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신병원서 “살려달라” 쪽지…올해만 4명 숨졌다,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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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의료행위와 인권침해 적나라
올해 상반기 입원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 미추홀구 원병원을 둘러싸고 환자 인권과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8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시 원병원 관련 후속 조치 계획'에 따르면 복지부와 인천시, 미추홀구보건소는 다음주 원병원을 함께 점검한다.
원병원은 143개 병상에 108명이 입원한 정신의료기관이다. 건물 창문은 모두 쇠창살로 막혀 있고 외부인은 건물 아래 통로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알코올 중독 강제입원', '강제입원 절차·방법' 등의 문구도 게시돼 있다.
작년 겨울에는 해당 병원에서 한 입원환자가 창밖으로 '살려달라'는 SOS 쪽지를 던지며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가 직접 구조를 요청하는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4명의 입원환자가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발견 당일 또는 사흘 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시 병동에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았고 환자 관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 관리 방식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한 환자는 다른 환자의 커피를 훔친다는 이유로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 약 200일 동안 격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의료진이 없는 시간대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에게 환자 격리·강박을 지시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환자들의 통신 자유가 제한됐다는 내용도 함께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원병원의 이 같은 격리·강박 행위를 조사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의료진 없이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환자를 격리·강박하도록 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원병원 병원장을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같은 날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원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을 비롯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원병원에서는 올해 환자 4명이 숨지면서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됐고, 직권조사에 이어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관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충분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추홀구보건소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원병원에 총 4건의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모두 시정명령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3∼4월에는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건강전문요원 수 기준 미충족, 의료법상 환자 폭력행위 예방 게시물 미게시, 회계자료 제출기한 미준수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
허종식 의원은 보건소가 점검에 나섰더라도 정신의료 분야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미추홀구보건소가 점검에 나섰지만 정신의료 분야 전문 인력이 없어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며 "기초 보건소 혼자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합동점검을 원병원 한 곳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의료기관 전반의 관리체계를 살피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격리·강박과 관련한 환자 인권보호 기준을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안내하고, 이를 '정신건강사업 안내' 지침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관할 보건소가 시설·인력 기준과 격리·강박 관련 법령 및 지침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도록 할 예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도 보완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실제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 수준이 평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입원환자 수가 적어 평가에서 제외되는 기관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문제는 원병원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전국 20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진행한다.
또한 격리·강박 지침의 법령화, 보호사의 업무 수행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교육 강화, 격리·강박실 기준 마련,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비강압적 치료 제도화와 관련 인력 확충 등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서도 정신건강증진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 내용에는 환자의 인권과 권익 보호, 관련 법령과 제도, 국제적 동향,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 등이 포함된다.
허 의원은 "구조를 요청하는 쪽지가 있었고, 올해에만 네 분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는데도 현행 제도로는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가 어려웠다"며 "복지부가 합동점검과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전국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합동점검 결과와 제도 개선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살피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