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포차서 여성들과 합석한 군인…테이블 밑 '가방' 하나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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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남의 가방 잘못 가져갔다가 절도범 몰려…헌재서 취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헌팅포차에서 책상 밑에 놓여있던 가방을 챙겨 갔다가 깜박 잊고 돌려주지 못한 군인이 절도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을 받아 혐의를 벗었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육군 군인 A 씨가 군 검사의 특수절도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A 씨는 지난해 5월 6일 지인 B 씨와 함께 부산의 한 헌팅포차에서 시가 합계 69만8000원 상당의 후드집업, 속옷, 향수, 액상 전자담배 등이 든 가방을 가져가 절취했다는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있다고 판단은 되지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검사가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 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가방이 일행인 B 씨의 소지품인 줄 착각해 들고 갔을 뿐 고의로 훔친 게 아니라며 기소유예 취소를 구했다.

사건 당시 A 씨는 친구 B 씨, C 씨와 함께 부산에서 양주 3병 등 술을 마신 뒤 헌팅포차를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1시간 동안 여성들과 합석해 대화했는데, 이때 문제의 가방이 책상 아래에 놓여 있었다.

B 씨는 자리를 뜨면서 그 가방을 들고 A 씨가 있던 자리로 옮겨 가져다 뒀고, A 씨는 당일 새벽 2시30분께 자리를 뜨면서 가방을 메고 C 씨 집으로 갔다.

A 씨는 그날 새벽 3시15분께 헌팅포차에서 대화했던 다른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방의 주인인지 확인했다. 그 여성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자 A 씨는 C 씨 집에 가방을 그대로 둔 채 다음 날 떠났다. C 씨는 한 달여 동안 가방을 보관하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자가 신고한 물품 전부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B 씨의 특수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했으나, 군 검사는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이런 경위를 종합해 "가방 등의 반환이 지체됐다는 사정만으로 A 씨가 이를 가져갈 당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 씨 등이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가방을 B 씨 것으로 잘못 알고 가져왔을 뿐이고, 헌팅포차에 반환하려 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A 씨가 C 씨에게 가방을 헌팅포차에 돌려주라고 부탁했으나 C 씨가 이를 잊어 반환이 늦어졌다고도 봤다.

헌재는 "군 검사는 A 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는데,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