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옆 '비상가방'에 2~3일분 물·식량 채워보세요, 반년마다 점검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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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용 2~3일분 가방과 집 비축분을 나누는 법
물·약·전원·서류 준비물과 현관 보관·반년 점검 루틴

가을이 깊어가도 정전과 단수, 지진 같은 재난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비상가방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고 생수 몇 병과 손전등을 신발장 구석에 넣어둔 채 그대로 방치하기 쉽다. 물건을 사 모으는 일보다 무엇을 얼마나, 어디에 두느냐를 정해두는 일이 비상가방의 절반이다.
비상용품을 가방 하나에 몰아넣으면 들고 나갈 수가 없다
모든 물건을 한곳에 모으면 든든해 보이지만 정작 대피할 때는 짊어질 수 있는 양이 한계다. 그래서 준비는 두 겹으로 나눈다. 하나는 급히 집을 떠날 때 바로 메고 나갈 작은 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 머물며 버틸 때 꺼내 쓰는 가정 비축분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은 긴급 대피용 생존배낭을 2~3일분으로, 장기 비상 대비는 30일분 비축으로 안내한다. 미국 적십자사도 구조가 같아서 물과 식량을 대피용 3일분, 집에 두는 2주분으로 나눈다. 가방은 가볍고 빠르게, 비축분은 넉넉하고 안정적으로 갖추는 것이 기본 설계다.
물건 목록만큼 중요한 것이 가족 약속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은 비상용품과 식수·식량을 미리 준비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족 연락 방법과 대피계획까지 점검하도록 안내한다. 누가 가방을 들고 나갈지, 흩어졌을 때 어디서 만날지를 한 장에 적어 가방에 함께 넣어두면 준비가 비로소 완성된다.

물은 1인 하루 3.8L 기준이라 가방에는 일부만 담는다
미국 적십자사는 물을 1인당 하루 약 3.8리터, 약 3.8L로 잡는다. 이 수치는 미국 기준이므로 국내에서는 참고용으로 삼으면 된다. 3일분이면 한 사람 몫이 약 11L이고, 4인 가족이면 약 45L가 된다. 기자가 3.8L에 3일과 인원수를 곱해 계산한 값이다.
물 1L의 무게가 약 1kg이니 한 사람 몫만 해도 11kg 남짓이다. 어린이나 고령자가 메고 걸어야 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무게다. 가방은 가장 약한 가족이 들 수 있는 무게에 맞춰야 하므로, 가방에는 작은 병이나 파우치 형태의 물을 들 수 있는 만큼만 넣는다. 나머지 물은 집 비축분으로 현관 근처 수납장에 따로 쌓아둔다.
식량은 불이나 전기 없이 바로 먹을 수 있고 상온에서 상하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정전이 되면 전자레인지와 인덕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통조림을 넣는다면 뚜껑 따개가 없는 제품에 대비해 수동 캔따개를 함께 챙긴다. 식량도 3일분은 가방에, 길게 버틸 분량은 집 비축분에 나눠 둔다.

약은 목록과 함께 챙기고 가족마다 다른 물건을 더한다
가방에 들어갈 기본 품목은 응급처치 키트, 마스크, 장갑, 위생용품이다. 복용 중인 약은 7일분을 넣는다. 약 이름과 용량, 복용 시간을 적은 목록도 사본으로 챙긴다. 대피소에서 처방을 받거나 의료진에게 상태를 설명해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약 7일분을 확보하는 방법은 병원이나 약국과 상의해 처방 일정에 맞춘다.
가족 구성에 따라 더해야 할 물건이 다르다. 영유아가 있다면 젖병, 분유, 이유식, 기저귀를 넣는다. 고령자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보청기와 여분 건전지가 필요하다. 아이가 있으면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놀거리도 한두 가지 챙긴다. 대피소에서 오래 기다릴 때 아이를 달래는 데 쓸모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목줄, 이름표, 사료, 이동장, 밥그릇을 따로 묶어둔다. 사람 물건과 섞이면 급할 때 찾기 어려우니 지퍼백이나 작은 파우치로 구분한다. 서류와 약은 물에 젖지 않도록 방수 지퍼백에 넣는 습관을 들이면 한층 안전하다.
정전과 통신 혼잡에 대비해 불·전원·종이를 챙긴다
재난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이 전기와 통신이다. 손전등과 여분 건전지는 기본이고, 건전지나 손으로 돌려 충전하는 소형 라디오가 있으면 휴대전화가 꺼져도 재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호루라기는 건물 안에 갇혔을 때 위치를 알리는 데 쓰고, 어두운 길을 걸을 때를 위해 튼튼한 신발도 가방 옆에 둔다.
전원은 휴대전화 하나, 충전선 하나에 의지하지 않는다.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넣었다면 케이블도 여분으로 챙기고, 점검할 때마다 보조배터리가 방전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보조배터리는 열에 약하니 직사광선이 드는 곳을 피한다.
통신망이 몰려 먹통이 될 때를 대비해 가족 연락처는 종이에 인쇄해 가방에 넣는다. 번호를 외우지 않는 요즘은 휴대전화가 꺼지면 가족 번호를 떠올리기 어렵다. 소액권 위주의 현금도 필요하다. 전산이 멈추면 카드 결제가 안 될 수 있다.
중요한 문서는 사본으로 챙긴다. 신분증과 여권,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임대차계약서나 등기 관련 문서, 보험증권의 사본이 해당한다. 원본을 들고 나가다 잃어버리는 것보다 사본을 지퍼백에 담아 두는 편이 낫다.

현관 가까이에 두되 대피로는 막지 않는다
가방은 열고 닫기 쉬운 현관 근처에 둔다. 신발장 위쪽 칸이나 현관 옆 수납장 아래 칸처럼 눈에 띄지만 문 앞 동선을 막지 않는 곳이 알맞다. 아파트라면 복도나 계단 같은 공용 공간에는 절대 두지 않는다. 피난로를 막는 순간 비상가방이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된다.
물과 식량은 열과 화학물질을 피해야 한다. 햇볕이 드는 베란다나 보일러실 옆 같은 열기 있는 자리, 세제와 락스 곁은 좋지 않다. 가족 모두가 가방의 위치를 알아야 하므로, 신발과 호루라기, 소형 라디오는 누구든 바로 찾을 수 있는 자리에 같이 둔다. 아이와 고령자도 열 수 있는 지퍼 형태가 편하다.

반년에 한 번 열어보고 돌려 쓰는 루틴이 비상가방을 살린다
비상가방은 한 번 싸면 끝나는 영구 보관함이 아니다. 유통기한과 약 상태는 최소 1년에 두 번 점검한다. 봄과 가을 대청소를 하는 날로 정해두면 잊지 않는다. 임박한 식량은 평소 식사나 간식으로 먼저 먹고 새것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돌려 쓴다.
복용하는 약이 바뀌었을 때, 이사했을 때, 가족이 늘었을 때도 목록을 새로 맞춘다. 신생아가 생기면 기저귀와 분유가 추가되고, 이사하면 대피소 위치와 주소 서류가 달라진다. 점검 때는 가방을 직접 메어 보고, 가장 약한 가족이 들고 걸을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챙겨둘 원칙은 행동 수칙이다. 재난이 닥치면 공식 경보와 안내를 따르고, 물건을 가지러 위험한 건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가방은 나갈 때 바로 들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며, 가방이 준비돼 있다면 서둘러 챙길 것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