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황희찬·김민재 '동반은퇴' 소동…손흥민 때문?” 민감한 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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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관계자 “손흥민의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은퇴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축구대표팀 '96라인' 황인범·황희찬·김민재가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은퇴 소동의 배경으로 9년째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손흥민의 리더십 문제가 거론되면서 축구계 안팎에서 민감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8일 SBS와 뉴시스 등 보도에 따르면 1996년생 동갑내기인 세 선수는 지난 6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면담했다. 면담은 자정을 넘겨서야 끝났다.
세 선수는 이 자리에서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듭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같은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지만 대표팀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으면서 불만이 쌓였고, 국가대표 은퇴까지 고민했다는 것이다. 현 위원장이 밤늦게까지 설득에 나섰고, 세 선수가 한발 물러서면서 사태는 일단 수습됐다.

■ 우즈베키스탄전 2-0 완승 뒤 주저앉은 황인범…라커룸에 1시간 더 머문 세 사람
이상 기류는 경기 직후부터 감지됐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날 전반 6분 터진 손흥민의 오른발 프리킥 선제골과 오세훈의 추가골을 묶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었다. 손흥민은 이 골로 A매치 통산 59골을 기록하며 차범근(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전에서 A매치 149번째 경기에 나서 58호골을 넣으며 차범근과 타이를 이뤘고, 이날 단독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표팀 역사에 남을 장면이었지만 경기 뒤 분위기는 축제와 거리가 멀었다.
대기록이 나온 승리였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황인범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이후 황인범은 황희찬, 김민재와 함께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대표팀 유니폼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끌어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황희찬은 선발로 나서 71분을 소화한 뒤 정승원과 교체됐고, 황인범은 후반 교체 투입됐다. 김민재는 컨디션 난조로 출전하지 않았다.

세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라커룸에 1시간가량 남아 대화를 나눴고, 선수단 가운데 가장 늦게 경기장을 떠났다. 그 사이 세 선수가 일부 동료들에게 대표팀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은퇴설에 불이 붙었다. MBC는 지난 7일 자체 취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인범은 세 선수를 대표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섰다. 그는 "오늘 경기 끝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좀 여러 감정이 많이 오갔었던 것 같다. 항상 대표팀에 오면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를 앞두고 친구들과 '진짜 우리 최선을 다해서 후배들에게 뭔가를 보여주자'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선수들이 원 없이 자기가 잘하는 축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11월 A매치에서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감독님이 선택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은퇴 여부를 다시 묻자 "아니, 아니요"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은퇴 준비는 늘 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잘 내려놓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다. 미리미리 준비해놔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 "9년째 주장 손흥민 리더십에 변화 필요"…'92라인 vs 96라인' 이견
은퇴설이 손흥민과 연결된 것은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다. MBC에 따르면 한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9년째 대표팀 주장을 맡아온 손흥민의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은퇴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1992년생 손흥민·이재성(마인츠) 등 고참 그룹과 1996년생 그룹 사이에 누적된 이견이 이번에 겉으로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황인범·김민재·황희찬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대표팀 공수의 축으로 자리 잡았고, 어느덧 30대에 접어들며 고참급 선수가 됐다. 김민재는 2024년 10월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졌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요르단·이라크 2연전에서 임시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다. 이들이 리더십 변화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대표팀이 바뀌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손흥민은 26세였던 2018년부터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전에서는 A매치 137번째 경기에 나서며 차범근·홍명보의 최다 출전 기록(136경기)을 넘어서기도 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주장이지만, 오랜 기간 한 사람이 완장을 지키면서 생긴 피로감이 선수단 내부에 쌓였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완장을 찬 동안 대표팀은 여러 차례 내홍을 겪었다. 2024년 초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에는 손흥민과 후배 이강인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가 이후 두 선수가 화해했다. 올여름 2026 북중미 월드컵 때는 일부 취재진의 발언을 계기로 선수단이 인터뷰 보이콧에 나섰는데, 이를 대회 내내 이어갈지를 두고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과 일부 선수의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 김민재 "다 같이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황인범 "도와줄 분 없다"…대표팀 내분 조짐
대표팀 내분 조짐은 은퇴 소동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전에서 대표팀은 0-0 무승부에 그쳤다. 첫 슈팅이 전반 45분에야 나올 정도로 경기 내용이 답답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 집계 기준 슈팅 수에서도 한국은 7개에 그쳐 베네수엘라(12개)에 밀렸다. 베네수엘라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팀이다. 3만5000여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재는 후반 교체돼 벤치로 들어간 뒤 축구화를 벗어 던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민재는 경기 후 "솔직히 수비 선수들 보면 불쌍하고, 팀 수준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 같이 그냥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공격진을 향한 저격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이 일었다.

황인범도 같은 날 "몸도 마음도 힘들다. 도와줄 분이 안 계신다. 회장님도 안 계시고, 감독님도 임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며 울먹였다. 황인범은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뒤 당시 발언이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모레노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부진 이후 임시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기대를 모았지만, 우루과이전 대패 직후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모레노호는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 베네수엘라전 0-0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전 2-0 승리로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쳤다.
■ 모레노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11월 소집 명단에 쏠린 눈
모레노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생기면 대면 상황에서 얘기를 해야한다. 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정 선수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회견 직후 은퇴 소동이 불거지면서 96라인을 겨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소속팀 복귀길에 오른 선수들은 7일 말을 아꼈다. 황희찬은 대표팀 은퇴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게 없어서. 감사합니다"라고만 했다. 황인범은 "어제 다 길게 (얘기)해서…"라며 말끝을 흐렸고, 은퇴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황희찬은 공항에서 방송사 인터뷰 요청을 받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어서 좀 불편하다. 저 믹스트존 지나갔다. 어제 경기 끝나고도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팀은 11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세 선수는 기량 면에서 여전히 대표팀 내 대체가 쉽지 않은 자원으로 꼽힌다. 모레노 감독이 11월 소집 명단에 이들의 이름을 올릴지, 대한축구협회가 선수단 내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