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 의원,한전 지역상생 실적 논란…지역화폐 구매는 5년간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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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구내식당·지역인재 채용 제도 개선 촉구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지역상생 활동이 형식적인 실적 관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5년간 지역사랑상품권을 한 차례도 구매하지 않았고, 구내식당 휴무일도 지역상권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는 금요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 채용 역시 법정 의무비율인 30%를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예외규정을 제외한 실제 전체 신규채용에서 지역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8%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인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단순한 기준 충족을 넘어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한전 사장과 기후부 에너지정책실장 등을 상대로 지역상생 정책의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 한전, 온누리상품권 256억 원 구매하고 지역화폐는 ‘0원’

신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나주혁신도시에 소재한 한전,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 등 4개 공공기관의 온누리상품권 구매액은 모두 346억6314만1000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역사랑상품권 구매액은 8488만 원에 그쳤다. 온누리상품권 구매액과 비교하면 0.2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특히 한전은 온누리상품권을 255억7846만 원어치 구매했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은 단 1원도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상권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을 외면한 채 전국 단위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 구매 실적만 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처가 발행 지역으로 제한돼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나주시는 2007년부터 지역화폐를 발행해 왔으며, 전국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도 2018년 4천억 원에서 2025년 22조4천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 경영평가 기준에 없는 지역화폐 구매

신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 구매가 저조한 배경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의 불균형을 지목했다. 현재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는 온누리상품권 구매 실적에 0.3점이 배정돼 있지만, 지역사랑상품권 구매 실적은 평가 항목에서 제외돼 있다.

반면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주관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동반성장평가에서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이 모두 평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입장에서는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항목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행 기준이 지역화폐 구매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한전 사장에게 “지역사랑상품권 구매실적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에 없기 때문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 구매 실적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는 정책을 확대하려면 기관의 자율적인 참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평가와 예산, 성과관리 체계에 지역상생 항목을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 금요일 구내식당 휴무에 “눈 가리고 아웅”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구내식당 휴무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언급 이후 정부는 올해 3월 공공기관에 월 4회 이상 중식 휴무를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나주혁신도시 내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운영 방식은 실질적인 지역 소비 확대라는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과 한전KPS, 한전KDN은 매주 금요일 구내식당을 쉬고 있으며, 전력거래소는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휴무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한전 사장에게 직원들의 출장과 연가가 가장 많은 요일을 물은 뒤, 금요일에 구내식당을 쉬는 방식이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져 물었다.

금요일은 주말과 연차를 연결해 자리를 비우는 직원이 많을 수 있어 구내식당 휴무에 따른 외부 식당 이용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이러한 운영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하며, 지역 음식점에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휴무일을 고정하기보다 기관별 근무 현황과 지역상권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날짜를 조정하거나, 지역 식당 이용을 위한 식사 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 지역인재 의무채용 달성에도 실제 비중은 13.8%

지역인재 채용에서도 제도적 허점이 확인됐다.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은 의무채용 적용 대상 인원의 30%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해야 한다.

한전은 최근 5년 동안 법정 의무비율을 모두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신규채용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인재 비중은 크게 낮아진다. 최근 5년간 한전의 전체 신규채용 인원은 3383명이었고, 이 가운데 지역인재는 466명으로 13.8%에 불과했다.

2025년에도 전체 신규채용 988명 가운데 지역인재는 162명으로 16.4%에 그쳤다. 의무채용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력직과 연구직, 소규모 채용 분야 등이 전체 채용 규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면서 실제 지역인재 채용 범위가 축소된 결과로 분석된다.

◆ 예외규정 점검하고 실질적 혜택 늘려야

신 의원은 기후부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이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 분야에서도 지역인재를 채용할 경우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정 비율을 계산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지역 주민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직무교육, 지역인재 인턴십, 연구·기술 분야 인력 양성 등으로 채용의 질과 범위를 함께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의원은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의 본래 목적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는 만큼, 이전 공공기관들이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상권과 지역인재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는 공공기관의 지역상생 활동이 단순한 구매 실적이나 의무비율 달성 여부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화폐 사용 확대, 구내식당 휴무 운영 개선, 예외규정 보완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