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대리였는데…삼성전자 부스 알바하며 밤새 울었다” 고백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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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사하고 배우 도전...오디션 130번 만에 '밀정' 캐스팅

배우 허성태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뒤 단기 아르바이트로 버티던 시절, 과거 경쟁사였던 대기업 행사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쏟았던 기억을 꺼냈다.

지난 20일 전파를 탄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에는 바둑기사 이세돌과 함께 허성태가 게스트로 나섰다.

배우 허성태 일상 사진 / 허성태 인스타그램
배우 허성태 일상 사진 / 허성태 인스타그램

■ 전직 LG전자 대리, 삼성전자 부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눈물

허성태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배우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건 서른넷 때였다. 가족들의 반발은 거셌다. 그는 어머니와 형이 극구 말렸다며 당시 군인이던 형이 했던 말을 '명언'으로 소개했다. 허성태는 "형이 '나도 가수 하고 싶었는데 가수 할까?'라고 하더라. (가족들이)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어머니가 울면서 자신을 때리던 상황에서도 "연기 5개만 보라고 연기하고 그랬다. 그만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숙은 "엄마의 자랑이다. 아들이 대기업을 다니는 건 동네 자랑"이라며 그 시절 허성태 어머니가 느꼈을 심정을 대신 짚었다. 이세돌이 "그럼 생계는 어떻게?"라고 묻자 허성태는 "계속 나가는 알바를 못하고 단기 알바를 했다"고 답했다. 오디션과 촬영 일정이 불규칙해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과거 대기업에 재직했던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과거 대기업에 재직했던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여러 아르바이트 가운데 그가 가장 먼저 꺼낸 건 대학교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기 시연 부스를 밤새 지키는 야간 경비 일이었다. 허성태는 "밤을 새야 하니까 7시에 도착했다"며 그날을 떠올렸다. 현장에 있던 삼성전자 직원이 그에게 근무 수칙을 일러줬는데, 그 순간 과거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고 한다. 허성태는 "'아저씨 졸면 안 되고 여기 앉으시고 화장실 저기로 가세요' 하는데 LG전자 대리일 때가 생각나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경쟁사에서 대리 직함을 달고 서로 존칭을 주고받던 그가 이제는 '아저씨'로 불리는 일용직 신세가 된 셈이었다. 그는 상대방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했다. 허성태는 "그분이 나쁜 짓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일을 하신 건데 내가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그날 밤 그는 결국 서러움에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진짜 밤새도록 울었다. 그때 현실을 인지하게 된 거다. 내가 바닥까지 떨어졌구나.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고백했다. 이후 배우로 자리잡기까지 장난감 포장, 택배 상하차, 대리운전 등 닥치는 대로 단기 일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대기업 부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는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대기업 부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는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 러시아어 전공한 '전교 1등' 출신 해외 마케터

허성태는 배우가 되기 전 11년 동안 회사원으로 살았다. 그는 "LG전자에 4년, 대우조선에 4년 있었다. 그 전에 작은 무역회사에 3년 있었다"고 경력을 정리했다. 대우조선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으로,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한화오션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대기업 퇴사 후 배우 도전 당시 허성태 모습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대기업 퇴사 후 배우 도전 당시 허성태 모습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퇴사 직전 그가 받던 대우도 적지 않았다. 허성태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에 출연해 "2011년 기준으로 7000~8000만원 정도였다"며 "대리 말년차였고, 몇 개월 뒤면 과장 승진을 앞둔 상황이었다"고 당시 연봉 수준을 공개한 바 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빚이 크게 불어나 살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일까지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LG전자에서 맡았던 업무에 대해서는 "LCD TV를 러시아와 동유럽에 공급하는 해외 마케팅 담당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성에 꼭 맞는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허성태는 "손에 땀이 난다. 앞에서 자신 있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쭈뼛거리고 그게 잘 안 되더라"고 돌아봤다.

해외 업무의 밑바탕이 된 건 대학 전공이었다. 부산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러시아어를 배우다보니까 거기(회사)서도 써먹었지만 연기할 때도 드라마에서도 한 적이 있고 예능에서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송은이가 이날 출연 소감을 묻자 허성태는 러시아어로 막힘없이 답하며 실력을 뽐냈다.

