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분노하더니...한국 정부, 우크라 상대로 강경 대응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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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뒤 일방 공개, 한-우크라 외교전 격화
대사 소환까지 나선 한국, 우크라이나 상대로 강경 대응

정부가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인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비공개로 하기로 해 놓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항의해 온 정부가 상대국 대사대리 초치에 이어 자국 대사 소환이라는 한 단계 높은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외교부는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외 공관장을 임기 중 불러들이는 것은 주재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외교적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외교 현장에서는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 공개 입장 표명, 상대국 대사 초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고강도 항의 수단으로 분류된다.

다만 외교부는 관계 단절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외교부는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압박 수위는 끌어올리되 협상 테이블은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 유엔총회 연단에서 공개된 '북한군 포로 2명'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 편에서 전투에 투입됐다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병사들로, 그동안 한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영사 면담을 통해 북한군 포로 2명의 의사를 여러 차례 직접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일관되게 한국행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송환 자체가 아니라 '공개'였다. 정부는 포로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 외교·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양국이 송환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 이튿날인 24일 소셜미디어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스1

■ "거짓사실 발표" vs "합의 없었다"…진실공방으로 번져

사태는 우크라이나 측이 합의 자체를 부인하면서 커졌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통담당보좌관은 "그런(비공개) 합의는 없었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지난달 27일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정부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우호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오히려 비공개를 먼저 요청한 쪽이 우크라이나였다고 주장했다. 성 수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협의 과정에서 "한국송환시 다수의 자국 포로들과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난여론이 있을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며 보안 유지를 요구했다.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에 잡힌 자국 병사들과 맞바꾸지 않고 한국으로 보낸 데 대한 내부 반발을 우크라이나 스스로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도 항의 수위를 높였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대사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설명을 들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북한군 포로 송환)은 다른 어떤 전제조건이나 사항과 결부되지 않은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 /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 / 뉴스1

■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대통령이 직접 꺼낸 '추가 조치'

갈등은 이달 들어 한층 격해졌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일을 '사건'이 아닌 '외교적 오해'로 규정하며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소셜미디어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배우며 무장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인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포로 송환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요구를 해 합의했는데, (우크라이나는) 일방적으로 공개를 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비공개를) 합의한 적이 없다며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남북 간 군사 충돌 임박'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인정 및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열흘 전 "아쉽다"던 표현이 '국가 위신' 문제로 바뀐 셈이다. 이 무렵부터 정부 안팎에서는 추가 조치로 대사 소환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SNS에 올린 글 / 이재명 대통령 엑스(구 트위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SNS에 올린 글 / 이재명 대통령 엑스(구 트위터)

■ 사과 담긴 메시지 받았지만 "수준 차이"…결국 소환 결정

우크라이나 측의 사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의 말도 들어있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장관은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구해 온 것은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의 인정과 공개 사과였고, 우크라이나가 보낸 메시지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조 장관의 국감 발언 이틀 만에 외교부가 대사 소환을 공식화하면서 정부의 대응은 SNS 메시지, 청와대 입장문, 대사대리 초치에 이어 대사 소환까지 단계적으로 수위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