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해외 영화제 개막작 선정되자 국힘이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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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에 싱가포르영화제 개막작 선정 철회 압박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이 국내를 넘어 해외 영화제 상영 문제로 번졌다.

4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3일까지 누적 관객수 204만 명을 넘겼다.  / 연합뉴스
4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3일까지 누적 관객수 204만 명을 넘겼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6일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의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선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같은 날 대구·경북(TK) 지역구 의원 20명도 별도의 공동성명을 내고 영화 상영 중단과 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철회를 정부에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점식 원내대표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제레미 추아 집행위원장에게 국문과 영문 서한을 발송했다.

정 원내대표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영화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 결정을 즉각 재고해 줄 것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의 뜻을 모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개막작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 선정에는 더욱 신중한 판단과 책임이 필요하다"며 "개막작은 단순한 상영작 한 편이 아니라 그해 영화제가 세계의 관객에게 가장 먼저 제시하는 작품이자 영화제의 가치와 문제의식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다룬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해석도 서한의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정 원내대표는 "'암살자(들)'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특히 피해자의 배우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크게 반하는 역사 왜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고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결합한다면 이는 창작의 자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논란이 작품에 대한 단순한 평가 차원을 넘어섰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과 영화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창작의 자유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의 자유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을 왜곡한 '암살자(들)'에 개막작이라는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가치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TK 의원 20명도 이날 국회에서 영화 제작사를 겨냥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작사는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영화 상영을 즉각 중단하라"며 "정부는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의 '암살자(들)' 개막작 선정에 대해 즉각 철회 요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국제 영화제 상영이 작품 속 역사 해석을 해외 관객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의원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왜곡한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 국제사회에 잘못된 역사 인식이 확산할 수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국내 여러 논란들

국내에서는 영화 관련 굿즈를 둘러싼 논란도 정치권의 비판 대상이 됐다. 메가박스가 배포한 오리지널 티켓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당시 기념식장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총탄 자국이 표시된 투명판을 겹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투명판을 포개면 탄흔이 연단과 좌석, 태극기 등에 겹쳐 보이는 형태였다.

역사적 비극을 기념품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메가박스는 사과하고 남은 티켓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이들은 "일정이 촉박해 담당자들이 영화를 미리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배급·제작사로부터 제공받은 제한된 이미지로 제작했다"는 해명도 내놨다.

또한 "향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활용한 굿즈 제작 과정에서 사회적·윤리적 영향을 검토하는 내부 절차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영화 '암살자(들)' / 뉴스1
영화 '암살자(들)' / 뉴스1

TK 의원들은 이른바 '탄흔 티켓 굿즈'와 관련해 배급사와 상영관의 사과도 요구했다. 영화 제작 과정과 공공기관 투자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도 정부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모태펀드의 영화 투자액 중 24억원은 민주당 관련 인물이 대표를 맡고 있는 3개 투자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투자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출연 배우인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오프라인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앞서 4일에는 보수 성향 단체 신자유연대와 벨라도 등이 서울 성북구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곳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벨라도 측은 유해진의 '우파 영화' 출연도 요구했으며,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을 상대로 계약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현장에 기동대 2개 부대와 대화·교통 경찰을 배치했다.

이에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정례 간담회에서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일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쪽에서 요청이 온 건 없다"면서도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 보호 등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