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꿀팁] 밤 동선을 걸어보세요, '충전선' 하나가 낙상 위험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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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부터 욕실까지 밤에 걷는 길을 한 줄로 점검하는 방법
러그·전선·욕실 바닥·조명을 점검표로 확인한다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고 전기히터를 거실로 옮기는 상강 무렵이면, 여름 내내 비어 있던 바닥에 물건이 하나둘 늘어난다. 낮에는 눈에 보여도 한밤중 화장실로 가는 길에는 불을 켜지 않은 채 걷다 발끝이 걸리기 쉽다. 집 안 미끄럼·낙상 사고를 줄이는 첫걸음은 방마다 따로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실제로 걷는 길을 한 줄로 이어 점검하는 일이다.
방별 대청소보다 현관에서 시작하는 밤길 한 줄 점검이 먼저다
방 하나를 말끔히 치워도 방과 방 사이 통로가 막혀 있으면 사고는 그 틈에서 난다. 점검은 현관 앞에 서서 시작한다. 밤에 실제로 쓰는 경로, 즉 현관에서 거실을 지나 침실과 욕실로 이어지는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걸어 본다. 이때 발에 걸리거나 몸을 비틀어야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그 자리가 첫 번째 점검 대상이다.
통로에서 치울 것은 정해져 있다. 뜯지 않은 택배 상자와 바닥에 놓인 충전 케이블, 벗어 둔 신발,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가방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 가정용 노인 낙상 예방 점검표도 통로의 전선·상자·신문지처럼 걸려 넘어질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유지하라고 안내한다. 현관이 좁은 아파트나 빌라라면 신발이 신발장 밖으로 밀려 나오기 쉬우니, 오늘 신지 않을 신발은 안으로 넣어 두는 것만으로도 통로 폭이 달라진다.
점검표의 큰 틀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걷는 길이 비어 있는지, 조명이 충분히 밝은지, 가구가 흔들리지 않는지, 바닥이 마르고 미끄럽지 않은지다. 이 네 칸을 현관에서 침실, 욕실 순서로 따라가며 하나씩 확인하면 노인뿐 아니라 야간에 움직이는 아이와 성인 가족까지 한 번에 살필 수 있다.

러그 모서리와 바닥 전선은 밤길에서 가장 먼저 발에 걸린다
거실과 침실에 깐 러그는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가는 순간 문턱 역할을 한다. 모서리가 말리는 러그는 바닥에 단단히 고정하거나 아예 치워 두는 쪽이 안전하다. 발을 끌며 걷는 사람이나 슬리퍼를 신고 걷는 사람에게는 1~2cm의 들뜸도 충분히 위험하다. 고정이 어렵다면 걷는 길에서 벗어난 자리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바닥을 가로지르는 전선도 마찬가지다. 침실에서 욕실로 가는 길에 휴대전화 충전선이나 멀티탭 전선, 히터 전선이 가로놓이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전선은 벽 쪽으로 붙여 사람이 걷는 길 바깥으로 돌리고, 부득이하게 길을 지나야 하면 눈에 띄도록 정리해 둔다. 열이 나는 가전의 전선은 이불이나 짐에 눌리지 않게 두어야 한다.
이 구간에서 흔히 놓치는 것이 침대 옆이다. 침대에서 내려 첫발을 딛는 자리에 슬리퍼, 책, 충전기가 놓여 있으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대로 걸린다. 일어나 첫발을 딛는 바닥은 비워 두고, 슬리퍼는 발이 닿는 방향에 가지런히 놓아 둔다.

