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안전예산 연 6304억 쓰고도 1058건 지적…산재 사상자 34명 전원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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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 근로감독서 안전관리 미비 무더기 적발…막대한 예산 실효성 의문
- 김용균 참사 이후에도 반복된 노동자 사망…이정복 사장 안전경영 도마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한국서부발전의 안전경영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평균 6304억원의 안전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도 태안발전본부 근로감독에서 1058건의 안전관리 미비 사항이 지적됐다. 최근 5년여간 산업재해 사상자 34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서부발전 태안화력 전경. / 사진=연합
서부발전 태안화력 전경. / 사진=연합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부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태안발전본부와 14개 상주 협력사를 감독한 결과 서부발전 489건, 협력사 569건 등 모두 1058건이 지적됐다.

보행자 안전통로와 조명 보강, 안전난간 설치, 위험장소 잠금장치, 방폭설비 교체 등 기본적인 사고 예방조치가 포함됐다. 대형 발전시설을 운영하는 공기업의 평소 안전점검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부발전의 안전 관련 예산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약 6304억원이다. 지난해 6696억원에 이어 올해 6903억원을 편성했다. 막대한 예산에도 현장에서 대규모 미비 사항이 확인된 만큼 예산 집행의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 산업재해도 심각하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서부발전의 산업재해 확정 사상자는 사망 1명, 부상 33명 등 34명이다. 전원 협력·하청업체 소속으로 원청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서부발전은 2018년 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참사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같은 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 씨가 또다시 숨졌다. 참사 이후 강조해 온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전경영의 성적표는 예산 규모나 경영진의 다짐이 아니라 사고 예방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근로감독 지적 사항이 모두 법 위반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하청 노동자 사상자 통계만으로 개별 사고의 법적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058건의 지적 사항과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 산업재해는 서부발전이 반드시 설명해야 할 문제다.

수천억원의 안전예산을 편성하고도 기본적인 위험요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용균 참사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이 반복된 서부발전이 이제 내놓아야 할 것은 또 다른 안전 약속이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개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