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학 졸업장 필요 없어...20대로 돌아가면 '이것'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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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 없어도 AI 시대 생존한다, 최태원이 말하는 이유
실험하고 실패하라, AI 시대 인재가 갖춰야 할 6가지 역량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역시 지식을 전달하는 곳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실험하고 실패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나왔건 안 나왔건 AI 쓰는 건 비슷해질 것”
최 회장은 지난 16일 늦은 오후 방영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강연에서 대학 교육의 미래를 묻는 청년에게 “AI 시대에 학교는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실험하는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며 “굳이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있으면 여러분이 대학을 나왔건 안 나왔건 AI를 쓰는 일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에 다니는 동안 회사나 조직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여러 상황에 부딪혀 본 사람이 기업에서 더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가르쳐 주는 내용을 익히고 열심히 공부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그냥 가르쳐 주는 것을 배워서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태도는 사라져야 한다”며 “배운다는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가 되면 내가 AI를 가지고 무엇이든 만들어 보라, 이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직접 결과물을 만들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6가지 역량
최 회장은 AI 시대에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문제 해결 능력, 질문을 던지는 능력, 생각하는 힘, 공감하는 힘, 적응 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정답을 외우고 주어진 지시를 수행하는 데 그치기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 AI를 활용하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역량을 갖춘 사람에게 기업과 사회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하고, 사람들의 필요를 이해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방법을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같은 강연에서 AI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생각하는 힘, 공감 능력,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르는 ‘적응의 근육’, 보디 스킬을 제시했다.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와 인류, 조직이 겪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찾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 노동은 개인의 선택”…급격한 변화에는 우려
최 회장은 AI가 확산하면서 노동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는 개인이 특정 회사에 고용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일할 회사와 프로젝트, 업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누구에게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회사를 선택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지 자유도가 늘어날 수 있는 선택권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노동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변화가 지나치게 빠르면 대량 해고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하나씩 실험을 해야 하고 여기에 회사나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그에 맞춰 제도와 업무 방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대한민국이 AI 국가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변화에 가능한 한 빨리 적응해야 한다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수록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일과 삶의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있다면 20대로 돌아가 창업할 것”
최 회장은 AI 시대에 창업이 갖는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AI를 가지고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창업을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나 인류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아 문제를 예로 들면서는 기존의 농업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하거나 영양제와 인공식품 등을 만들어 식량 문제를 풀어 보겠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과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5일간 방영된 EBS 강연에서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사회문제를 경제가 해결할 수 있는지, AI 네이티브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왜 필요한지 등을 다뤘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성과를 낸 사람에게 세금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회적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도록 하면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단순한 연대를 넘어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에너지를 첫 번째 협력 분야로 제시하며 양국이 에너지를 공동 구매하고 저장시설을 함께 활용하면 비용을 5~1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 잇따라…대학 논술시험까지 번져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AI 기술을 시험 부정행위에 이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 생성형 AI 기능 등을 결합한 스마트 안경은 착용자가 바라보는 문제를 촬영하고 내용을 분석해 답을 확인하거나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외관이 일반 안경과 비슷한 제품도 있어 시험 감독관이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0월에는 대학 입시 논술시험에서 AI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달아 적발됐다. 서울시립대에서는 10월 3일 자연과학계열 논술시험에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됐다. 해당 수험생은 시험 전 신분 확인 과정에서는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 중 스마트 안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는 수험생을 퇴실시키고 향후 3년간 해당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했다.
연세대에서도 10월 10일 서울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 중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됐다. 해당 수험생 역시 감독관이 확인할 때는 일반 안경을 썼다가 시험 시작 이후 스마트 안경으로 바꿔 착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독관이 안경의 외형이 달라진 점을 발견해 고사본부에 알렸으며, 연세대는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AI 스마트 안경 논란은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문제와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AI를 이용해 복잡한 문제를 풀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우는 일과, 시험에서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AI의 답을 얻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최 회장이 강조한 실험과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서도 AI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과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일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