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로까지... 트럼프 대통령 앞날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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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다 내주면 탄핵론 현실화?
미국 중간선거 투표일(현지시각으로 11월 3일)까지 3주가 채 남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선거 다음 날을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이 어떤 모습일지가 이번 선거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원 역시 민주당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내주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탄핵소추와 실제 파면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다.

선거 판세를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24~28일 NORC의 아메리스피크 패널에 속한 미국 성인 2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달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3명꼴에 그쳤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2.9%포인트다.
경제 분야 성적표는 더 나빴다. 경제 정책 지지율은 26%로 집권 이후 최저치였다. 생활비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7%에 머물렀다. 응답자의 65%는 높은 물가의 책임이 대통령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더 있다고 답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싸울 가치가 없었다는 응답은 69%로 7월 조사 때 64%보다 늘었다. 새로 부과한 관세가 지나쳤다는 응답도 64%였다. 휘발유 값 부담을 '매우' 또는 '극도로' 걱정한다는 응답은 절반가량으로 7월 39%보다 높아졌다.

물가 지표도 여당에 불리하다. 미국 노동부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원은 민주당 유력, 상원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하원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빠르게 기우는 흐름이다. 미국의 대표적 선거 분석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이달 들어 하원 선거구 판세 평가를 잇달아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정했다. 9일(현지시간) 18개 선거구, 16일 11개 선거구의 판세가 민주당 쪽으로 옮겨졌다. 하원 전망이 어두워지자 공화당 계열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상원을 '방화벽'으로 삼아 상원 선거에 화력을 모으고 있다.
공화당이 최후의 보루로 삼은 상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 구도다. 민주당이 과반인 51석을 확보하려면 4석을 순증해야 한다. 50대 50으로 갈리면 상원의장을 겸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선거분석업체 디시전데스크HQ의 예측 모델은 16일 기준으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확률을 56%, 공화당은 44%로 봤다. 예상 의석은 민주당 51석, 공화당 49석으로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는 시나리오다. 같은 모델의 14일 자료를 보면 민주당 승리 확률은 미시간이 70%, 알래스카가 62%, 텍사스가 56%, 메인이 54%, 오하이오가 51%였다. 현재 공화당이 의석을 가진 알래스카·텍사스·메인·오하이오에서 민주당이 근소하게나마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당수 지역의 승리 확률이 50%대 초중반이다. 막판 표심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여지는 남아 있다.
자금 흐름도 민주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 3분기(7~9월) 모금 실적을 보면 경합 9개 주에서 민주당 상원 후보들이 모두 공화당 후보보다 많은 돈을 모았다. 텍사스에서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6400만달러를 모아 켄 팩스턴 공화당 후보(18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메인에서는 트로이 잭슨 민주당 후보가 2040만달러를 모아 현역인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520만달러)을 넘어섰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로이 쿠퍼 민주당 후보가 2000만달러,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 후보가 200만달러를 모았다.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은 탈라리코 후보의 모금액을 전해 듣고 "맙소사, 세상에"라고 반응했다. 다만 슈퍼팩 자금은 공화당 쪽이 더 많다.
하원 탄핵소추 가능해도 상원 3분의 2 벽은 높아
선거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탄핵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이 가능성을 먼저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연찬회에서 "중간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들은 나를 탄핵할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탄핵 절차는 두 단계다. 하원은 재적 과반 찬성만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탄핵소추 자체는 숫자상 가능해진다. 문제는 상원이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상원 탄핵심판에서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예상대로 상원에서 51석을 얻더라도 공화당에서 최소 16명이 이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지만 두 번 모두 상원 표결에서 파면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넘지 못해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 안에서도 탄핵 추진을 두고는 신중론과 강경론이 엇갈린다.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으로 유력한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메릴랜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권한 침해 등 이미 여러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래스킨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상원 3분의 2 요건을 매우 냉정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래스킨 의원은 탄핵에 대해 "집착의 대상은 아니지만 결코 금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이 "테이블 위에 있지도, 치워져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상원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면 하원이 넘긴 탄핵소추안을 심리 없이 기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4년 하원 공화당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을 탄핵소추했을 때 상원 민주당이 같은 방식으로 기각한 전례가 있다. 반대로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가면 이런 방법은 쓸 수 없다. 탄핵심판이 열리더라도 파면에 필요한 67표를 채우기는 어렵다. 하원의 탄핵소추는 현실적인 시나리오지만 실제 파면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분점정부 땐 예산·이란전·관세 놓고 정면충돌
탄핵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 의회는 예산 편성과 집행 감시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하원 다수당은 상임위원회를 통해 청문회를 열고 행정부에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다.
하원 민주당은 새 의회 개원 직후 100시간 안에 착수할 ‘100일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생활비 부담 완화와 행정부 견제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세액공제 복원, 공화당 감세·지출법에 따른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삭감 철회, 이란 전쟁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철회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하원 감독위원회와 법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행정부를 겨냥한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하원의장에 오른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감당할 수 있는 미국을 위한 싸움, 그것이 전국의 민주당원을 하나로 묶는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표결을 여러 차례 밀어붙였다. 앞으로도 전쟁권한 결의안을 추가로 내 행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관세를 되돌리고 행정부로 넘어간 의회 권한을 되찾기 위한 법안도 준비해 둔 상태다. 상원까지 민주당이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각료와 연방 판사 인준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거부권이라는 무기가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되살리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차지하더라도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최종 관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법안은 막히고 거부권은 쌓이는 교착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은 기존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앞으로 2년 동안 우리가 할 일은 지금까지 해온 일과 정확히 같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2기였던 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부시 대통령은 분점정부 아래서 남은 임기를 마쳤다.
탄핵 문제는 2028년 대선과도 맞물려 있다. 밴스 부통령은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힌다. 민주당 잠룡들의 입장도 갈린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지난 4일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탄핵이 아닌 조사를 지지한다며 "탄핵은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선 도전을 저울질하는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탄핵을 지지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도 탄핵 찬성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