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43도까지…서울 강남 초등학교 3학년 학생 독감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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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3주 빠른 독감 유행, 초등학생 사망 사례까지
갑작스러운 고열이 신호…독감과 감기는 다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3학년 학생이 인플루엔자(독감)로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찾아온 독감 유행 속에서 사망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등교한 초등학교 학생들 자료 사진 / 뉴스1
등교한 초등학교 학생들 자료 사진 / 뉴스1

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소재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지난 1일 독감으로 사망했다. 이 학생은 체온이 43도까지 오른 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이 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이나 기저질환 여부 등 구체적인 경위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지난주 재학생이 독감으로 사망했고, 학교에 나왔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학생이 등교한 뒤 교내에서 상태가 나빠져 이송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독감 유행이 빨리 찾아오면서 학교 차원에서도 학부모들에게 메시지로 안내드리고, 아이들 생활 수칙도 안내하는 등 예민하게 보고 있었지만 이런 일 생겨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는 유행 초기부터 가정에 예방 수칙을 알리며 대비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 외래환자 1000명당 33명…작년 같은 시기의 3.7배

전국적인 독감 확산세는 가파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일 공개한 감염병 표본감시 결과를 보면, 39주차(9월 20~26일)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0명과 비교하면 약 3.7배에 이른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란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이나 인후통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말한다. 실제 확진 여부와 별개로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증가 흐름도 뚜렷하다. 8월 말인 35주차에 13.3명이던 의사환자 분율은 36주차 25.3명으로 뛰어오른 뒤 37주차 31.0명, 38주차 32.3명, 39주차 33.0명으로 4주 연속 늘었다. 35주차 수치만 해도 지난해 같은 시기(6.4명)의 두 배를 넘었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배 이상으로 다시 불어난 셈이다.

모든 연령층에서 환자가 늘고 있지만 특히 초등학생을 포함한 학령기와 유·소아 연령층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입원환자 중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가장 컸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이른 확산세를 고려해 지난달 11일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앞서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4일 "특히, 초등학생과 유‧소아 연령층에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어린이집과 학교 등에서는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 교육‧홍보를 강화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 뉴스1

■ 독감 바이러스 7월 말부터 검출…서울 유행 3주 앞당겨져

서울 지역의 유행 시점도 예년보다 크게 당겨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환자 검체와 하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의 독감 환자가 8월 말인 35주차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약 3주,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는 11주 빠른 시점이다.

하수 감시에서는 신호가 더 일찍 잡혔다. 7월 말인 31주차부터 하수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돼 지난해보다 6주 앞섰다. 하수 감시는 특정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바이러스 농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환자 발생에 앞서 유행 징후를 포착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는 A형(H1N1)으로, 환자 검체와 하수 모두에서 검출량이 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이다.

유행이 길어지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독감 유행은 16주간 이어졌는데, 이는 그 직전 해의 5주보다 3배 넘게 긴 기간이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연구원은 질병관리청과 함께 인플루엔자를 비롯하여 호흡기감염병 발생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선제적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들도 예방접종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적극 실천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독감 유행으로 붐비는 병원 모습 / 뉴스1
독감 유행으로 붐비는 병원 모습 / 뉴스1

■ '독한 감기' 아니다…갑작스러운 고열이 신호

독감은 흔히 '독한 감기' 정도로 여겨지지만 원인부터 다르다. 감기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로 생기고 콧물이나 코막힘, 목 통증 같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갑자기 높은 열이 나면서 오한과 두통,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일주일 안팎이면 회복되지만 고위험군은 안심할 수 없다. 영유아와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 심폐질환이나 당뇨,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번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폐렴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로도 생기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세균이 2차로 감염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는 시기가 관건이다. 항바이러스제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뒤 48시간 안에 투여해야 효과가 크다.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 인후통이 함께 나타나면 해열제로만 버티기보다 서둘러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 경련을 보이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한다.

독감 진단을 받은 아이는 집에서 충분히 쉬도록 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해열제를 먹지 않고도 열이 내린 뒤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등교나 등원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열이 내렸다고 바로 학교에 보내면 다른 학생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서다.

등교하는 학생들 자료 사진 / 뉴스1
등교하는 학생들 자료 사진 / 뉴스1

■ 독감 예방접종 일정, 무료 접종 대상은?

예방의 기본은 백신이다. 국가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대상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3가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며, 접종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다.

어린이와 임신부 접종은 지난달 21일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 기준 어린이 114만3000명, 임신부 7만6000명이 접종을 마쳤다. 어르신은 연령별로 나눠 순차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청 일정에 따르면 75세 이상은 지난 6일부터 접종이 시작됐고, 70~74세는 12일, 65~69세는 15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나이와 관계없이 6일부터 의료진 상담을 거쳐 접종받을 수 있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머무는 어르신은 백신이 공급되는 대로 바로 접종하도록 시기를 앞당겼다.

올해는 무료 접종 대상 어린이 연령이 만 14세까지 넓어졌다. 지난 절기까지는 13세 이하였지만 이번 절기부터 14세까지 포함되면서 학령기 청소년 감염과 지역사회 전파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생애 처음 독감 백신을 맞는 만 9세 미만 어린이는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만큼 일정을 더 서둘러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 주사 / 뉴스1
독감 예방접종 주사 / 뉴스1

올해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북반구용으로 권고한 2026~2027절기 바이러스주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A형 H1N1과 H3N2, B형 빅토리아 계통 등 세 가지 모두 지난 절기와 달라졌기 때문에 지난해 접종했더라도 올해 다시 맞아야 한다.

백신을 맞은 뒤 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린다. 유행이 이미 본격화한 만큼 접종 대상이라면 일정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무료 대상이 아닌 성인이나 청소년도 유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며, 가까운 위탁의료기관 위치와 접종 가능 여부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대상자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챙겨야 하고, 접종 후에는 20~30분가량 접종기관에 머물며 이상반응 여부를 살핀 뒤 귀가해야 한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생활 속 예방 수칙은 함께 지켜야 한다. 외출 뒤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것이 기본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에서는 필요에 따라 마스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