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앞두고 AI에 연금상품 물었더니…뜻밖의 결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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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절반은 은행…AI 상위 6곳은 모두 증권사
금융·증권 177개 브랜드 분석…AI별 추천 순위도 엇갈려
실제 퇴직연금 시장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은행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연금상품 추천에서는 증권사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AI 브랜드 분석 전문기업 에이아이빅스랩이 14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일~지난 2일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금융·증권 분야 6개 부문 177개 브랜드의 AI 브랜드 경쟁력지수(AIBIX)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차이가 확인됐다.
분석 분야는 연금저축·IRP, 간편결제, 은행, 주식앱(MTS), 예적금·파킹통장, 신용카드 등이다. AIBIX는 생성형 AI 답변에서 특정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고 얼마나 먼저 언급되는지, 관련 자료가 답변 근거로 활용되는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조사 결과 각 부문 종합 1위는 미래에셋증권(연금저축·IRP), 네이버페이(간편결제), KB국민은행(은행), 키움증권(주식앱), 카카오뱅크(예적금·파킹통장), KB국민카드(신용카드)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553조 시장은 은행이 강자인데…AI 상위권은 증권사 독식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실제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와 AI 답변 속 브랜드 순위가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연금저축·IRP 부문 31개 브랜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59.3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증권(49.7점), 한국투자증권(44.6점), NH투자증권(36.4점), 키움증권(30.0점), KB증권(24.5점) 순으로 상위 6개 자리를 모두 증권사가 차지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 9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이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는 약 30%, 보험사는 약 19% 수준이다. 실제 관리하는 퇴직연금 자금은 은행에 가장 많이 몰려 있지만 AI 답변에서는 증권사의 존재감이 훨씬 두드러진 셈이다.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14.9점으로 8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보험사에서는 삼성생명이 7.5점으로 12위에 그쳤다. 다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과 개인의 연금저축·IRP 관련 AI 답변은 비교 기준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흥미로운 점은 AI 답변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와 가장 먼저 소개되는 브랜드가 달랐다는 사실이다. 연금저축·IRP 관련 전체 답변에 등장한 비율은 삼성증권이 69.2%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증권은 68.3%로 근소하게 뒤졌다. 그러나 답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비중은 미래에셋증권이 36.7%로 삼성증권(9.2%)보다 약 4배 높았다. 여러 금융사가 함께 소개되는 답변에서는 삼성증권이 조금 더 자주 이름을 올렸지만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미래에셋증권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어떤 AI를 이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랐다.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연금저축·IRP 종합 1위에 올랐지만 챗GPT와 클로드에서는 삼성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연금상품을 두고도 AI마다 브랜드 평가가 엇갈렸다.
이러한 순위 뒤집기는 주식앱에서도 나타났다. 주식앱 부문 종합 1위는 키움증권으로 66.5점을 기록했지만 답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비중은 토스증권이 37.5%로 가장 높았다. 특히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앱을 묻는 질문에서는 토스증권이, 주식 시세나 기업 정보를 확인하는 질문에서는 키움증권이 주로 먼저 등장했다. 같은 주식앱이라도 초보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를 찾는지, 투자 정보를 확인하려는지에 따라 AI가 앞세우는 브랜드가 달라진 것이다.
은행 부문에서도 종합 순위와 첫 언급 순위는 일치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 67.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지만 AI 답변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35.0%로 가장 높았다. AI 답변에 전반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과 소비자가 질문했을 때 맨 앞에 소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간편결제는 네이버페이 독주…은행·카드사는 실제 시장 비중과 딴판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실제 시장 비중과 AI 답변 속 언급 비중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하루 평균 이용액은 1조 2264억 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카드사 서비스가 약 21%를 차지했다.
하지만 KB Pay와 신한 SOL페이 등 은행·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 9곳의 AI 답변 내 언급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1.1%에 불과했다. 실제 결제 시장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들이 AI 답변에서는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반면 네이버페이는 76.1점으로 간편결제 부문 종합 1위에 올랐다. 특히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AI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해 다른 분야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적금·파킹통장 부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카카오뱅크가 59.2점으로 1위에 올랐고 토스뱅크(43.6점), 케이뱅크(41.5점)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다만 파킹통장 금리를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에서는 저축은행의 언급이 두드러졌다. 브랜드의 전반적인 경쟁력과 특정 조건을 제시했을 때의 추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KB국민카드가 48.8점으로 24개 브랜드 가운데 종합 1위에 올랐다. 삼성카드(41.5점)와 신한카드(41.0점)가 뒤를 이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KB국민카드가 공식 홈페이지와 KB금융그룹의 금융 콘텐츠 플랫폼 'KB의 생각(KBthink)', 티스토리 등을 통해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KB의 생각'과 티스토리 콘텐츠가 AI 답변의 근거 자료로 활용된 사례가 확인됐다. 온라인에 축적된 금융상품 관련 정보가 AI 답변 속 브랜드 노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어떤 AI에 질문하느냐에 따라 1위 브랜드가 달라지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금융·증권 6개 부문 가운데 4개에서 AI별 종합 1위가 서로 달랐다. 4개 AI가 모두 동일한 브랜드를 1위로 평가한 분야는 간편결제의 네이버페이와 예적금·파킹통장의 카카오뱅크 두 곳뿐이었다. 연금상품부터 은행, 신용카드까지 나머지 분야에서는 AI마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1위에 올랐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실제 금융시장의 점유율과 AI 답변의 언급 비중에는 차이가 있다"며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질문 목적과 AI 종류에 따라 먼저 등장하는 브랜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는 상품 조건과 혜택을 알기 쉽게 제공해야 하며, 소비자도 세액공제 조건이나 금리 등을 공식 안내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AIBIX 순위는 AI 답변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고 얼마나 앞에 배치되는지를 분석한 결과로 금융상품 자체의 우수성이나 실제 수익률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 AI가 특정 금융사를 가장 먼저 추천했다고 해서 해당 금융사의 연금상품이 모든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연금저축이나 IRP 가입을 결정할 때는 세액공제 조건과 수수료, 투자 가능 상품, 중도 인출 제한 등을 직접 비교해야 한다. AI의 추천 순위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되 실제 가입 조건은 해당 금융사의 공식 안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