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신체도 그대로 노출... 뚫려버린 국내 병원 CCTV, 음란사이트에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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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동선별로 치밀하게 편집된 해킹 영상 충격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urachet Jo-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urachet Jo-shutterstock.com

국내 다수의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이 해외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대거 유출돼 유통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의료기관의 환자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서 국내 병원 내부 촬영본으로 추정되는 영상 80건이 무단으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해 경찰청에 공식 수사를 의뢰했다고 7일 밝혔다.

해당 유출 영상들은 산부인과를 비롯해 성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의료기관 내부를 비추고 있으며 진료를 받는 환자의 모습과 옷을 갈아입는 환복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의료기관 수술실 내 영상 기기 의무 설치가 법제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진료실과 대기실 등 규제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영상 해킹 범죄는 고도화된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허 의원실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영상 속 병원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 구조를 대조해 분석한 결과, 서울시에 위치한 특정 산부인과 한 곳에서만 무려 21건의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파악됐다.

해당 산부인과 유출 영상은 환자가 대기실에 머무는 순간부터 상담실과 초음파실을 거쳐 진료실로 이동하는 전 과정이 동선별로 치밀하게 편집돼 있었다.

심지어 의료 시술이 진행되는 장면과 환자의 신체 및 얼굴이 모자이크 등 어떠한 비식별화 조치도 없이 그대로 노출된 영상도 다수 포함됐다.

이외에도 타 병원 유출 영상에서는 환자가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는 모습이나 병실 내부에서 환자복으로 탈의하는 장면, 그리고 성형외과에서 상담과 시술을 받는 적나라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의원의 침술 치료 과정과 재활의학과의 도수치료 장면 등도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었으며 유출된 영상 화면에 표기된 녹화 일자는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로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현행 의료법 규정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민감한 영상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암호 설정과 접속기록 관리 및 접근 권한 제한 등 필수적인 안전성 확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6월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설치 의무 대상 의료기관 2529곳 가운데 휴업 상태인 1곳을 제외한 2528곳이 수술실 내부 기기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이번 대규모 유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의료기관 내부 영상 유출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허 의원실에 제출한 공식 자료를 살펴보면 2021~2026년 8월까지 최근 6년 동안 정부 관할 부처에 정식으로 보고된 의료기관 정보 침해 사고는 민간 기관 106건과 공공 기관 3건을 합쳐 총 109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109건 중 98건은 악성 소프트웨어인 랜섬웨어 감염 사고였으며 CCTV 영상 유출과 관련된 해킹 사고 보고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에 해외 사이트로 넘어간 영상들의 정확한 서버 해킹 경로와 유출 수법은 아직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확정되지 않았다.

허 의원은 정부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이번에 유출된 영상은 수술실이 아닌 의료법상 CCTV 관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실·상담실·대기실·병실 등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의료기관 전체의 CCTV 설치 위치와 영상 보관 접근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하며 "복지부는 의료기관 CCTV 보안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영상 삭제와 재유포를 차단해 피해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6년도 국정감사 자료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사이버 성폭력 범죄 단속 통계 등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및 의료기관 내부를 불법 촬영·해킹하여 해외 서버망으로 유통한 범죄 적발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출된 영상이 거래되는 다크웹 및 해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경우 월 접속료가 10달러 내외로 매우 낮게 책정돼 있어 2차 피해의 확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다.

특히 해외 프록시 서버를 경유해 유포된 의료기관 해킹 영상은 최초 유포 후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수백 개의 불법 공유 사이트로 파생 복제되는 패턴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보 주체 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 있는 도입과 함께 병원 내부 영상 기기 및 의료 데이터의 암호화 규정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