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오세훈 항소심서 '무죄'...1심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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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1심 판결 깨고 무죄 선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의 핵심 근거로 삼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전체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팀 공소사실의 두 축이 모두 무너진 것으로 판단된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기고 강철원 전 서울시 부시장을 통해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신 내게 했다는 구조가 의뢰와 대납 요청 어느 쪽도 증명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조사 의뢰할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 씨가 정치적인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는 등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선거 캠프 내에서도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의 대납을 피고인 김한정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한 것이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재판부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재판중계방송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생중계됐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서 공표 조사 3건과 비공표 조사 7건 등 여론조사 결과 10건을 받아 보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오랜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 약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오 시장은 재판이 진행되던 올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명씨 진술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갈렸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10건 가운데 5건은 오 시장이 직접 조사를 의뢰했고 그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 시장의 의뢰와 대납 요청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1심과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오 시장 측은 1심부터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긴 적도, 김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탄핵증거로 새로 채택됐다.

항소심 공판은 모두 6차례 열렸다. 특검팀은 결심 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강 전 부시장과 김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당시 오 시장에 대해 "범행으로 인한 최종적 이익의 주체임에도 수사 및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무죄를 자신해 왔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법원에 들어서면서도 취재진에게 “1심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유리한 결정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나.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항소심에서 명 씨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제기하며 1심의 사실관계 판단 자체를 뒤집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소심에선 김한정 씨와 명 씨간 녹음파일 3개가 새로 제출됐다. 김 씨와 명 씨가 2021년 3월 6일과 13일 나눈 통화 녹취에는 김 씨가 “거기(오 시장)서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라고 말하고, 명 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대목이 담겼다. 재판부가 해당 녹취를 탄핵증거(법정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력을 다투는 데 쓰이는 증거)로 받아들이면서 오 시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오 시장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도 1심의 징역 2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를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은 쟁점이 달랐지만 명씨가 얽힌 여론조사 사건이 같은 재판부에서 잇따라 항소심 무죄로 결론 났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도 나설 수 없었다.

사건이 이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특검팀은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특검팀이 상고하면 오 시장의 유무죄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 난다.

여야는 선고 전부터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가능성을 놓고 셈법이 엇갈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유튜브 프로그램 '민티07'에서 “1심 유죄가 바뀔 정황이라든가 새로운 상황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서울시장 재선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오 시장의 재판장이 지난번 윤석열 (관련 사건)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장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데, 쉽게 무죄를 (판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지난번 윤석열-명태균 사건을 무죄로 했던 이유는 무상 여론조사를 갖다준 건 경제적 이익 제공이 아니고, 순차적으로 여론조사를 부탁하는 의사 연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돈을 줬고, 명태균과 오 시장이 여론조사 직전 만나고 조사가 이뤄졌다는 걸 볼 때 유죄 선고를 확신한다"고 했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 재도전 의사를 밝힌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사건의 구조나 1심 판단에 비춰볼 때 무죄 주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흥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NOW'에서 "명태균씨의 주장이 탄핵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은 오 시장이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사필귀정의 무죄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무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판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은 22일 위원장 명의 입장문에서 "부정한 정치자금을 대납했으니 공직에서 물러나면 된다"며 "오 시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법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며 중립을 지켜야 할 법사위원장이 특정 재판의 결과와 형량까지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 독립 침해이자 재판 개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