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개월 만에 1328원 터치…글로벌 달러 강세 압력 집어삼킨 '큰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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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호조가 원화 급등의 주역? 2년 만에 최저 환율
글로벌 달러 강세 속 원화만 독주…비결은 수출기업 달러 매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와 무역수지 흑자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인덱스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국면에서도 원화 가치는 독자적인 강세를 이어갔으며, 원·엔 재정환율 역시 18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들어 1일부터 16일까지 12거래일간 원·달러 환율 평균(오후 3시 30분 기준)은 1342.6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9월 기록한 월평균 1332.8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7시 20분께 1328.9원까지 밀려나며 1320원대로 내려섰고 장중 연저점을 새로 썼다. 2024년 10월 2일 기록한 1317.1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다. 주요 은행 고시 환율 기준 미국 달러 환율은 1336.20원으로 전일 대비 1.80원(0.13%)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안 요인에 따라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3월에는 중동 지역 무력 충돌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며 월평균 1492.5원까지 치솟았다. 6월 들어서는 국제 유가 급등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맞물려 월평균 1528.0원까지 폭등하며 연고점을 형성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외환시장 기류가 급반전된 결정적 분기점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었다. 대규모 달러 유입 계기가 마련되자 반도체를 필두로 한 주요 수출기업들이 보유하던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네고 물량을 공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과잉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원·달러 월평균 환율은 7월 1488.9원으로 내려앉았다. 8월 1404.4원에 이어 9월 1358.8원으로 계단식 급락을 거듭했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국내 거시경제 기초 체력과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도 원화 강세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국내 경제가 3%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겨냥한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시장 신뢰를 견인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환율 안정 배경으로 지난 7월과 8월 단행된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직접 지목했다. 신 총재는 향후 외환시장 흐름에 대해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공식 평가했다.

이번 원화 절상 흐름은 국제 금융시장의 전형적인 공식에서 벗어난 탈동조화 현상이라는 점에서 외환 전문가들의 이목을 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금리 상승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선에서 102선까지 뛰어올랐다. 통상 달러인덱스 상승은 신흥국 통화 약세와 원·달러 환율 동반 상승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국면에서는 국내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평가받은 데다 수출기업의 막대한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글로벌 달러 강세 압력을 완전히 상쇄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을 거스른 원화의 독자적 강세였다.
원화 가치의 가파른 반등은 원·엔 재정환율(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는 엔화를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을 매개로 간접 산출한 교환 비율)의 기록적 폭락으로 직결됐다. 10월 원·엔 재정환율 월평균은 100엔당 849.0원으로 집계되어 2007년 12월 평균인 829.2원 이후 18년 10개월(약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장중에는 100엔당 839.91원까지 추락하며 2008년 1월 2일 833.4원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엔 환율 급락은 원화 강세와 일본 엔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는 동안 엔·달러 환율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횡보세를 보이면서 원화 대비 엔화의 상대적 가치가 빠르게 절하됐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 고시 환율 기준으로도 일본 100엔당 가격은 846.26원으로 1.57원(0.19%) 하락했고, 유럽 유로 환율 역시 1500.22원으로 2.15원(0.14%) 내렸다.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