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 계속되고 있지만…조용히 관객들 만나 화제인 ‘주연 배우’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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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서도 관객을 만난 배우, 그의 선택은 무엇이었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색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영화의 출연 배우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해일이다. 박해일은 지난 8일 오후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 메가박스 부산극장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와이키키 브라더스' 마스터톡 무대에 올랐다. 임순례 감독과 함께 자리해 상영작을 객석에서 같이 본 뒤 대화를 나눴다.
영화제 불참 선언 이후 유일하게 관객과 마주한 출연진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지난달 23일 개봉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는데, 사건의 배경과 범행 과정에 대해 기존의 공식 설명과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고, 유해진 등 출연 배우들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여파는 영화제 일정 전반에 미쳤다. 허 감독과 배우들은 논의 끝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불참을 결정했고, 개막식 참석과 야외 무대인사가 전면 취소됐다. 이민호의 액터스하우스도 일정에서 빠졌다. 유해진은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고도 신변 위협 등의 부담 때문에 부산 현장에 가지 못했다. 영화제뿐 아니라 일반 극장 무대인사 같은 오프라인 만남도 모두 사라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해일의 부산행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톡에 앞서 비프광장에서 예정됐던 야외 무대인사가 안전상의 이유로 일찌감치 취소돼, 박해일의 참석 여부에도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박해일은 약속된 일정을 소화했다. 행사장이 영화제 메인 무대인 영화의전당에서 떨어진 남포동 극장이었던 점도 취재진과 인파의 집중을 줄이는 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척해진 얼굴, 그러나 밝은 미소로 꺼낸 데뷔작 이야기
박해일은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얼굴이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간간이 웃음을 보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상영이 끝난 뒤 짧은 토크 시간에 그는 몇십 년 전 개봉작인데도 관객이 즐겁게 영화를 따라와 줘서 좋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박해일의 데뷔작이다. 그는 배우가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는 점을 짚으며, 초년 시절 임순례 감독이 자신을 택한 일이 지금껏 영화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자 뿌리라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출연작을 찾아보는 편이 아닌데 이번 자리에서 작품을 다시 보며 초심을 돌아보게 됐고, 앞으로 삶이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고 덧붙였다.
관객 후기에 따르면 박해일은 대화 도중 '부캉이'를 봤다는 말도 꺼냈다. 부캉이는 현재 부산 북항 친수공원의 인공 수로에 머무는 상어로, 지금 전국적 화제성에서 '암살자(들)'과 함께 손꼽히는 존재다. 두 이슈의 이름이 한 무대에서 나란히 언급된 셈이다.
"있는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행복 질문에 내놓은 답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관객과 함께한 시간에 빗댄 "행복하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해일은 주어진 상황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편이라고 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은 가진 것을 토대로 잘 살아가려는 쪽이며, 그것이 본인에게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작에서 박해일의 풋풋함을 카메라에 담았던 임순례 감독은 애정 어린 덕담을 건넸다. 몇 년 전 '헤어질 결심'을 봤을 때 이미 중년의 분위기가 보였다며, 노년의 모습은 서둘러 오면 안 되니 중년미를 지키면서 인간미 있는 배우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훌륭한 배우지만 관객에게 믿음과 사랑을 받는 의리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더했다.
박해일은 “(중년미를) 유지한다고 될까 싶은데요”라며 농담으로 받았다. 이어 영화라는 세계로 자신을 불러준 감독 덕에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얼굴로 관객을 만난 일 자체가 인생의 소중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 관객에게는 어떤 생각을 남길지 가늠할 수 없다며, 영화는 자신에게 오묘하고 알 수 없는 존재이자 계속 진행 중인 무언가라고 표현했다. 나이가 들수록 계속 찾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소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오전, 해운대에서는 영화인 20명이 긴급 기자회견
박해일의 마스터톡이 열린 날 오전에는 부산 해운대 이벤트광장에서 영화인 20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지영·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김홍준 감독,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윤성은 영화평론가, 백재호 감독, 전찬일 영화평론가 등 세대와 직군이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에서 영화에 대한 비판과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논쟁의 범위가 감독과 배우, 제작사와 투자기관, 공공기관, 극장과 학교, 해외 영화제 상영 문제까지 번지는 상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입장문은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일이 누구의 몫인지 되물었고, 작품의 의미와 제작 의도를 정치가 먼저 규정해 관객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마스터톡은 어떤 행사
박해일이 참석한 마스터톡은 커뮤니티비프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비프는 2018년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스핀오프 페스티벌로,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 영화제 안의 문화 축제'를 슬로건으로 삼는다. 관객, 영화인, 연구자, 활동가,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누구나 즐기고 나누는 영화제를 만든다는 취지다.
마스터톡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의 주역들이 라이브 장면 해설과 온라인 채팅으로 작품의 진가를 재발견하는 '실시간 양방향 코멘터리 픽처 쇼'다. 올해는 '짝패'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두 편이 상영작으로 올랐다. 박해일과 임순례 감독은 관객과 영화를 함께 보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암살자(들)' 팀의 공식 일정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박해일의 마스터톡은 해당 작품 출연진이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 앞에 선 사실상 유일한 사례로 남게 됐다. 남은 영화제 기간에도 '암살자(들)' 관련 오프라인 행사는 취소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 출연진과 관객의 직접 만남이 재개되는 시점은 논란의 전개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규모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사상 처음 화요일에 개막했고,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격상된 뒤 처음 열리는 해다. 영화의전당 인근을 중심으로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6편이며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을 합쳐 총 315편이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