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 일파만파…벌써 3일째 '먹통' 사태까지, 분위기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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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확산 속 대규모 접속 장애, 원인 오리무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이 해외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를 비롯한 주요 웹사이트의 접속 장애가 22일까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장애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북한 당국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갖가지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22일 오전 현재까지도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웹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 '접속 불가' 메시지가 뜨거나 페이지가 한참 동안 열리지 않는 등 오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40여 곳 한꺼번에 '먹통'…열려도 몇 분 만에 끊겨
장애가 처음 나타난 건 지난 20일 오전 11시께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관영매체와 대외 라디오 방송 '조선의 소리' 홈페이지가 동시에 멈췄다. 공식 정보 포털 '내나라'와 외무성, 국영 항공사 고려항공 홈페이지 등도 같은 시각부터 열리지 않았다. 북한 국가 도메인 '.kp'를 쓰는 사이트 40여 곳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들 사이트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복구되는 듯했지만 밤사이 다시 장애가 시작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 기준으로도 사이트 42곳이 접속 불가 상태이거나 1~2분 간격으로 연결이 끊기는 현상을 보였다. 이날 하루 정상 접속이 확인된 건 11차례에 불과했고, 한 번에 길어야 18분 남짓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웹사이트 감시 서비스 '핑덤' 자료를 인용해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가 장애 발생 후 24시간 중 19시간 동안 열리지 않았다고 21일(현지시각) 전했다. 다른 사이트들은 21일 오전 잠깐 열린 시간을 모두 합쳐도 10분 안팎에 그쳤다. 북한의 이메일 서버 역시 20일 오전 11시께부터 멈춘 뒤 21일 오전 약 5분을 빼고는 작동하지 않았다.
웹사이트뿐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에도 이상 징후가 잡혔다. 통신망 관측 서비스 '텔레콤 옵저버'는 21일 오전 3시 10분부터 8시 5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북한의 인터넷 경로(BGP)에서 장애를 감지했다.
■ 해킹인가, 회선 고장인가…엇갈리는 분석
원인을 두고는 여러 가설이 나온다. NK뉴스는 북한의 인터넷 연결을 담당하는 '류경동' 네트워크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네트워크는 중국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회선에 의존해 왔고, 러시아 통신사 트랜스텔레콤이 2017년부터 대체 경로 역할을 해 왔다. 2023년부터는 필리핀 기반 보조 네트워크까지 더해졌는데, 이런 우회로가 있는데도 연결이 하루 넘게 사실상 끊긴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보안업체 스틸리언도 북한 웹사이트 주소를 관리하는 서버들이 특정 중국 통신 회선 대역에 몰려 있다며, 해당 회선에 대한 공격이나 회선 자체의 문제 가능성을 거론했다.
외부 사이버 공격설도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 인터넷은 과거 여러 차례 외부 공격에 마비된 적이 있다. 2013년 3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홈페이지가 공격을 받아 접속이 끊겼고, 2014년 말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직후에는 북한 인터넷이 약 10시간 동안 멈췄다. 2022년 초에는 'P4x'라는 이름을 쓰는 미국인 해커가 디도스 공격으로 북한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잇달아 마비시켰다. 다만 이번에는 외부 공격이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스스로 공격 주체라고 나선 곳도 없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해킹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김정은 사망설의 내부 유입을 막으려 일부러 접속을 끊었다는 해석도 있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MBN과 인터뷰에서 사망설이 내부로 흘러들면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체제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해외 접속망을 통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NK뉴스는 조선중앙통신이 홈페이지가 막힌 동안에도 전신망으로는 기사를 계속 송출했다는 점을 들어 의도적 폐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사망설 진위를 확인하려는 해외 접속이 몰려 서버가 과부하됐다는 추정 역시 뉴스와 무관한 사이트까지 거의 전부 멈췄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인프라 정비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이번 장애는 통상적인 정비 기간보다 길다.
중국 측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인터넷 중단의 원인을 아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인터넷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 매체의 서버와 네트워크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 김정은 사망설 SNS서 확산...뇌출혈·中 이송설에 '대역설'까지
이번 사망설의 진원지는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의 엑스(X) 게시물이다. 그는 18일께 김 위원장이 심각한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졌다가 끝내 숨졌고, 시신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중국군 9000명이 평양에 파견됐다거나, 김여정이 실권을 쥐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미국 뉴욕포스트와 영국 더선 등이 이 소문을 전하면서 빠르게 퍼졌지만, 셰완쥔은 별다른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곧바로 김 위원장의 동정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는 2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둘러봤다며 사진 여러 장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이 아동용 운동화를 살펴보는 모습도 담겼다. 사망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셰완쥔은 일부 누리꾼이 AI 얼굴 인식으로 사진 속 인물을 대역으로 판단했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이 역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우리 정부 역시 사망설을 뒷받침할 정보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시나리오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YTN 인터뷰에서 의식불명 상태의 최고지도자를 중국으로 옮긴다는 설정부터 무리가 있다고 짚었다. 이송이 이뤄졌다면 양국 호위 전력이 대거 움직여 한미 탐지망에 포착됐을 것이고, 김 위원장이 실제로 숨졌다면 김여정이 평양을 비우고 최전방을 돌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김주애로 후계 구도가 잡힌 만큼 김여정이 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행보도 관심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박정천 국방성 고문이 전날 리일환 당 비서, 김여정,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은 이 자리에서 '국가수반', 즉 김 위원장의 명령을 거론하며 국경선 공사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를 사망설과 엮어 해석했지만, 조 위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큰 사안에 대리인을 보내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여정은 연일 담화를 내며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21일 담화에서 이달 중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담화에서는 전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갔고 확성기도 수일 내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국경이 요새화되면 조한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비판한 김병주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을 향해 거친 표현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런 시찰 소식과 담화가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군인과 군인 가족 사이에 위기감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도 '대기 태세'라는 표현을 쓴 만큼, 실제 충돌은 피하면서 요새화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상황 관리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잊을 만하면 또 사망설…반복되는 이유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신변 이상설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40일 넘게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사망설까지 돌았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등장했다. 국정원은 당시 그가 발목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참배에 불참한 뒤 미국 CNN이 중태설을 보도하면서 사망설이 정점에 달했으나,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에는 체중이 크게 줄었다며 대역설이 나왔지만 국정원은 본인이 맞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도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사망설이 돌았다가 근거 없는 소문으로 끝났다.
사망설이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 위험 요인이 자리한다. 국정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보고에서 그의 체중을 140㎏ 안팎으로 추정하며, 심한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잦은 흡연과 늦은 취침 습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모두 심장 질환으로 숨진 가족력도 단골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