학창 시절 성적 이야기도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교 15등 안에 들었다는 말에 그는 "1학년 때까지만 잘했다. 2학년 때부터 놀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출연진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허성태는 "형님이 기타 사준다고 상품을 걸어서 그때 딱 1번 했다"고 비결 아닌 비결을 밝혔다. 이에 패널들은 "건다고 다 되냐. 저희는 걸어도 못 한다"며 감탄했다.

■ 깨진 앞니로 입사…"감히 내가 무슨 배우야 했었는데..."

연기에 대한 동경은 어린 시절부터 있었다. 허성태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연기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고 흥미 있었는데 난 절대 못 할 일이라고 치부했다. 지방 살고 공부만 하고 예체능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김종국은 "이 나이 때만 해도 잘생겨야 배우를 했다. 나도 가수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며 공감을 표했다. 허성태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니가 깨진 채로 LG전자 들어가서 첫 월급으로 앞니를 새로 했다. 어릴 때 깨진 채로 다녔다. 외모 콤플렉스도 있었다. '감히 내가 무슨 배우야' 했었다"라고 털어놨다.

대기업 재직 당시 허성태와 배우 오디션 출연 당시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대기업 재직 당시 허성태와 배우 오디션 출연 당시 허성태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그런 그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허성태는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지원해 배우로 첫발을 뗐다. 그는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역 예선장을 찾았고, 2주 동안 외운 영화 '올드보이' 속 최민식의 대사를 떨리는 목소리로 연기했다. 이후 일곱 차례 추가 오디션을 거쳐 부산 지역 15명 안에 들었고, 서울에서 진행된 본방송 무대에까지 올랐다.

돌이켜 보면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허성태는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오디션 프로그램을 할 때 그분들이 칭찬을 많이 해준 걸 맹목적으로 믿고 도박을, 무모한 선택을 한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 잘한다고 하고 5명이 다 오케이를 하니까 뚜껑 열려서 시작했는데 못하는 사람이었다. 오디션 130번 만에 영화 '밀정'에 캐스팅됐다. 내가 타고난 연기자는 아니구나. 나를 오해하게 해준 게 기회가 된 걸 수도 있는데 무모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개봉한 '밀정'은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킨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정보원'으로 데뷔 15년 만에 첫 영화 주연 자리를 꿰찼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배우로 입지를 다진 허성태 / 허성태 인스타그램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배우로 입지를 다진 허성태 / 허성태 인스타그램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 몸무게도 대폭 줄였다. 허성태는 "대우조선 다닐 때 96kg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가면서 23kg을 뺐다. 두 달 만에 뺐다"고 했다. 짧은 기간에 살을 빼다 보니 얼굴에 주름이 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악역 연기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런 나이테가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조명 받고 그러면 저도 보기 싫고 무서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 '오징어 게임', '범죄도시'...대표 악역 배우로 거듭난 허성태

허성태는 영화 '범죄도시'의 독사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표적인 악역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날 그는 "제가 악역을 해서 죽으면 잘된다"며 '오징어 게임', '터널', '범죄도시'를 예로 들었다. 이세돌은 허성태가 형사 역으로 나온 작품을 볼 때조차 언제 악역으로 돌변할지 궁금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허성태는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참가자 덕수를 연기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허성태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허성태 / 넷플릭스

방송 말미에는 동료 코미디언 김수용과 얽힌 사연도 공개됐다. 김수용은 지난해 11월 13일 경기 가평군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배우 임형준 등이 구급대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했고, 김숙은 기도 확보와 119 신고를 도왔다.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KBS 공채 7기 출신 김수용은 당시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은 뒤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허성태도 그 자리에서 응급조치를 거들었다. 김숙은 당시 허성태에게 김수용의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후에도 계속 김수용 씨 상태가 괜찮냐고 물어봐 주고 전화가 왔다. 마음의 빚이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성태는 "종교도 없는데 사시기만 기도했다.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그것밖에 못 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심정을 전했다.

유튜브, KBS Enter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