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은 울고 김민재는 화내고…모레노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의미심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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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59호골, 차범근 기록 경신...모레노호의 팀워크 철학
개인 성과보다 팀 우선, 모레노 감독이 강조한 대표팀의 원칙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10월 A매치 4연전을 마치며 선수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한국은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6분 손흥민이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5분 오세훈이 송민규의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이 골로 A매치 59호 골을 기록하며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오세훈에게는 약 2년 만의 A매치 득점이었다.
모레노호는 이번 9~10월 A매치 4경기를 2승1무1패로 마쳤다. 첫 경기 에콰도르전에서 3-0으로 승리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패했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비겼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4연전을 마무리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뒤 상대의 조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대표팀이 추구한 방향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상대가 조직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면서 "4연전을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잘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격과 수비를 함께하고 힘든 순간을 같이 이겨내는 능력이 잘 나왔다.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어려움을 이겨낸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팀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들도 잘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함께 움직이며 위기를 넘긴 점을 대표팀이 지향하는 팀워크의 사례로 꼽았다.
모레노 감독은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대표팀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신이 대표팀의 발전 과정을 건물을 짓는 과정에 비유했던 그는 현재의 완성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 6층짜리는 너무 낮은 건물이다. 더 높은 빌딩을 원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한 경기를 이기면 한 층을 쌓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결과가 좋지 않다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대표팀의 철학과 원칙이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의 철학이 정립돼야 한다. 원칙은 확실하게 세우고 있다"며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있는 사람이다. 이기는 축구와 이기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심에는 선수단의 관계와 역할이 있다. 모레노 감독은 "어느 선수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면서 "개인의 성과나 목표를 팀의 목표와 성과보다 뒤에 둬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바라보며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베네수엘라전 직후 대표팀 내부에서 나온 발언과도 맞물린다. 당시 김민재는 교체 직후 축구화를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경기 후 그는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문제를 지적하며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황인범도 "우리를 도와줄 분들이 안 계신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4연전이 끝난 직후 '은퇴 소동'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 경기 직후 황인범은 그라운드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으며, 선수들이 위로해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게다가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로 이루어진 96년생 동갑내기 라인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오보로 확인됐지만, 이날 밤 이들은 KFA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나눠 어떤 고민을 안고 있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선수 선발에서도 경쟁을 예고했다. 모레노 감독은 "다음 소집 전까지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이 중요하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표팀에 왔을 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선수들도 이를 인지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상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아직 깊게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코치진과 더 분석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직접 경기도 볼 계획"이라며 "선수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대표팀의 문은 열려 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을 통해 어떤 선수도 자신이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라고 안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축하를 보냈다.
그는 "아시안게임 선수단에도 축하를 전한다. 일본 원정에서 좋지 않은 그라운드 상태를 이겨내고 우승한 것은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술 운용에서는 특정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모레노 감독은 4-4-2를 주로 활용했지만, 시스템 자체보다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추구했던 부분이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며 "선수들을 분석해 보니 윙어와 라인 사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 공격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들에게 맞춰 게임 모델을 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와 우리 선수들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기마다 상황과 변수가 발생한다. 선수들이 이를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간다면 상대에 따라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4-4-2를 유지하더라도 경기 상황과 선수 구성에 따라 전술적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실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승리했지만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상대에게 밀리며 전술적 보완점도 드러났다.
이강인의 상태도 언급했다. 전반을 마친 이강인은 발목 불편함으로 교체됐고, 모레노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표팀과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라며 "본인도 노력했지만 발목에 불편함이 생겨 경기장을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스페인 최고 수준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를 보유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면서 "잘하는 선수일수록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도 잘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면 대표팀이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우즈베키스탄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최대한 컨트롤하고, 한국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을 주문했다. 전, 후반 상당히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다만, 강한 팀을 상대로는 작은 실수가 승부를 가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대표팀의 다음 시험대는 11월 A매치다. 한국은 11월 원정 2연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대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남은 기간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력을 지켜보며 다음 소집 명단을 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