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로 세계적인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35세 여배우'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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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에서 미스유니버스 무대로... 김유림의 도전기
나이제한 폐지 후 첫 30대 한국 대표... 10위권이 목표
미인대회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서 빛나도록 동작을 짜주던 안무가가 이번엔 직접 왕관을 쓰고 세계 무대에 선다. 배우 겸 안무가 김유림이 다음 달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리는 제75회 미스유니버스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선다. 김유림은 ‘2026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대회에서 진으로 뽑혀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1991년생인 그는 올해 35세다. 미스유니버스가 참가자 나이 상한을 없앤 뒤 30대 한국 대표가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유림은 동서울대 공연예술과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동했다. 김유림은 지난달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극은 10년, 춤은 20년, 안무가로도 15년 가까이 활동했고 피트니스 모델과 일반 모델, 연기까지 다양한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미스코리아와 미스어스 등 국내외 미인대회에서 안무 감독도 맡았다. 이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무대에 세우는 쪽이었던 셈이다.
김유림이 직접 대회에 나서기로 한 건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유림은 같은 인터뷰에서 "재작년 미스유니버스의 나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나도 한번 직접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김유림은 "몇 달 동안 다른 후보자들의 대회를 준비시키면서 동시에 제 대회까지 준비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미스유니버스는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처음 열렸다. 미스월드, 미스인터내셔널, 미스어스와 함께 세계 4대 미인대회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미스월드와 함께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이 큰 대회로 평가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대회를 운영하는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소유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회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도 여럿 나왔다. 1994년 우승자인 인도의 수시미타 센은 이후 발리우드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우승자 로라 다타 역시 인도 영화계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2012년 우승자인 미국의 올리비아 컬포는 모델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도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1988년 대회에 나간 장윤정은 2위에 올라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07년에는 배우 이하늬가 4위를 기록했다. 이하늬는 이후 영화 '극한직업' 등에 출연하며 대표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한국 대표는 2015년까지 한국일보 주최 미스코리아 수상자가 맡았다. 2016년부터는 미스유니버스 코리아가 별도 대회를 열어 대표를 뽑고 있다.
김유림의 출전은 미스유니버스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참가 기준을 대폭 바꾼 결과다. 이 대회는 원래 만 18세부터 28세까지 미혼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조직위원회는 2023년 대회부터 결혼했거나 이혼한 여성, 자녀를 둔 여성, 임신한 여성에게도 문을 열었다. 2023년 9월에는 나이 상한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2024년 대회부터는 만 18세 이상이면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키 제한 규정도 사라졌다.

규정이 바뀌자 나이 많은 도전자들이 잇따라 나왔다. 2024년 아르헨티나에서는 60세 변호사 알레한드라 로드리게스가 미스유니버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표로 뽑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국내에서는 80대 시니어 모델 최순화가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본선 무대에 올라 베스트드레서상을 받았다.
김유림은 세계대회 목표로 10위권 진입을 내걸었다. 김유림은 "한국은 2007년 배우 이하늬 선배님이 4위를 한 이후 미스유니버스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 대표들은 본선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김유림은 무대 경험을 가장 큰 무기로 꼽았다. 김유림은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했을 때 무대 경험이 많다는 점이 강점인 것 같다"며 "그래서 무대에서 보여주는 쇼맨십에는 자신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약점은 영어다. 세계대회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된다. 김유림은 "현재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인터뷰 준비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림은 이 대회가 외모만 보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유림은 "단순히 예쁜 사람을 뽑는 대회가 아니라 가치관과 생각부터 표정까지 그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대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에 뽑힌 소감을 묻자 "생각했던 것보다 왕관의 무게가 훨씬 무거운 것 같다"며 “'대한민국 대표'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고 싶다”고 답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배우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김유림은 "지금은 유튜브나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영화가 하고 싶다"고 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는 메릴 스트립과 김혜수를 꼽았다.
제75회 미스유니버스 세계대회 결선은 현지시각으로 11월 24일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호세 미겔 아그렐롯 콜리세움에서 열린다. 지난해 우승자인 멕시코의 파티마 보시가 차기 우승자에게 왕관을 씌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