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해버린 유홍준... 해임당하기 전에 물러나 입 처닫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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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유홍준은 이야기꾼일 뿐 역사학자 아냐” 직격
“박물관 역량 부족 아니라 관장 자신이 검증 못한 것”

박종인 작가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향해 "해임당하기 전에 알아서 대한민국 관장 벼슬을 내려놓고 초야로 가서 입 처닫고 살아라"며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의 글씨라며 전시했다가 친일파의 글씨로 드러나 철거한 유묵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디지털 크리에이터 박 작가는 16일 페이스북에 '상상을 초월해버린 유홍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작가는 이 글에서 이번 전시 논란을 시작으로 유 관장이 과거 저서와 강연,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역사학자로서 자질을 문제 삼았다.

문제가 된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선보인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이다. 박물관은 '한인(韓人) 박원근' 서명을 근거로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라고 소개했다. 유족이 전시실에서 오열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 박원근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박물관은 유묵을 철거했다. 검증을 거쳐 박중양의 글씨라는 결론도 내렸다.

박 작가는 "유홍준은 언론 공개회에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영규대사 말이라며 '크게 감동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며 "가짜였다"고 적었다. 그는 "글씨를 쓴 사람은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니라 친일파로 규정된 박중양이었다"며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사용한 이름이 박원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 7명이 검증해 내린 결론에 박물관은 전시품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실록에 적힌 영규대사 말은 '一飯皆是國恩'으로 皆가 더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유묵이 유 관장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박물관은 자료에서 "관장(의)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해 전시에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일반시국은'이라는 서예 작품은 유홍준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유물을 샀다. 시작가 1만원에 나온 유물은 5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당시엔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박물관은 "비교할 수 있는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품이 전무한 점, 소장자의 전언 등을 종합해 박원근 지사의 작품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박 작가는 사과의 주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박물관과 유 관장은 그동안 네 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소장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 관장은 지난달 10일 강연에서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박 작가는 "사과의 주어가 달라져야 한다"며 "박물관 역량 부족이 아니라, 관장 자신이 추천한 자기 소장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조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고 전문인력을 보충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소장 사실을 허윤희 조선일보 기자가 처음 보도한 것을 두고는 "이 특종 아니면 비겁한 침묵 속에 파묻힐 사기극"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2021년 유 관장과 직접 통화한 일화도 소개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가던 길에 전남 해남 대흥사에 들러 원교 이광사의 현판을 떼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유 관장은 이 일화를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실었다. 박 작가는 "제주 유배 경로와 일정을 따져 보면 대흥사에 들렀다는 이야기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에 따르면 유 관장은 당시 통화에서 "전설도 사람들이 믿게 되면 사실이 된다. 따라서 굳이 '전설에 따르면'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박 작가는 "놀라운 역사관"이라며 "전설이 아무리 널리 퍼져도 전설은 전설이다. 역사학자는 그 둘을 구분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 뉴스1

호찌민 일화도 도마 위에 올렸다. 유 관장은 1993년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베트민의 호찌민이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조선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필독의 서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고 썼다. 박 작가는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1988년 고은 시인이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유명인 입을 거치고 베스트셀러에 실리면 진실처럼 유통된다"며 "유홍준은 그 유통에 기여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용산공원 관련 발언도 거론했다. 유 관장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던 2020년 1월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용산공원 안에서 조선시대 남단(南壇) 유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그가 남단 유구라고 지목한 시설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포병대의 군마 위령탑과 그 기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홍준은 용산공원 안에 있는 산 이름이 용산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용산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며 "그 산 이름은 둔지산"이라고 지적했다.

박 작가는 "추사 이야기는 동선과 일정 문제였다. 호찌민 이야기는 사료 문제였다. 남단 이야기는 유구 정체 문제였다. 용산 이야기는 지리와 지명 문제였다"며 "유홍준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선택했고, 검증은 생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야기꾼과 역사학자는 다르다"며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역사학자는 재미를 위해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유 관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당신 소장품을 전시에 추천해 놓고, 왜 그 사실을 사과할 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글씨 주인공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급자들의 검증 요구를 배척하고 관장의 권위로 추천했는가"라고 따졌다. 그는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었다는 사과가 본인이 쪽팔리지 않나. 그 말을 들은 하급자들의 맹렬한 분노를 상상하지 못했나”라고도 했다.

박 작가는 유 관장이 같은 전시에 낸 다른 소장품과 이번 유묵의 처리 방식이 달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박영효와 김가진 글씨는 공개적으로 출품해 놓고 이 글씨는 왜 익명 속에 기어들어 갔나"라고 물었다. 이어 "박영효 김가진 유묵 안내문에 멀쩡하게 박혀 있던 당신 이름은 왜 지웠지?"라고 반문했다.

이번 전시의 피해자로는 애국지사 박원근의 후손을 꼽았다. 박 작가는 "잘못된 설명을 듣고 감동한 사람들 가운데는 애국지사 박원근 후손도 있었다"며 "후손은 전시를 관람하고 감격에 벅차 통곡했다. 이들한테 어떻게 배상할래"라고 적었다.

박 작가는 "아무리 유명한 학자가 감동했다고 말해도, 아무리 권위 있는 국립박물관에 전시해도, 친일파 글씨가 애국지사 글씨로 바뀌지는 않는다"며 "사실은 다수결로 결정되지 않는다. 권위가 가짜를 사실로 만들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저서에 실린 오류와 국가기관 이름으로 공표된 오류는 무게가 다르다"며 "입발린 사과는 듣기 싫다"고 했다.

박물관은 소장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유 관장은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865점을 기증한 바 있으며, 추후 '일반시국은' 유묵 또한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1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