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노벨화학상 앙리 카강, 소아이 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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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상 분자의 선택, 100년 화학 미스터리 풀렸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비대칭 유기합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선형 효과와 자가촉매 작용을 밝혀낸 프랑스와 일본의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두 연구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들이 왜 한쪽 방향의 구조만 선택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11대학교 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교수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 이유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가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다. 이들의 연구는 화학반응에서 아주 작은 차이가 어떻게 증폭돼 특정한 분자 구조가 우세하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연구를 이해하려면 ‘카이랄성’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카이랄성은 어떤 분자와 그 거울상 분자가 서로 겹쳐지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생김새가 서로 거울상 관계에 있지만 아무리 돌려도 완전히 겹칠 수 없는 구조다.

분자에도 이런 왼손형과 오른손형이 존재한다. 화학에서는 이를 각각 서로 다른 입체구조를 가진 분자로 구분한다. 겉보기에는 거의 같은 물질처럼 보여도 생체 안에서는 두 구조가 전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약품이다. 특정 약물의 한쪽 구조는 원하는 치료 효과를 내지만 거울상 구조는 효과가 없거나 다른 생리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화학자들은 원하는 한쪽 구조의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들어내는 ‘비대칭 유기합성’을 중요하게 다뤄왔다.
그런데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나 DNA와 RNA를 구성하는 당 등은 자연계에서 특정한 방향의 구조가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마치 생명체가 수많은 거울상 분자 가운데 한쪽만 선택해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이를 ‘동형 카이랄성’이라고 한다. 동형 카이랄성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특정한 한쪽 방향성을 일관되게 갖는 현상을 의미한다. 자연계의 아미노산은 대부분 한쪽 카이랄 구조를 사용하고, 핵산을 이루는 당 역시 특정 방향의 구조를 갖는다.
문제는 이런 한쪽 방향성이 처음부터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는 점이었다. 화학반응이 아무런 방향성을 갖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왼손형과 오른손형 분자가 비슷한 비율로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쪽 구조가 조금 더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차이가 어떻게 계속 확대됐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였다.
노벨 화학위원회는 두 연구자의 발견이 바로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이너 린케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장은 두 수상자가 동형 카이랄성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지라는 100년 넘게 이어진 화학적 미스터리에 해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에는 ‘자가촉매’와 ‘비선형 효과’가 있다. 자가촉매는 화학반응의 생성물이 다시 그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했던 것이 반응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강화하면서 훨씬 큰 차이로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화학반응에서 왼손형 분자가 오른손형보다 아주 조금 많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면, 그 차이가 다음 반응에서 다시 왼손형의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처음의 작은 차이가 점점 커지면서 한쪽 구조가 압도적으로 많아질 수 있다.
이런 비선형적인 증폭 과정은 단순히 ‘처음부터 한쪽 분자가 더 많이 있었다’는 설명과 다르다. 작은 불균형이 화학반응 자체를 통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체의 분자들이 특정한 방향성을 갖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형 카이랄성은 생명의 기원과도 연결되는 연구 주제다. 생명체가 등장하기 이전의 화학적 환경에서 어떻게 특정한 종류의 분자 구조가 선택되고 증폭됐는지는 생명 탄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문제다. 이번 연구는 이런 과정이 화학반응 자체의 특성으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해 왔으며, 특히 화학 분야에서 여러 차례 수상자를 냈다.
노벨상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로 우리 돈 약 16억1000만원이다. 수상자가 여러 명일 경우 상금은 수상자들에게 나눠 지급된다.
노벨화학상은 화학 분야에서 인류에 중요한 기여를 한 연구와 발견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는 특정 화학반응의 기술적 성과를 넘어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왜 한쪽 방향성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