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병문안 했지만...'지뢰 부상 군인' 간병인 지원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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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 폭발 부상 장병, 지원 제도의 공백

이재명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장병들에게 치료와 재활은 물론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예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부상 장병 가족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 간병인 비용은 현행 제도상 군병원 입원 기간에 지원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경제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은 장병들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의 고충을 들은 이 대통령은 “부상 장병들과 가족이 걱정하지 않도록 치료와 재활은 물론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예우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군 관계자들에게 작전 중 부상에 대한 합당한 보상 여부를 확인하면서 부상자에 대한 예우가 군 사기와 직결되는 만큼 지원 방안을 반드시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한 뒤 그 결과를 가족들에게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지뢰 탐지 시범 보이는 육군 25사단 장병들 / 뉴스1
지뢰 탐지 시범 보이는 육군 25사단 장병들 / 뉴스1

하지만 이후 관련 제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군병원에 입원한 전·공상 장병의 간병비를 지원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확인됐다. 민간병원에 입원한 전·공상 군 간부에게는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군보건의료기관에 입원한 경우에는 같은 방식의 지원이 제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크게 다친 장병들은 장기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간병 문제가 가족들의 현실적인 부담으로 떠올랐다. 부상 정도가 심할수록 식사와 이동, 위생관리 등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가족이 계속 병원에 머물며 간병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서는 개인 간병인의 하루 고용비가 10만1207원으로 조사됐다. 당시 금액을 30일로 계산하면 한 달 약 303만6210원이다.

현재 간병비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2026년 기준 상주 간병인의 비용은 하루 15만원 안팎, 한 달로 환산하면 약 450만원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병비만으로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비용이 일반적인 병원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치료비와 재활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하거나 관련 보상체계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지만, 환자 곁에서 지속적으로 생활을 돕는 간병인 비용은 별도의 지원 기준이 적용된다.

군보건의료기관은 일반 민간 의료기관과도 제도상 구분된다. 현행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군병원과 의무대 등 국방부와 각 군 소속 보건의료기관을 군보건의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반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역시 군보건의료기관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의료기관을 규정하면서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상 군보건의료기관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병원에 입원한 전·공상 장병이 민간병원 입원 환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간병비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부상을 입은 장병에게 치료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장기간 일상생활을 보조할 인력을 지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뢰 폭발 사고는 이 같은 제도적 차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지난 9월 21일 경기 파주시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던 장병들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을 겪으면서 수색대대장과 공병 중사가 중상을 입었고 다른 장병 1명도 다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당시 작전에는 간부 15명과 병사 3명 등 모두 18명이 투입됐다. 수색대는 유엔군사령부의 현장조사를 앞두고 조사 지점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폭발은 두 차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전 참가자들의 초기 진술에 따르면 선두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공병 중사가 먼저 폭발로 다쳤고, 이후 수색대대장이 부상자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다시 폭발이 발생했다.

수색대대장은 두 번째 폭발로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공병 중사 역시 골절 등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장병 1명도 경상을 입었다. 부상이 심한 장병들은 DMZ 내부에서 헬기의 호이스트를 이용해 긴급 후송됐다.

이후 군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30일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적인 수색작전 중 북한군 지뢰에 의해 장병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군은 북한의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활동을 중단하고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 역시 사고 다음 날인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협조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고 이후 관심은 폭발 원인뿐 아니라 부상 장병들이 치료와 재활을 거쳐 이후 어떤 방식으로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로 확대됐다. 이 대통령이 국군수도병원에서 가족들에게 군 생활 지속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우선 법과 제도의 공백 때문에 발생하는 간병비 부담을 그대로 두지 않기로 했다.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내외 지원수단을 활용해 즉각적인 간병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내부 규정을 개정해 군보건의료기관에서도 전·공상을 입은 간부가 입원했을 때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장의 지원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 이번 사고로 발생한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강신철 국방부장관, 진영승 합참의장 / 뉴스1
강신철 국방부장관, 진영승 합참의장 / 뉴스1

육군본부도 별도의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김규하 육군총장의 지시에 따라 부상 간부들의 충분한 보상과 예우를 위한 지원TF를 신설하고 치료와 재활뿐 아니라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TF에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와 정보작전참모부 등이 참여한다. 부상 장병들이 치료 이후에도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번 문제에서 간병비가 별도로 주목받는 이유는 부상 장병이 회복하는 동안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직접 간병하면 생업을 중단하거나 병원에 장기간 머물러야 하고, 전문 간병인을 고용하면 매달 수백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부상 간부들의 치료와 재활 등을 지원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군보건의료기관 입원 시 간병인 비용을 지원하기 어려운 현행 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 부상자 보상에서 치료비와 재활비뿐 아니라 장기간 발생하는 간병 부담까지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질 것인지가 제도 개선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