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인력, 국내 기업에 위장 취업…실제로 '이 업무'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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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퍼져 있는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신분을 숨긴 채 국내 민간 업체에 취업해 실제 개발 업무까지 수행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북한 IT 인력이 국내 기업에 채용돼 업무를 수행한 사례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의 규모와 전달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북한 측 조직이 취업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취업해 실제 개발 업무 수행

22일 MBC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경찰과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해 북한 IT 인력의 신분 위장 취업 의혹 1건을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인력은 국내 민간 업체에 채용된 뒤 실제 개발 업무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IT 인력의 해외 취업은 그동안 외화 확보 수단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왔다. 북한 인력이 외국인 신분이나 도용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해외 기업에 지원하고, 원격 근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기업은 지원자가 실제로 어느 국가에서 일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고, 채용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업무가 이뤄지면 신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해당 인력에게 지급된 돈의 규모와 지급 방식 등을 추적하고 있다. 급여가 어떤 계좌를 거쳐 전달됐는지, 취업 과정에서 다른 인물이나 조직이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 IT 인력의 해외 취업은 개인이 일자리를 얻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수익이 북한 당국과 연계된 조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 문제로도 다뤄진다.

북한 IT 인력이 한국에 위장취업했다. / AI 생성 이미지
북한 IT 인력이 한국에 위장취업했다. / AI 생성 이미지

원격 근무·명의 도용 활용…미국에서도 적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0월 13일 북한 IT 인력이 미국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도용한 신분을 사용하고 현지 조력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원격으로 일하면서도 미국 내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여러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방식은 현지인의 개인정보나 신원을 이용해 채용 절차를 통과하는 것이다. 일부 조력자는 기업에 제출할 신분 정보를 제공하거나 면접에 대신 참석하고, 업무용 노트북을 전달받아 자신의 거주지에서 인터넷에 연결해 두는 역할을 맡는다. 북한 IT 인력은 해당 장비에 원격으로 접속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런 방식으로 실제 근무자의 위치와 신원을 감추는 거점을 이른바 ‘노트북 농장’이라고 부른다.

FBI는 북한 IT 인력이 구직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 업무를 찾거나 제3자를 내세워 기업에 지원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채용 과정에서 신분 확인을 통과한 뒤 회사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단순히 급여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데이터나 지식재산에 접근할 위험도 생긴다. 일부 사례에서는 계약 종료 뒤 추가 금전을 요구하거나 기업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도 보고됐다.

미국 사법당국은 10월 중순에도 북한 IT 인력의 원격 근무 거점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해 장비를 압수하고 조력자들을 체포·기소했다고 밝혔다. FBI는 북한 IT 인력이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북한 정권과 연계된 곳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수익이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일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 개막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당시 자료사진.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일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 개막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당시 자료사진. / 연합뉴스

기업이 확인해야 할 채용·보안 절차

원격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기업은 지원자의 이력서와 화상 면접만으로 실제 신원과 근무 장소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개발 업무는 업무 결과물을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어,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의 실제 위치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외주 업체나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인력을 채용하면 계약 상대방과 실제 작업자가 다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FBI는 한 가지 징후만으로 북한 IT 인력을 가려내기는 어렵다며 여러 단계의 신원 확인과 접근 통제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채용 전 신원과 경력을 확인하고, 지원자가 제출한 주소와 장비 배송지가 일치하는지 살피는 것이 기본이다. 업무용 기기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지급하고, 신원 확인이 끝나기 전에는 사내 시스템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방식도 제시됐다.

기업이 개인에게 자신의 신분이나 계정을 빌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구직 과정에서 면접 대리 참석, 개인 명의 계정 제공, 노트북 수령과 보관, 인터넷 연결 유지 등을 대가를 받고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행위는 범죄에 이용될 수 있으며, 요청에 응한 사람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 사건에서도 경찰이 지급된 돈의 규모와 전달 경로, 조직적 연계 여부를 조사하는 만큼 취업 과정과 자금 흐름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취업 경로와 북한 측 조직의 관여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북한 쪽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북한 쪽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김정은 사망설 확산…공개 활동 보도와는 엇갈려

북한 IT 인력 문제와 별도로, 최근 해외 SNS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확산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반체제 인사가 10월 18일 김정은이 심각한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중국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으며, 시신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중국이 북한에 병력을 보냈다는 주장까지 담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해외 매체가 SNS 게시물을 인용해 사망설을 보도하면서 주장이 확산했다. 그러나 10월 20일 보도 당시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은 김정은 사망설을 뒷받침할 만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도 김정은의 사망을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이 10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의류·신발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담겼다. 북한 매체가 사망설을 직접 반박한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최근 공개 활동을 보도한 것이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은 북한 내부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0년에도 김정은이 한동안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사망설이 퍼졌지만 이후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사망설 역시 온라인 게시물만으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당국이 확인한 정보와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 내용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 의혹은 실제 국내 업체에서 개발 업무를 수행한 정황을 바탕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김정은 사망설은 객관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주장으로, 두 사안은 성격과 확인 수준이 다르다. 국내 기업의 위장 취업 의혹은 자금 흐름과 조직적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포착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뉴스1
2021년 포착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