미지”라며 직원에게서 여자 중·고등학생들이 ‘야차’를 언급하며 서로 폭행하도록 강요하는 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 여학생들이 선수냐. 그게 무슨 투기 종목 수련자냐”며 “더 이상 어린 학생들까지 ‘야차 룰’, ‘야차 경기’라는 말을 쓰는 것에 있어서 도의적인 책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야차룰은 장소나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운 뒤 서로 신고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형태로 퍼지고 있다. 싸움 전 각서를 쓰거나 휴대전화 영상으로 “동의했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힘이 센 학생이나 상급생이 싸움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겁쟁이’로 몰거나 따돌리는 식으로 참여를 압박하는 사례다. 싸움 장면을 촬영해 SNS에 퍼뜨리거나 삭제를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교육당국과 경찰도 ‘야차룰’을 신종 학교폭력으로 보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학폭 심의 107건→223건…1년 만에 두 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관련 학교폭력 심의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야차룰 등 신종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관련 심의 건수는 2024학년도 107건에서 2025학년도 223건으로 108.4% 증가했다.


2026학년도에는 3~8월 6개월 동안 160건이 심의됐다. 이 가운데 106건(66.3%)이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피해 학생 243명 가운데 173명(71.2%)도 중학생이었다.


피해 학생은 2024학년도 148명에서 2025학년도 293명으로 늘었고 가해 학생은 같은 기간 252명에서 56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3~8월에는 피해 학생 243명, 가해 학생 420명이 집계됐다. 올해 수치는 6개월간 집계된 결과다.


교육부의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2.9%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피해 유형 가운데 신체폭력 비중은 15.7%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지하주차장·공원서 맨몸 싸움…주변에선 촬영


실제 학생들이 야차룰을 내세워 싸우는 사건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 동구에서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1대 1로 싸우기 위해 만났다가 주변에 있던 중학생까지 가세하면서 난투극으로 번졌다. 한 학생은 머리를 발로 맞아 얼굴에 피가 흐르는 상태였지만 주변 학생들은 이를 말리지 않고 영상을 촬영하며 싸움을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격투기 기술인 ‘초크’를 하다가 한 학생이 의식을 잃어 구급차가 출동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후 각 학교에 ‘신종 학교폭력(스파링·야차룰) 관련 예방 안내’ 공문을 보내 예방교육 강화를 요청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에서는 10대 청소년 두 명이 맨몸으로 맞붙었다. 주변에 있던 또래들은 “더 때려”라고 외치며 싸움을 부추겼고 해당 장면은 SNS로 퍼졌다. 경찰은 두 청소년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제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중학생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 두 명이 “깔끔하게 야차로 끝내자”며 보호장구 없이 싸운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거나 공격을 부추겼다. 경찰은 현장에 모여 분위기를 조성한 일행의 가담 여부도 조사했다.


“싸움 동의한다” 영상까지…강요·폭행 사건으로 번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싸움에 앞서 당사자끼리 합의했다는 형식을 갖추는 사례도 있다. 부산에서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여중생을 골목으로 불러낸 뒤 15명의 일행을 대동해 위력을 과시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은 피해 학생에게 “싸움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검찰은 누락된 녹음파일 등을 확보해 보완수사를 벌인 뒤 10대 3명을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광주에서는 피해 학생이 거부했는데도 글러브를 강제로 끼우고 스파링을 시켜 고막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 학생은 약 두 달간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싫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파트 놀이터에서 야차룰 싸움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는 20대 여성 A 씨가 10대 여성 2명과 연달아 맨몸으로 싸운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10대 여성들이 모두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강요로 맞붙은 정황이 파악됐다.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즉시 신고하지 않고 약 2시간 동안 말을 맞춘 사실도 조사됐다. 경찰은 싸움을 강요한 20대 남녀를 공동강요 혐의로 구속하고 폭행에 가담한 10대들을 폭행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싸움 영상 팔아 돈벌이…SNS·텔레그램서 재유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야차룰 영상이 온라인에서 거래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싸움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리거나 영상을 삭제해주는 조건으로 피해 학생에게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텔레그램과 X 등 익명성이 강한 플랫폼에서는 청소년들의 싸움 영상을 사고파는 대화방까지 생겨났으며 일부 영상은 건당 수천원, 여러 영상을 묶은 형태로는 최대 5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붙이거나 학생들의 승패를 두고 돈을 거는 사례, 싸움 영상을 올려 팔로어를 모은 SNS 계정을 되파는 행태도 전해졌다.


합의해도 처벌 가능…학폭 조치·형사책임까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학생들끼리 미리 싸움에 합의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고 해도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직접 상대방을 때린 학생은 폭행·상해 혐의로 수사를 받을 수 있고, 싸움을 강요하거나 부추긴 학생도 행위에 따라 강요 또는 폭행 교사·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싸움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퍼뜨리거나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 역시 별도의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형사절차와 별개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도 받을 수 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와 접촉·협박·보복 금지부터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무교육 과정이 아닌 학생은 사안이 무거울 경우 퇴학처분도 가능하다. 피해학생이나 신고자를 상대로 보복한 경우에는 출석정지부터 전학·퇴학까지의 조치를 함께 부과하거나 기존 조치를 무겁게 할 수도 있다.


야차클럽은 마지막 대회를 끝으로 사라지지만 ‘야차룰’이라는 이름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 깊숙이 퍼진 상태다. 단체 하나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맨몸 싸움을 놀이처럼 소비하고 이를 촬영해 퍼뜨리는 문화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관련 학교폭력 심의 건수도 늘고 있는 만큼 ‘야차’라는 이름이 사라진 뒤에도 비슷한 형태의 폭력이 다른 이름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