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발언에 분노 폭발…화 참지 않고 경기도청으로 ‘빨대 250개’ 보낸 개그맨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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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경기도민으로서 공분의 마음을 전해 본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항의하며 경기도지사 집무실 앞으로 빨대 250개를 배송한 개그맨이 있다.


그는 바로 대한민국의 시사 풍자 방송인이자 크리에이터 겸 개그맨인 이상민이다. 이상민은 다양한 유튜브, 라디오 채널에서 정치 풍자 성대모사 콘텐츠로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렸다.
이상민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한다"며 구매 내역을 공개했다. 주문 물품은 50개입 빨대 5묶음, 총 250개다. 배송지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내 경기도지사실로 지정했다.
앞서 지난 17일 이상민은 "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한다"며 “'소방은 재정 빨대'라고 말하는 경기도지사가 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여론의 뭇매에도 그녀는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외려 당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있다. 코미디보다 더 웃프고 참혹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지난 부천 화재에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은 결국 순직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을 남긴 다음 날 이상민은 배송 앱으로부터 빨대 250개가 배송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직접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집무실 문 앞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한 사람의 경기도민으로서 분노한 마음을 전해본다"고 적었다. 해시태그는 ‘#추미애 #빨대배송완료'였다. 이상민은 추 지사가 사과 입장을 밝힌 뒤에도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빨대 주문을 취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빨대 250개가 도지사 집무실까지 직접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민 본인도 집무실 문 앞까지 가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사진은 경기도청 배송 물품 보관함에 놓인 빨대 상자다.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이상민을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은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 성대모사와 시사 풍자 콘텐츠로 활동해 온 개그맨이다. 개그의 소재로 삼아온 정치 현안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 셈이어서 반응은 상당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추 지사는 국가직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 부담을 설명하던 중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소방공무원 단체들은 소방관의 헌신을 폄훼한 표현이라며 반발했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해 여야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다. 소방 인건비와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빨대'라는 단어가 소방관을 예산을 빨아들이는 존재로 지칭한 것처럼 읽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추 지사는 17일 경기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구조적 재정 문제를 말하다가 나온 실수임을 인정한다"며 "전체 맥락을 보면 그런 의도가 아니다.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호소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런 표현이 나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이었지만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이 도마에 올랐다.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요구가 있어서 사과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이 빨대 배송을 취소하지 않은 근거도 이 지점에 있다.
비판은 추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부로 번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께 당을 대신해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당 소속 공직자들의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가 소속 광역단체장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의 사과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상민이 "외려 당이 나서서 사과하고 있다"고 꼬집은 대목도 이 상황을 가리킨다.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은 추 지사의 출당과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소방은 재정 빨대가 아닙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릴레이 선언문을 공유하며 지도부에 출당을 포함한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문구는 대통령 지지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도 공유됐다.
'추 지사 비상징계를 바라는 당원 및 지지자 등 연대청원인 일동'은 온라인 청원 동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추 지사의 발언이 소방공무원들에게 상처를 줬을 뿐 아니라 정부와 민주당에도 정치적 부담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발언 파문과 별개로 소방 재정 문제는 현장의 오랜 요구와 맞닿아 있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소방관 인건비와 소방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가재정에서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는 '소방전용예산' 신설을 요구했다.
추 지사가 해명에서 밝힌 취지, 즉 구조적 재정 문제를 짚으려 했다는 설명과 노조의 요구는 소방 재정 구조 개편이라는 같은 지점을 향한다. 표현이 문제가 됐을 뿐 재정 부담을 국가가 질 것이냐는 쟁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사과 공방을 정리한 뒤에는 소방전용예산 신설 여부가 국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