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기 안과에서 심정지, 마취과 의사 "제가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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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공급 연결 실수로 27개월 아이 심정지, 의료진 과실 인정
전신마취 중 기본 장비점검 생략, 뇌사 위기 아이의 비극

울산의 한 안과 병원에서 전신마취를 받고 수술하던 27개월 아이가 마취 시작 약 6분 만에 심정지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 측은 마취기 산소공급 연결을 잘못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으며, 사고 당시 수술실 CCTV 영상도 남아 있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JTBC ‘사건반장’은 울산에서 27개월 딸을 키우는 부모가 겪은 의료사고를 보도했다. 아이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심장박동이 돌아왔지만, 이후 뇌가 심하게 부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부모는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상태로 추정된다는 말을 들었으며, 장기기증과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안내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2일 울산의 한 안과 병원에서 발생했다. 아이는 속눈썹이 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각막을 자극하는 안검내반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부모는 지난해 진단 이후 1년 넘게 경과를 지켜봤지만, 최근 아이가 눈 통증을 호소하고 햇빛을 보기 어려워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자 수술을 결정했다.

의사의 실수로 2살 아이가 중태에 빠졌다. / AI 생성 이미지
의사의 실수로 2살 아이가 중태에 빠졌다. / AI 생성 이미지

안검내반은 눈꺼풀이 안쪽으로 말리면서 속눈썹이 안구 표면을 자극하는 질환이다. 속눈썹이 각막에 반복적으로 닿으면 상처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증상이 심하면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아이에게는 이미 난시가 생겼으며, 부모는 각막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전 병원은 아이의 위아래 눈꺼풀과 몽고주름까지 교정해야 해 수면마취로는 어렵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아이의 체중도 10㎏을 넘어야 한다고 했지만, 수술 당일 금식으로 체중이 9.85㎏으로 측정됐는데도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부모가 기억하는 수술실 상황은 평범하지 않았다.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처음에는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조용해졌고, 잠시 뒤 안에서 남성이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119 구급대원이 수술실로 들어갔고, 아이는 심장 마사지를 받으며 들것에 실려 나왔다.

제보자는 구급대원을 통해 딸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간호기록을 확인한 결과 아이는 마취 약물을 투여받은 뒤 약 6분 만에 심정지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약 10분 뒤 심장박동이 돌아왔다. 하지만 상태가 위중해 다시 다른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마취과 의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 AI 생성 이미지
마취과 의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 AI 생성 이미지

부모는 의료진으로부터 아이의 뇌가 심하게 부어 뇌실과 뇌 주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뇌사 상태로 추정된다고 알렸으며, 생존 기간을 길면 일주일 정도로 예상한다는 말도 전했다. 부모는 장기기증과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안내까지 받았다.

사고 직후 마취과 의사는 기관지 연축을 원인으로 의심했다. 기관지 연축은 기관지 근육이 갑자기 수축해 기도가 좁아지는 현상으로, 호흡 곤란과 산소 공급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전신마취 중에도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사고 이틀 뒤 마취과 의사가 병원을 찾아온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마취과 의사는 처음에는 심폐소생술을 바로 시행했고 마취 과정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뒤 병원 장비를 다시 확인한 결과, 기관지 연축이 아니라 마취기의 산소 연결 통로가 잘못 연결돼 있었다고 알렸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 전 장비를 직접 시험해야 하지만 당시에는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점검을 깜빡했다고 부모에게 사과했다. 제보자는 의사가 남편에게 먼저 전화해 잘못을 인정했고, “아이의 잘못은 없다.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라며 울면서 사과했다고 전했다.

병원 측도 산소 공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마취제를 투여한 뒤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산소 라인에 문제가 있었고, 마취과 의사가 기본적인 장비 설정을 놓쳤다는 것이다. 병원은 산소만 정상적으로 공급됐다면 수술에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해당 마취과 전문의가 상근 직원은 아니지만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며, 이번 사고는 기본적인 장비 설정을 놓친 데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수익을 위해 수술을 진행한 것은 아니며 부족한 의료 환경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수술을 맡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병원은 '기본적인 장비 설정을 놓쳤다'고 밝혔다. / AI 생성 이미지
병원은 "기본적인 장비 설정을 놓쳤다"고 밝혔다. / AI 생성 이미지

사고 당시 수술실 CCTV 영상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부모는 수술 전 CCTV 촬영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한 순간의 영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JTBC 제작진이 병원 측에 문의하자 병원은 수술실 CCTV가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이며, 당시 센서가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녹화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고 당시 장면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 없는 만큼 부모는 수술실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고는 전신마취 과정에서 산소 공급 장치의 기본적인 연결과 점검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전신마취를 할 때는 환자의 호흡과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마취기와 호흡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짧은 시간 안에도 심각한 저산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관련 의료기록을 확보하고 병원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사고 원인과 의료진의 과실 여부, 장비 점검 과정, 수술실 CCTV가 녹화되지 않은 경위 등이 조사 대상이다.

유튜브, JTBC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