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보면 낯 뜨거울 '김지용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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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에서 되레 매서운 질의 쏟아져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으로선 낯 뜨거울 수도 있겠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범여권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무대가 됐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가장 매서운 질의는 야당이 아니라 범여권에서 나왔다.
청문회 첫 질의자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2020년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 기소 사건부터 꺼냈다. 정 전 부장검사는 한동훈 당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김 후보자는 당시 서울고검 차장으로 결재 라인에 있었다.

윤 의원은 "한동훈을 지키기 위해서 정치 검찰이 단합한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비겁한 선택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는 당시 고검 차장으로서 명백한 결재 라인에 위치했던 사람이었다"며 “'내가 결재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자세와 모습”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기소에 반대했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기소 당시 결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후 대검찰청 진상조사에는 협조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김 후보자가 진상조사단에 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불의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간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불의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간 적은 없다"고 맞받았다. 윤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때 김 후보자가 기소에 반대하는 이의제기서를 내지 않은 점도 따졌다. 그는 "중수청장은 국민 앞에 당당해야 하고 누구보다도 엄정하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후보자가 보여주는 태도는 비겁하고 불의에 눈 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도 김학의 사건을 파고들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다. 기소 당시인 2021년 김 후보자는 대검 형사부장이었다. 정 의원이 이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 묻자 김 후보자는 "저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사과드릴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초대 중수청장은 검찰 개혁을 열망했던 우리 국민의 기대를 실현해야 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김 후보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친윤'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검사 1호'를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에는 제일 첫 번째일 것 같다"고 답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박덕흠 의원이 여당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범여권이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제가 사건을 처리하면서 어떤 정치적 성향에 편중되지 않고 나름 소신 있게 처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그래서 중수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제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권 균열을 파고들었다. 박덕흠 의원은 "여권에서의 집안싸움으로 인사청문회조차 이렇게 늦게 열리게 된 점이 의아하다"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선거 때도 이 정도의 갈등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한다고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싸웠다”며 "추미애 경기지사도 한마디 했고 법제사법위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는데 정작 청문회를 해야 할 우리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정말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자료 제출을 두고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중수청 운영 매뉴얼 등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상태를 묵과하면 중수청은 그냥 검찰청 시즌2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도 "후보자가 인사청문을 받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했다.
중수청의 독립성을 둘러싼 질의도 나왔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특히 정치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서 중수청장은 행안부 장관 지시에 따라 특정 사건의 기소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중수청장 자리에 가게 되면 내부 규정이 필요하면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아들인 뒤 사표를 낸 검찰총장의 전례를 들며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네, 당연하다"고 답했다.
청문회장의 충돌은 38일에 걸친 여권 내부 갈등의 연장선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9월 7일 김 후보자를 제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국회 인사청문 요청안 발송은 그만큼 늦어졌다. 중수청은 지난 2일 청장 없이 문을 열었다.
반대 전선의 중심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있다. 추 지사는 지난달 16일 김 후보자를 '친윤 검사'로 지목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추 지사는 법무부 장관 시절 김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런데도 "맛집이라 추천받아 찾아갔지만 아니었다", "저의 사람 보는 실력이 형편 없음을 고백하고 가슴을 친다"며 반대 글을 잇달아 올렸다. 같은 날 박은정 혁신당 의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동훈을 편들었던 김지용 검사"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개혁하는 자리에 개혁의 대상이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임 청장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일원인 이성윤 최고위원도 "김 후보자를 검찰주의자로 규정한다. 임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반대파를 직접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만에 하나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썼다. 10월 9일에는 엑스(X)에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 이틀 뒤 윤 장관은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김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다양한 의견의 시간은 지나고 중수청장 인사청문회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청문회 당일 오전에는 추 지사를 향해 "각자의 처지와 역할에 맞게 정확하게 하는 것,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추 지사는 전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김 후보자를 '친윤 검사'라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