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예산'으로 영화 암살자(들) 단체 관람한 육군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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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 영화, 정치권 갈등으로 번지다
육군 제35보병사단 소속 장병 61명이 최근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을 단체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해당 관람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부대 자체 계획에 따른 문화 활동이었으며, 단체 영화 관람 작품을 선정하는 별도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6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에 있는 35사단 정보통신대대 소속 장병 등 61명은 지난달 23일 전북 임실의 한 영화관에서 ‘암살자(들)’을 관람했다.
해당 부대 전체 인원은 99명으로, 관람 인원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장병들은 한꺼번에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28명과 33명으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관람했다.

부대가 영화 관람에 사용한 예산은 모두 36만6000원이다. 영상미디어 운영비 30만원과 지휘관 운영비 6만6000원이 각각 사용됐다.
국방부는 영화 선택 과정에 별도의 정치적 판단이나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가 자체 계획에 따라 장병들의 문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영화를 관람했으며, 장병 단체 영화 관람 대상 선정과 관련한 별도 지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람은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이뤄졌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정치권의 공방이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하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으로, 개봉 이후 일부 장면과 설정을 놓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졌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충북 옥천군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영화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시도”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또 영화적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 앞에서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영화의 해외 상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영화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치권이 영화와 창작물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5일 SNS에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면서 서로 다른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52년 전 발생한 사건과 37년 전 있었던 국회 증언을 2026년 제작된 픽션 영화가 다루는 상황을 언급하며 역사에 대한 비판은 기록과 검증의 영역이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비평과 관객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유족에 대한 예의와 창작에 대한 존중, 독재에 대한 증언 역시 중요한 가치라고 적었다. 이어 “영화는 영화인에게 평가는 관객에게”라며 정치가 나서 배우까지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영화 자체를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논란은 출연 배우를 대상으로 한 움직임으로도 번졌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가 열렸고, 온라인에서는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 기업의 제품 불매나 모델 교체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지난 4일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와 벨라도 등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단독주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 및 배우들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신자유연대는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을 상대로도 계약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집회 다음 날인 5일 공식 SNS를 통해 관련 입장을 내놨다. 소속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유해진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확산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허위사실의 생성과 유포뿐 아니라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 배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명예훼손 등 일체의 행위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게시물과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확인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도 입장문이 나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9개 단체가 참여한 영화인연대는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에 대한 해석과 표현을 놓고 사회적 논쟁이 이뤄질 수 있지만,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경찰도 배우들의 신변 안전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출연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으로부터 별도의 안전 요청이 접수된 것은 없지만, 향후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 보호 조치 등 추가적인 안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 자택 앞에서 열린 집회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불법행위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 청장은 집회 상황을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파악된 불법행위는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배우에 대한 협박이나 위해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암살자(들)’은 개천절 연휴인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59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후 누적 관객 수는 241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영화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과 정치권의 공방, 출연 배우를 둘러싼 집회와 온라인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극장 관객은 계속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