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쇳물에 문화의 숨결을… 호남대 이수환, 건축전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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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학회 추계학술대회서 문래동 도시재생 프로젝트 'RE: INDUSTRY'로 수상 영예

낡은 것을 함부로 부수지 않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그의 설계도는 도시 재생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 쇳가루 날리는 철공소와 예술의 공존, 문래동을 읽어내다
호남대학교(총장 박상철)는 최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2026년 대한건축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학생작품전’에서 자교 건축학부에 재학 중인 이수환 학생(4학년)이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 ‘우수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건축계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규모가 큰 전국 단위 행사다. 특히 학생작품전의 경우 전국의 내로라하는 대학의 건축 관련 전공자들이 저마다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설계 작품을 출품하여 진검승부를 펼치는 무대다. 여기서 이수환 학생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의 오래된 산업 구역을 타깃으로 삼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 ‘RE: INDUSTRY’를 당당히 출품해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 전면 철거 대신 '연결'을 택한 마법 같은 건축 설계
이수환 학생의 작품 ‘RE: INDUSTRY’가 높은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흔적을 무참히 지워버리는 획일적인 재개발 방식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문래동은 수십 년간 묵묵히 돌아가던 소규모 제조업의 골격 위에, 최근 몇 년 새 트렌디한 카페와 예술가들의 공방 등 낯선 이질적 문화가 스며들며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한 곳이다.
그는 이러한 문래동만의 대체 불가능한 지역적 아이덴티티에 깊이 주목했다. 낡은 공장 지대를 싹쓸이하여 거대한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를 올리는 쉬운 길을 택하는 대신, 기존 산업 구역이 지닌 공간적 뼈대를 고스란히 살려두면서 그 틈새로 현대 도시의 다채로운 활동들을 유연하게 빨아들이는 고도의 재생 방안을 촘촘한 설계도로 구현해 냈다.
◆ 보행 동선이 빚어낸 산업과 일상의 짜릿한 스킨십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의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수환 학생은 문래동 특유의 미로 같은 좁은 가로 체계와 주변 건축물들이 뿜어내는 거친 배치 특성을 집요하게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개의 이질적인 건축 매스(Mass)를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얽히고설킨 보행 동선과 개방된 외부 공간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입체적인 공간 계획을 제안했다.
특히 투박한 산업 시설의 공간적 특성을 건축 설계의 주요 모티브로 적극 차용하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하고 머물 수 있는 쾌적한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를 영리하게 교차시켰다. 쇳가루 날리는 생산 현장의 긴장감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도시의 일상이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낸 것이다.
◆ 실무 중심 교육의 산실, 호남대 건축학부의 저력 입증
이번 우수상 수상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철저하게 현장 실무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해 온 호남대학교 건축학부의 선진적인 설계 교육 시스템이 전국 무대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된 값진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수환 학생의 이번 작품을 곁에서 밀착 지도한 배지윤 교수는 “문래동은 시끄럽고 거친 제조업의 생산 활동과 세련된 현대 도시 문화가 하나의 지역 안에서 마치 물과 기름처럼, 때로는 물감처럼 섞여 공존하는 매우 흥미롭고 난해한 설계 대상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 교수는 “학생이 지역 사회의 복잡한 산업적 특성과 유기적인 도시 조직의 맥락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고, 이를 뜬구름 잡는 이론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건축 설계로 묵묵히 발전시켜 나간 일련의 과정이 이번 수상작의 핵심이자 가장 큰 무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남대 건축학부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책상머리 이론에 갇히지 않고, 도시가 품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건축적 언어로 풀어낼 수 있도록 공모전 지원 등 다양한 실무 연계 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