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3.00% 동결…7·8월 인상 후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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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vs 가계부채…한은의 딜레마
3개월 금리 동결, 11월 재인상 신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22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던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멈추고 파급 효과를 점검하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신현송 총재 / 뉴스1
신현송 총재 / 뉴스1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앞선 연속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점검하고 물가 오름세가 다소 진정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7월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을 공식화하며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8월에도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며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3.00%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 같은 기준금리 백투백(연속) 인상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7연속 인상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 발생한 이례적 조치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8월 인상 당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동결 결정은 그 호미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물가 지표의 안정세가 꼽힌다. 8월에 3%대였던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을 제외하고 산출한 장기적인 기초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6%, 5월 3.1%, 6월 3.2%로 점차 높아졌다가 7월 2.8%, 8월 3.1%, 9월 2.9%로 등락을 거듭해 왔다. 원화 가치가 방어되며 원/달러 환율이 최근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1320원대로 하락한 점도 수입 물가 상승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1317.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환율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 상태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 불안정과 취약 차주의 고통 가중 우려도 이번 동결 결정을 뒷받침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액을 더한 금액)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는 3조 3000억 원, 기업은 3조 6000억 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로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1조 8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차주는 1조 5000억 원가량의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신 총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약 차주가 통화정책으로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양극화 심화 양상을 고려할 때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총재 / 뉴스1
신현송 총재 / 뉴스1

시장 안팎에서는 긴축 기조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물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며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환율이나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해 국민이 실제로 갖는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6%를 기록해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역시 0.6%로 당초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0.2%를 크게 상회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2792억 달러 흑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배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반영해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등 수도권에서는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잠시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로 전환했으며 증시 변동성 확대 속 신용대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금리를 낮추거나 동결을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부채 폭증을 다시 부추길 위험이 존재한다.

신현송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0%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해왔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파급 효과를 지켜본 뒤 빠르면 11월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오는 27일 발표되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나 다음 달 2일 나오는 10월 물가 지표 등이 향후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집값이 불안하고 반도체 주도의 고성장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여전히 큰 상황에서 다음 달 회의를 그냥 넘기기에는 부담이 크다. 올해 마지막 금리를 결정할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 달 26일에 열리며 최종 금리는 연 3.25%에서 3.50%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