욕실 바닥 물기는 닦고 미끄럼 방지 매트는 밀리는지 눌러서 확인한다
욕실은 같은 동선 안에서 가장 미끄러운 곳이다. 샤워를 마친 뒤 고인 물은 수건이나 밀대로 닦아 바닥이 마른 상태로 두고, 문 앞 발매트는 젖어 있지 않은지 살핀다. 물기를 닦는 일은 몇십 초면 끝나지만, 한밤중 젖은 타일을 맨발로 밟는 위험은 그 몇십 초로 크게 줄어든다.
미끄럼 방지 매트는 깔려 있다는 사실보다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발로 눌러 밀어 보아 매트가 미끄러지거나 가장자리가 들뜨면 오히려 걸림 물건이 된다. 바닥에 안정적으로 붙지 않는 매트는 새것으로 바꾼다. 욕실 슬리퍼도 바닥이 닳아 매끈해졌는지 함께 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욕조·샤워 부스 안팎과 변기 옆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계단에는 양쪽 난간을 두라고 안내한다. 국내 아파트는 실내 계단이 없는 구조가 대부분이라 난간 항목은 복층이나 계단이 있는 빌라에서 해당된다. 욕실 안전손잡이는 벽에 고정하는 방식이라 벽 재질과 설치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임차 주택이라면 설치 전에 집주인과 상의하는 것이 순서다.
조명과 가구, 손이 닿는 높이까지 맞추면 의자에 올라설 일이 없다
어두운 곳은 걸림 물건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침실에서 욕실로 가는 길처럼 한밤에 걷는 구간에는 야간 조명을 두고, 전구가 어둡다면 더 밝은 것으로 바꾼다. CDC도 집 안에 빛이 충분하도록 전구를 늘리거나 더 밝은 것으로 교체하라고 안내한다. 콘센트에 꽂는 센서형 야간등처럼 사람이 지나가면 켜지는 제품은 불을 켜러 더듬거릴 일을 없애 준다.
가구는 흔들리는지 직접 짚어 확인한다. 식탁 의자와 탁자가 덜컹거리지 않는지, 일어설 때 기대는 가구가 몸무게를 받쳐 주는지 본다. 자주 쓰는 물건은 허리에서 어깨 사이 높이에 두어야 가족이 의자나 발받침에 올라서지 않는다. 특히 바퀴 달린 사무용 의자를 높은 선반에 닿는 디딤대로 쓰는 것은 금물이다. 의자가 굴러가는 순간 곧바로 추락으로 이어진다.
노인이 있는 집이라면 안경도 동선의 일부다. 안경은 깨끗이 닦아 침대 옆 손이 닿는 자리에 맞는 도수의 것으로 두어야 한밤에 더듬거리지 않는다. 눈 검진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받고 안경은 필요하면 새로 맞추는 것이 좋으며, 다초점 렌즈는 거리 감각을 왜곡할 수 있어 걸을 때 쓸 먼 거리용 안경을 따로 두는 방안이 도움이 된다. 어지럼이나 졸음을 일으키는 약이 있는지는 의사나 약사에게 처방약과 일반의약품을 함께 보여 주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불과 난방기를 꺼낸 날은 점검표를 처음부터 다시 돌린다
늦가을에는 계절 물건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여름 이불을 넣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며, 히터를 놓고, 수납 상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통로가 좁아진다. 여름에는 안전했던 길도 이런 재배치 한 번이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물건을 옮긴 날에는 현관부터 욕실까지 점검을 다시 한다.
가족 모두가 점검에 참여하면 사각지대가 줄어든다. 가족 한 사람이 위험 요소를 하나씩 찾아 말하도록 하고, 누군가 고치겠지 하고 넘기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아이는 낮은 높이의 걸림 물건을, 키 큰 성인은 높은 선반 위치를 더 잘 본다. 점검 결과는 냉장고 문에 적어 두면 바로 고쳤는지 확인하기 쉽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24에는 자율안전점검 메뉴 아래 우리집안전점검 항목이 마련되어 있다. 낙상 점검을 마쳤다면 집의 다른 위험 요소도 이 메뉴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다.

넘어졌다면 일으키기 전에 상태부터 살핀다
예방에 힘을 쏟는 이유는 노년기 낙상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노인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관련 입원은 해마다 약 30만 건이다. 2019년 미국에서는 고관절 골절로 인한 사망의 83%, 고관절 골절 때문에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한 경우의 88%가 낙상에서 비롯됐다. 고관절 골절은 회복이 어렵고 이후 혼자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는 미국 통계이며, 국내 수치는 이 글에서 따로 인용하지 않는다.
넘어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요령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넘어진 사람이 머리·등·목·고관절을 다쳤을 수 있거나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응급번호로 전화하라고 안내한다. 영국의 번호는 999이고, 국내에서는 119에 해당한다. 다친 사람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 주고, 일어날 수 있으면 조심스럽게 돕되 혼자서 들어 올리려 하지 않는다.
점검표를 요약하면 현관 통로 비우기, 러그 모서리 고정, 바닥 전선 정리, 욕실 물기 닦기, 매트 밀림 확인, 야간 조명 설치, 가구 흔들림 확인, 자주 쓰는 물건 높이 조정, 계절 물건 재배치 후 재점검이다. 이 아홉 가지를 이번 주말 집 안 동선에 한 번씩 대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