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급기야 “한국이 우리 군사작전 망쳤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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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러시아에 경유 공급해 러시아 연료난 덜어줘”
우크라이나가 한국이 러시아에 경유를 공급해 러시아의 연료난을 덜어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 공개로 불거진 양국 갈등이 대러시아 제재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제재정책 특사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한국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
블라시우크 특사는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8월 러시아 연료 수입 가운데 약 31%를 한국이 차지했다"며 "이는 전면 침공 이후 한국이 보여준 제재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타격으로 러시아 정유공장의 처리량이 줄고 러시아 안에서 연료 부족이 생기던 바로 그때 시작됐다"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사실상 러시아가 자체 정유 능력 상실로 입은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적었다. 한국이 자신들의 군사작전을 망쳤다고 사실상 주장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연료 공급망을 끊으려고 정유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습을 이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는 정유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7~8월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17만6000t이 넘는 연료가 유조선 7척에 실려 러시아 극동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경유가 15만t 이상이다. 유조선 7척은 모두 14차례 운항했다. 이 중 3척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다.
가디언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제재 대상 유조선 '레일라(Layla)'호는 7월 19일과 8월 10일 두 차례 울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해 경유 약 5만7000t을 날랐다. 이 배는 첫 운항 때 목적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했다. 두 번째 운항 때는 일본 니가타항을 목적지로 적어냈다. 러시아 선적으로 영국·EU·호주의 제재를 받는 '아스토리아(Astoria)'호는 8월1일 울산에서 약 1만1000t을 실었다. 이 배는 목적지를 일본으로 신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또 다른 제재 대상 유조선은 항구에 들어오지 않고 8월 초 여수 인근 정박지에서 제재 대상이 아닌 선박으로부터 약 2만6000t을 옮겨 실었다. 이 유조선은 싱가포르를 목적지로 신고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가디언이 인용한 선박 추적업체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구매자 중에는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민간 석유기업 NNK가 있었다. 러시아의 8월 해상 석유제품 수입량은 36만8000t으로 전면 침공 이후 월간 최대치였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실린 물량은 11만2000t으로 31%를 차지했다. 인도 다음으로 많은 물량이다.
다만 상업용 경유는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품목에 들어 있지 않다. 가디언도 이 같은 수출이 한국 국내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가세했다. 헤오르히 티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공개 외교 소통 과정에서 한국 측이 이 사실을 언급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우리도 이 같은 활동에 관한 자체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티키 대변인은 "이 사실을 외교 채널로 한국 측에 전달하며 설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반박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며 대러 제재와 수출통제를 일관되게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한국이 대러 제재 정책에 어긋나게 행동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보도가 거론한 개별 거래의 거래 주체와 원산지, 최종 구매자 등 핵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현재 관계기관을 통해 사실관계와 수출통제 관련 사항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으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 측도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대한민국의 관련 정책을 왜곡하거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러시아로 가는 전략물자 수출을 불허해왔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1402개 품목도 엄격히 통제해왔다. 대러 수출액은 2021년 약 100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40억달러로 줄었다. 정부는 무역통계상 한국에서 러시아로 경유·휘발유·제트유를 수출한 기록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경유 등 한국산 연료의 수출 여부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국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