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인구 4158만명→2850만명... 2년 만에 무려 1300만명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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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다는 해외 출국의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인구가 2850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국민이 잇따라 해외로 떠난 탓이다.
엘라 리바노바 우크라이나 인구·삶의질연구소 소장이 우크라이나 인구가 2026년 중반 기준 약 2850만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가 22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리바노바 소장은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산하 연구소를 이끄는 이 나라의 대표적 인구학자다. 이번 수치는 키이우에서 열린 제10회 우크라이나 여성대회 연설에서 처음 공개됐다. 연구소가 연설 며칠 전 계산을 마친 최신 추정치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르인폼 등 현지 매체들도 리바노바 소장의 발언을 일제히 전했다. 이번 추정치는 러시아 점령지를 뺀,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의 거주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리바노바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로 떠나는 국민이 이어지면서 인구 감소가 가팔라졌다고 진단했다. 리바노바 소장은 "인구가 50만명 줄었는데 사망보다는 해외 출국의 영향이 크다"며 "그나마 다행인 건 떠난 이들이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50만명은 직전 추정치와 비교한 감소 폭이다. 우크라이나 국가통계청과 연구소는 올해 7월 인구를 약 2900만명으로 공동 추산했다. 이동통신사 3곳의 자료와 국내 피란민 정보 등이 담긴 국가 등록부를 함께 분석한 결과였다. 당시 오차 범위는 30만명 안팎이었다. 석 달여 만에 나온 새 추정치는 이보다 50만명가량 적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훨씬 크다. 우크라이나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기준 인구는 4158만8354명이었다. 집계 방식과 기준이 달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약 1300만명이 줄었다.
정부 발표에서도 인구 감소 추세는 뚜렷했다. 올렉시 체르니쇼프 당시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국가통합부 장관은 지난해 2월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2024년 말 인구를 약 3200만명으로 제시했다. 체르니쇼프 부총리는 1991년 독립 당시 약 5200만명이던 인구가 2014년 4500만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에는 약 4200만명까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유엔은 2024년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초 약 3700만명이던 우크라이나 인구가 2100년에는 153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리바노바 소장은 해외로 떠난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여지는 남아 있다고 봤다. 외국에 머물러도 이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민이라는 이유에서다. 리바노바 소장은 "세상을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리바노바 소장은 전쟁이 끝나도 난민들이 곧바로 대거 귀국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과 주거, 일자리 사정에 따라 돌아올지가 갈린다는 것이다.
리바노바 소장은 지금 우크라이나 인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국내외 이주를 들었다. 그가 더 걱정하는 것은 전쟁이 끝난 뒤다.
우크라이나는 전면전 이후 계엄령에 따라 징집 대상 연령대 남성의 출국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전쟁을 이어 가는 데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8월부터는 18~22세 남성의 출국을 허용했다. 23세 이상 남성의 출국 제한은 그대로다. 계엄령이 풀리면 이들도 자유롭게 나라를 떠날 수 있다. 전선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해외에 먼저 자리 잡은 가족을 따라 출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바노바 소장은 "남성들의 두 번째 이주 행렬이 나타날까 봐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바노바 소장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봤다. 이주 규모는 귀환 군인들의 선택과 우크라이나가 이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조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리바노바 소장은 지난 8월에도 계엄령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살려는 남성 50만~60만명이 추가로 해외로 떠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당시 리바노바 소장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이 함께 살 집, 경쟁력 있는 임금이 이들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리바노바 소장은 일자리와 임금을 변수로 꼽았다. 전역 군인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와 임금을 우크라이나가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리바노바 소장은 흩어진 가족이 결국 우크라이나와 해외 가운데 어디에서 다시 모일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올겨울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장기 정전과 난방 중단이 예상되자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다른 지역에 친척이 있는 시민들에게 잠시 도시를 떠나 있으라고 권했다.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대정전에 가장 가까워졌다는 에너지 전문가의 경고도 나왔다.
해외에 머무는 우크라이나인은 여전히 많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EU 회원국에서 임시보호 지위를 받은 우크라이나인은 443만명이다. 나라별로는 독일 129만명, 폴란드 93만9000명, 체코 39만8000명이다. 성인 여성이 43.6%, 성인 남성이 27.3%, 미성년자가 29.1%다.
임시보호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이들에게 EU가 별도 심사 없이 체류와 취업 등을 보장해 온 제도다. 보호 기간은 2028년 3월 4일까지다. 이후에는 취업이나 학업, 가족 결합 등 별도의 체류 허가가 필요할 수 있다.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도 임시보호를 2028년까지 연장했다.
EU 자문기구인 유럽지역위원회는 회원국들에 임시보호 종료에 미리 대비하고 자발적이고 안전한 귀국을 지원하라고 요청했다. 유럽지역위원회는 임시보호가 끝나더라도 모든 난민이 곧바로 강제 송환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