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여자 의사 중 싸움 1짱' 소아과의사 서려경, 진짜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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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세계 챔피언 오른 서려경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프로 복서 생활을 함께해 온 서려경(35·천안비트손정오복싱)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두 차례 세계 타이틀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KO승으로 정상에 섰다.

19일 복싱계에 따르면 서려경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여성국제복싱협회(WIBA) 여자 미니멈급(47.6kg) 세계 타이틀전에서 태국의 위수타 스리리티뎃(25)을 3라운드 KO로 꺾었다. 스리리티뎃은 세계복싱평의회(WBC) 아톰급 아시아 챔피언이다.
경기 흐름은 일찌감치 서려경 쪽으로 기울었다. 서려경은 2라운드와 3라운드에 잇따라 다운을 빼앗았다. 3라운드 시작 43초 만에 박재신 주심이 상대가 더는 경기를 이어 갈 수 없다고 보고 경기를 중단했다.
프로 데뷔 후 15번째 경기에서 따낸 첫 세계 타이틀이다. 이번 승리로 서려경의 프로 전적은 11승 3무 1패가 됐다. 11승 가운데 8승을 KO로 거뒀다. 아직 KO패를 당한 적은 없다. 현재 세계복싱협회(WBA) 미니멈급 랭킹 2위, 세계복싱기구(WBO) 미니플라이급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인터뷰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기 뒤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찍은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번 타이틀전을 앞두고 서려경은 승부수를 띄웠다. 병원 근무시간을 줄여 가며 훈련에 매달렸다. 그는 "챔피언을 위해 근무시간까지 줄여 가며 주 5~6일 강훈련을 소화했는데 빛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서려경에게 특별한 해가 됐다. 서려경은 올해 3월 WBA 여자 미니멈급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다. 7개월 만에 세계 타이틀까지 손에 넣으며 의사와 복서를 겸하는 '투잡' 생활에서 다시 한번 성과를 냈다.

주변의 걱정을 이겨 낸 결과이기도 하다. 복싱은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이다. 챔피언이 되기 전까지 "그만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서려경은 “(지인들은)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말씀을 주셨지만 사실 저는 열심히 훈련하는데 사기가 꺾일 정도로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체육관에 가서 묵묵히 운동을 했는데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세계 정상에 선 서려경의 눈은 벌써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세계 복싱 4대 기구로 꼽히는 WBA와 WBC, 국제복싱연맹(IBF), WBO의 챔피언 타이틀이 새 목표다. 서려경은 "제가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지만 아직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며 "은퇴했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제 몸이 따라 주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두 번의 아쉬움 끝에 거둔 결실이다. 서려경은 2024년 3월 이번 경기와 같은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WIBA 미니멈급 세계 타이틀에 처음 도전했다. 일본의 요시카와 리유나와 맞붙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946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설욕에 성공한 셈이다. 서려경은 경기 뒤 "바로 여기서 만족스럽지 못한, 좋지 않은 결과를 거둔 적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서려경은 두 번째 도전에선 판정패를 당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일본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WBA 여자 미니멈급 타이틀전에서 구로키 유코에게 0대3 판정으로 졌다. 심판 3명이 모두 94대96으로 구로키의 손을 들어줬다. 구로키는 2007년 데뷔해 WBC 미니멈급 챔피언과 WBA·WBO 아톰급 통합 챔피언을 지낸 일본 여자 복싱의 간판이다. 이 경기는 서려경의 프로 통산 유일한 패배로 남아 있다.
당시 서려경은 인스타그램에 "판정패했지만 멋진 경기를 해서 아쉬움은 없다"고 적었다. 그는 "당직을 서면서 운동을 힘들게 했고 앞으로 또 계속해 나갈 생각에 아득하지만 도전은 계속된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만에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됐다.
서려경은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다. 충남대 의대를 졸업했다. 키 165cm로 체급에 비해 큰 신장을 살린 장거리 타격과 묵직한 한 방이 강점으로 꼽힌다.
복싱은 서려경에게 버팀목이었다. 그는 전문의가 된 뒤 과중한 병원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려고 복싱을 시작했다. 서려경은 "의사 일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을 잘 돌보려면 나 스스로의 체력과 마음이 먼저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싱을 시작한 건 2018년이다. 20대 후반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늦깎이였다. 서려경은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제가 원래 운동을 좋아하니까 같이 일하시던 마취통증의학과 선배님이 추천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복싱 입문 계기를 밝혔다. 유재석은 당시 그를 "현역 여자 의사 중 싸움 1짱"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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