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앉았는데”… 지하철 만삭 여성에게 막말한 젊은 남성,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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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서있는데 배려석 앉은 남성
양보 요청하자 막말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에게 양보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면박을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하철 / 뉴스1
지하철 / 뉴스1

13일 온라인 SNS(소셜미디어)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한 남성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오전 시간 임산부 배려석에는 젊은 남성이 앉아 있었고, 옆에는 임신 7개월이 넘어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이를 본 A씨는 남성에게 "임산부 자리니까 양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성은 "제가 먼저 앉았는데요? 임산부가 벼슬이에요?"라고 답했다.

이후 오히려 옆에 서 있던 임신부가 A씨에게 "미안하다.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며 남성의 태도를 지적했다.

A씨는 온라인에서 이 남성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너는 엄마 뱃속에서 안 나왔냐?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야?"라며 "생명을 품고 열 달을 버티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출산이 걱정이라고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눈앞에 있는 임산부 한 사람부터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사연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배려석에 앉은 남성의 언행을 비판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배려받고 자라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갈등을 피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임산부석에 젊은 남자가 앉아 있으면 건드리지 말라”며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따지고 화내려고 일부러 앉은 경우도 있으니 관심을 주지 않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경험상 보통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였다”며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임산부 배려석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영상 속 임산부는 목발을 짚은 채 비어 있던 임산부 배려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옆문으로 들어온 한 여성이 먼저 좌석에 앉았고, 임산부는 그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주변 승객들이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지만 여성은 “나도 애 낳아봤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6일에는 자신을 임신부라고 밝힌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6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세 차례나 목격했다고 전했다.

임산부인 이 사연자는 자리가 없어 해당 여성에게 임신부 배지를 보여주며 양보를 요청했지만, 여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번이라면 실수라고 생각하겠지만, 매번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돼 답답하다”며 “앉을 수는 있지만 임산부가 양보를 요청하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임산부는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상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등과 함께 ‘교통약자’에 포함된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도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의 경우 2013년부터 기존 교통약자석과 별도로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신부가 대중교통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좌석으로 비워두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 운영기관에 접수되는 관련 민원도 한 해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 배려석을 늘 비워둬야 한다는 입장과 자리가 비어 있을 때는 앉아 있다가 임신부가 타면 양보하면 된다는 입장 차이가 갈등의 주된 원인이다. 임산부가 왔다고 해서 기존 승객에게 강제로 자리를 비우게 할 수 있는 별도의 제재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객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겉으로 임산부인지 쉽게 알아보기 어렵고, 고령자나 다른 교통약자 역시 좌석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승객 간 신경전도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운행 기관이 기술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스마트폰 앱이나 전용 태그 연동 ‘핑크라이트’ 시스템처럼 임산부 접근 시 신호가 작동하는 방식을 확대하거나, ‘도착 전 상시 비워두기’ 캠페인 등 명확한 이용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교통공사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전동차와 역사, SNS 등을 아우르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임산부 배려문화 확산에 나선다. 사진은 시청역 대합실에 설치된 ‘임산부 배려 포토존’ / 대전교통공사
대전교통공사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전동차와 역사, SNS 등을 아우르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임산부 배려문화 확산에 나선다. 사진은 시청역 대합실에 설치된 ‘임산부 배려 포토존’ / 대전교통공사

최근에는 대전교통공사가 지난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도시철도 내 임산부 배려석 이용문화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영상은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와 자리 양보 등을 주제로 제작됐다. 20초 분량의 영상은 전동차 내부 모니터와 대전역·시청역·유성온천역 미디어월에서 상영되며 공사 공식 SNS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는 20일까지 시민참여 이벤트도 진행한다.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에 동참하거나 시청역·유성온천역 포토존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려 인증하면 된다.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하며 당첨자는 22일 발표한다.

대전시청역 미디어월에서 상영 중인 캠페인 영상 / 대전교통공사
대전시청역 미디어월에서 상영 중인 캠페인 영상 / 대전교통공사

공사는 임산부의 도시철도 이용 편의를 위해 전동차 편성당 배려석을 4석에서 8석으로 늘리고 배려석 알리미도 설치했다.

또 22개 역사에 안내 배너를 운영하고 승강장 스크린도어 176곳에 배려석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물을 부착하는 등 관련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이광축 대전교통공사 사장은 "임산부 배려는 일상 속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며 "시민과 함께 배려하는 도시철도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