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출신을 양아들로 입양해 연매출 5498억 회사 물려줘... 오늘 전해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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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성 세라젬 회장의 특이한 승계 방식

이환성 세라젬 회장이 20여년간 함께 일해 온 전문경영인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를 성인 양자로 입양해 회사를 물려주기로 했다. 혈연이 아닌 내부 출신 경영자를 법적 자녀로 들여 경영권은 물론 회사 소유권까지 넘기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승계 방식이다.

세라젬은   예술을 결합한 첫 헬스케어 복함 매장 '세라젬 아트, 쉼 By 꼴렉뜨 핑크'를 지난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선보인 바 있다. / 세라젬 제공
세라젬은 예술을 결합한 첫 헬스케어 복함 매장 '세라젬 아트, 쉼 By 꼴렉뜨 핑크'를 지난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선보인 바 있다. / 세라젬 제공

세라젬은 이 회장이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이 대표를 후계자로 정하고 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성인 양자 입양 절차를 마쳤다. 이 회장은 올해 자신이 보유한 세라젬 지분 가운데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이 대표에게 증여했다. 1차 지분 승계를 마친 것이다. 관련 증여세 신고도 끝냈다.

1961년생인 이 회장에게는 딸이 한 명 있다. 하지만 딸은 기업 경영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생인 이 대표는 이 회장보다 17세 어리다.

세라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2∼3년 정도 승계 문제를 고민했고, 지난해 초 이 대표에게 양자 입양에 관한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양측 가족의 협의와 합의를 거쳐 입양 절차가 진행됐다.

이 회장이 1998년 세운 세라젬은 척추 관리 의료기기로 이름을 알린 헬스케어 기업이다. 의료기기 매장에 앉아 체험해 보는 온열 척추 의료기기로 성장했다. 이후 안마의자와 혈액순환 개선 의료기기,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왔다.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 세라젬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 세라젬

최근에는 순환·휴식·에너지 등 건강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7-케어 솔루션'을 앞세워 토털 홈 헬스케어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주거 공간에 결합하는 ‘AI 웰니스 홈' 사업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라젬의 지난해 매출은 5498억원이다. 전년(5460억원)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258억원으로 전년(22억원)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증가율이 1091%에 이른다.

제품군을 넓힌 효과가 매출 구조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상품 매출은 829억원으로 전년(651억원)보다 27.3% 늘었다. 안마의자 '파우제 컬렉션',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 '밸런스', 혈액순환 개선 의료기기 '셀트론 순환체어', 메디스파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셀트론 순환체어는 올해 1∼4월 판매량이 직전 4개월보다 약 60% 늘었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세라젬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189억원, 2024년 191억원, 지난해 242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요양 서비스 '웰스케어'를 비롯해 '웰스테이', '웰스타운' 등 시니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중심에 이 대표가 있었다. 이 대표는 세라젬 창업 5년 뒤인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내부 출신 경영자다. 세라젬이 해외 사업에 힘을 쏟던 시절에는 이 회장과 함께 해외 현장을 다니며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익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017년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했다. 이듬해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았다. 당시 미미한 수준이던 국내 사업이 이 대표가 맡은 뒤 수천억원대 규모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 관리 의료기기 중심이던 사업을 의료가전 시장으로 넓힌 것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19년부터는 카페와 제품 체험 공간을 결합한 체험형 매장 '웰카페'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다. 세라젬은 현재 전국 웰카페와 웰라운지, 웰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당시 40대 중반이던 이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이번에 소유권까지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성인 양자 입양의 가장 큰 법적 효과는 상속권이다. 민법상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이 대표는 단순히 주식을 증여받는 전문경영인을 넘어 이 회장의 법적 상속인으로서 향후 상속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지분 승계를 장기간에 걸쳐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세라젬 지분은 지난해 공시 기준 60.5%에 이른다. 창업주 일가 출신이 아닌 이 대표가 이 지분을 사들일 거액의 자금을 당장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양자 입양은 당장의 증여뿐 아니라 향후 상속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세라젬 관계자는 "양자 입양을 통한 승계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안정성과 경영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노린 입양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세라젬 관계자는 "현재 회사 규모에서는 관련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세제 혜택과 관계없이 입양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승계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혈연이 아닌 유능한 인재를 성인 양자로 들여 가업을 잇게 하는 전통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딸과 결혼한 사위를 양자로 들이는 '데릴사위' 승계도 흔하다. 일본에 100년 넘은 장수 기업이 많은 이유로 이 같은 양자 승계 관행을 꼽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스즈키자동차다. 2024년 12월 94세로 숨진 스즈키 오사무 전 스즈키 회장의 본명은 마쓰다 오사무다. 그는 1950년대 후반 창업주 스즈키 미치오의 손녀와 결혼했다. 스즈키 가문에 남자 후계자가 없자 데릴사위로 들어가 스즈키 성을 이어받았다. 스즈키 전 회장은 1978년 사장에 오른 뒤 4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스즈키를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키웠다.

양자 승계가 오히려 경영 성과가 좋다는 연구도 있다. 비카스 메로트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 가족기업을 분석한 결과 양자가 물려받은 기업이 친자녀가 물려받은 기업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양자 후계자 기업의 성과가 창업주가 직접 경영하는 기업과 맞먹거나 그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를 소개한 미국 경제 매체 프리코노믹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뤄지는 입양의 98%가 성인 입양이다.

이번 10% 지분 증여로 승계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세라젬은 회사의 성장과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고려해 추가 지분 승계를 포함한 중장기 승계 방안을 계속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