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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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꺼낸 ‘정상 가족’ 논쟁…법과 제도는 어디까지 달라질까
이재명 대통령이 결혼한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을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 관행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혼인신고를 한 남녀 부부를 정상으로 규정하면 그 밖의 가족 형태는 비정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부모 가족과 비혼 출산 가정,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커플 등 다양한 생활 형태를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제도로 보호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남녀가 결혼식과 혼인 신고를 하고 사는 것을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 외의 가족은 비정상이라는 뜻”이라며 용어 변경을 제안했다. 이어 전통적인 가족과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구분하더라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방식으로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를 넘어 가족의 범위를 법과 제도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자는 요구가 이어져 왔지만, 가족의 법적 정의를 바꾸는 일은 상속과 부양, 주거 지원, 의료·돌봄 등 여러 제도와 연결된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적 권리의 확대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상 가족’이라는 말, 무엇이 문제인가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법률혼 관계의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인식돼 왔다.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함께 생활하는 형태가 대표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여겨졌고, 가족정책도 혼인과 출산, 자녀 양육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실제 가구 구성은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집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804만4948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2015년 27.2%였던 비중이 10년 사이 8.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세 가구 가운데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생활하는 가구인 셈이다.
가족의 형태도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이혼이나 사별 이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 재혼 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등이 존재한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이나 자녀 없이 생활하는 부부도 있다. 혼자 살면서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거나,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과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특정한 형태만 바람직하거나 온전한 가족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한부모 가족이나 비혼 출산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가 자신의 가족을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형태로 받아들이거나, 가족 구성원이 사회적 편견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상 가족’이 모든 법률에 공통으로 규정된 공식적인 법률 용어인 것은 아니다. 이번 논의는 일상과 정책에서 사용되는 표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법률이 가족을 어떤 관계로 정의하고 보호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현행법이 정의하는 '가족'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다. 같은 조항은 가정을 가족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로 규정하고, 1인 가구도 별도의 생활단위로 정의한다.
이 법의 가족 정의에 따르면 혼인이나 혈연, 입양으로 연결되지 않은 동거인은 함께 생활하더라도 그 관계만으로 법률상 가족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법률혼 관계가 아닌 사람이나 한부모 가족이 모든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부모가족지원법 등 개별 법률은 별도의 요건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하고 있으며, 자녀의 권리와 부모의 양육 책임 역시 관련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특정한 복지 지원을 받을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모든 구성원에게 모든 지원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특정 관계가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제도에서 별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혼 배우자에게는 상속이나 재산 관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등에서 법적 지위가 부여된다. 반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인은 함께 생활하고 서로를 돌보더라도 배우자에게 인정되는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 응급상황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거나 주거·복지 지원을 신청할 때도 해당 제도의 기준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따라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는 단순히 가족의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지, 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구성원 사이에 어떤 권리와 책임을 부여할 것인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려는 정책은 이미 추진돼 왔다
정부 차원에서 가족의 다양성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논의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21년 발표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모든 가족, 모든 가족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한부모·다문화 가족 등 특정 유형의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을 담았다.
당시 정부는 비혼 동거 관계와 위탁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정책적으로 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책 계획에 방향을 담는 것과 법률을 개정해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별개의 절차다. 가족의 법적 범위와 관련된 제도 개선은 법률 개정과 관계 부처 협의, 사회적 논의 등을 거쳐야 한다.
2026년 정부의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가족 형태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비혼 동거 등 다양한 관계를 반영해 가족의 법적 범위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미혼부의 출생신고와 자녀 양육을 둘러싼 제도 개선도 추진 과제로 다뤄졌다. 구체적인 제도 변경은 개별 과제의 추진 상황과 법 개정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흐름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표현과 법·제도 사이의 간극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상 가족’이라는 표현을 바꾸는 것은 인식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권리 확대를 위해서는 가족의 정의와 지원 대상, 제도별 적용 기준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 범위를 넓히면 무엇이 달라질까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관계가 달라질 경우 어떤 권리와 책임이 생기는지다. 비혼 동거 관계를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면 관계를 등록하거나 증명하는 방법, 관계가 종료됐을 때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한쪽이 상대방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지 등을 정해야 한다.
의료와 돌봄도 관련 쟁점이다. 함께 생활하며 오랫동안 서로를 돌본 사람이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료정보를 전달받거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면, 해당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다. 다만 가족관계의 인정 범위가 달라지더라도 의료정보 접근과 대리 결정 등은 별도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주거와 복지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제도는 혼인관계나 법률상 가족관계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판단한다. 가족의 범위가 확대되면 기존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생활공동체가 새로운 제도적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원 기준과 재정 부담,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반면 가족의 법적 범위를 확대하는 데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상속과 부양 의무, 재산 분할 등 기존 가족법 체계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관계를 등록·해소하는 절차가 불명확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특정한 가족 형태를 무조건 우대하거나 배제하는 데 있지 않다. 가족 구성원이 실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는지, 법적 보호가 필요한 상황은 무엇인지, 그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저출생 대응과 가족 인식 변화는 어떻게 연결되나
이 대통령은 이날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한 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특정한 가족 형태에만 연결하지 않고 다양한 생활 방식 속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저출생 문제는 출산 지원금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주거비와 고용 불안, 장시간 노동, 양육 부담, 돌봄 공백 등 여러 요인이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한부모 가정이나 비혼 출산 가정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다면 자녀 양육 환경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돌봄 지원과 관련해서도 공공이 일정 기간 생산적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하는 사람에게 일정 기간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문제와 더불어 양육과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고 해서 결혼과 자녀 양육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혼 가족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자녀가 부모의 혼인 여부나 가족 구성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정책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정상 가족’ 용어 변경은 표현을 바꾸는 데서 출발하지만, 실제 변화는 법률상 가족의 범위와 제도별 권리·의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사회적 논의를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어떤 관계를 보호할지뿐 아니라 그 관계에 어떤 책임을 부여할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