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대, 급기야 루브르 박물관까지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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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 격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고등학생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출입구 봉쇄로 19일(현지시각)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못했다. 학생들은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연대하고 '경찰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박물관 입구를 막아섰다.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지난 17일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뒤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평소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이날은 학생 시위대가 출입구를 막아서면서 정상 개관을 하지 못했다. 박물관 측은 '임시 휴관'을 공지했다. 다시 문을 여는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보안 펜스 뒤에서 발이 묶였다.
루브르 박물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고대 그리스 조각상 '밀로의 비너스' 등을 소장한 세계적인 문화 명소다.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가을 방학인 투생 방학을 맞아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관람객에게 사전 예약을 의무화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봉쇄를 주도한 건 에콜 뒤 루브르(루브르 학교) 대학생 50여명이다. 에콜 뒤 루브르는 미술사와 고고학 등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박물관 부지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은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인 유리 피라미드 아래에서 출입을 막았다. 학생들이 프랑스어와 영어로 써서 나눠준 전단에는 "우리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을 봉쇄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알린다"는 문구가 담겼다. 전단에는 공공 서비스가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도 담겼다. 학생들은 더 나은 학업 환경과 노동·생활 여건도 요구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시위가 박물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생들이 박물관 자체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를 널리 알리려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루브르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루브르 박물관 노동총연맹(CGT) 지부는 이번 시위를 지지하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CGT 지부는 박물관이 최소 정오까지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오 이후 문을 열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규모 보석 절도 사건이 벌어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이후 1년 동안 여러 차례 관람 차질을 겪었다. 직원들이 근무 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출입 봉쇄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난해 12월 낸 파업 예고는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 직원 임금 문제를 놓고 문화부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봉쇄는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시위는 지난 9월 중순 고등학생들이 먼저 시작했다. 이후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시위가 전국으로 커졌다. 노란 조끼 운동 진영도 시위에 가세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3월 이후 경유 가격이 40% 가까이 올랐다. 휘발유 가격도 약 25% 올랐다. 식료품 가격은 2021년 이후 25% 뛰었다.
이틀 전인 17일에는 고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약 5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복면을 쓴 무리가 경찰을 공격했다. 시청에 난입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을 불태우기도 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와 관련해 2397명이 체포됐다. 경찰관과 헌병 997명이 다쳤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장관은 주말 동안 2331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피해를 입은 상점이 최소 30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피해 상점 직원들을 위한 부분 실업 제도와 상점 지원 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폭동은 전날일에도 이어졌다. 파리와 리옹, 낭트 등에서 또다시 충돌과 약탈이 벌어졌다. 파리에서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350명 가까이 체포됐다. 파리 검찰은 19일 오전 기준 최소 145명이 구금 상태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저녁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 밤 우리 모두는 분노와 수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괴한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하고 약탈한 자들은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를 "정당한 요구"라고 표현했다. 다만 파괴와 약탈을 저지른 이들과 시위대를 "절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6개월 뒤 훌륭한 대선을 치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책임론은 정부 수뇌부로 번졌다. 로랑 뉘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반려했다. 대신 폭도에 대응할 새로운 치안 유지 방식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뉘네즈 장관은 일부 도시에서 경찰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다르마냉 장관도 당국이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정보 수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날 도지사들에게 일부 도심에 부분 통행금지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통행금지는 이날 저녁부터 시행된다. 릴과 마르세유, 리옹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파리는 샤틀레와 레알, 레퓌블리크 일대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은 밤늦게 거리에 나온 미성년자들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유용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통행금지가 "더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은 이미 통행금지에 들어갔다. 프랑스 북부 드냉시는 전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한다. 마르세유에서는 이날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모든 집회가 금지됐다.
추가 시위도 예고됐다. 17일 시위를 조직한 노란 조끼 진영은 오는 24일 ‘2차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뉘네즈 장관은 19일 저녁부터 경찰 병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