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양념통'은 한 칸씩 꺼내 확인해보세요, 버릴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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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선반을 한 칸씩 꺼내 날짜·냄새·색·질감을 확인하는 순서를 정리했다.
개봉일 표기와 앞줄 배치로 오래된 양념부터 쓰는 요령도 담았다.

김장과 겨울 국물 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한 번쯤은 양념 서랍을 열어 보게 된다. 막상 열어 보면 언제 샀는지 모를 가루 봉지와 뚜껑이 끈적해진 병, 같은 종류가 두세 개씩 겹친 통이 뒤엉켜 있기 십상이다. 주방을 통째로 뒤집을 필요는 없다. 선반 한 칸씩 꺼내 살피는 순서만 정해 두면 반나절이 아니라 한 번에 한 칸, 부담 없이 끝낼 수 있다.
인쇄된 날짜만 보고 버리면 멀쩡한 양념도 나간다
양념 정리를 시작하면 일단 포장에 찍힌 날짜부터 찾게 된다. 그런데 인쇄된 날짜는 그날이 지나면 무조건 버려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하거나 먹을 때 일자표시를 확인하고 보관방법을 철저히 지키도록 당부하고 있다. 날짜와 보관방법이 한 쌍으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짜가 찍혀 있어도 밀폐해 서늘한 곳에 둔 양념과 뚜껑을 열어 둔 채 가스레인지 옆에 세워 둔 양념의 상태는 다르다. 반대로 날짜가 넉넉히 남았어도 향이 밋밋해졌거나 습기를 먹었거나 색이 변했거나 덩어리가 눈에 띈다면 품질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정리 기준은 날짜 하나가 아니라 날짜·개봉일·냄새·색·질감, 다섯 가지를 함께 보는 쪽이 맞다.

선반 한 칸을 통째로 꺼내 깨끗한 바닥에 펼친다
주방 전체의 양념을 한꺼번에 꺼내면 정리하다 지쳐서 다시 아무 데나 밀어 넣게 된다. 선반 한 칸이나 서랍 하나만 비우는 것이 요령이다. 싱크대 상판이나 식탁처럼 닦아 둔 평평한 곳에 양념과 소스, 기름, 조미료를 모두 꺼내 놓는다.
꺼낸 뒤에는 종류별로 나눠 놓는다. 가루류, 병에 든 소스류, 기름류, 말린 재료류 정도로만 갈라도 같은 것이 몇 개나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이 단계에서 고춧가루나 깨처럼 비슷한 통이 두 개씩 나오면 먼저 쓸 쪽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꺼낸 김에 끈적해진 병은 겉면을 닦고 되돌려 놓는다. 병 입구에 눌어붙은 양념은 뚜껑 안쪽까지 닦아야 다음에 열 때 손이 덜 달라붙는다.
날짜·개봉일·냄새·색·질감을 차례로 확인한다
종류별로 나눴다면 한 통씩 들고 확인한다. 먼저 포장에 인쇄된 날짜를 보고, 개봉일을 적어 둔 것이 있으면 함께 본다. 그다음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는다. 향이 밋밋하게 날아갔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정리 후보로 올린다.
색과 질감도 차례로 본다. 선명하던 가루가 칙칙해졌거나 알갱이가 뭉쳐 숟가락으로 떠도 덩어리가 지는 양념은 습기를 먹었다는 신호다. 이런 통은 대개 뚜껑이 헐거웠거나 증기가 닿는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므로, 새로 사서 채우기 전에 보관 위치부터 바꿔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곰팡이가 의심되거나 냄새가 이상한 것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린다. 먹어도 되는지 애매한 양념을 음식에 넣는 쪽이 훨씬 손해다.
이때 이가 빠진 접시, 짝이 맞지 않는 뚜껑, 얼룩이 배어 모양이 틀어진 보관용기도 같이 골라내면 좋다. 거의 쓰지 않는 주방 도구를 함께 솎아 내면 쓸 물건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정리의 목적은 버리는 데 있지 않고 지금 쓰는 것이 바로 손에 잡히게 만드는 데 있다.

원래 라벨은 남기고 개봉일을 직접 적는다
예쁜 용기에 전부 옮겨 담으면 선반이 깔끔해 보이지만 모든 제품에 권할 수는 없다. 원래 포장의 라벨에는 알레르기 정보와 보관 방법, 날짜가 들어 있어서다. 옮겨 담았다면 포장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두거나 라벨을 오려 용기 바닥에 붙여 두면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투명한 용기는 남은 양이 보여 편하지만, 그렇더라도 라벨 정보까지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개봉일은 나중에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일수록 꼭 적는다. 기름과 소스, 가루 양념이 대표적이다. 유성 마커나 견출지로 뚜껑이나 옆면에 개봉한 달만 적어도 충분하다. 개봉일이 적혀 있으면 이 통을 얼마나 오래 열어 뒀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정리할 때도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

오래된 것은 앞줄에, 새로 산 것은 뒷줄에 세운다
새로 산 양념을 아무 데나 꽂아 두면 뒤에 있던 오래된 통은 끝내 쓰이지 못하고 밀려난다. 오래된 것을 앞에 세우고 새로 산 것은 그 뒤에 두면 먼저 들어온 것이 먼저 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별한 수납장이 없어도 되는 간단한 규칙이다. 김장이나 명절 음식처럼 양념을 많이 쓰는 날이 다가올 때는 오래된 재료부터 쓰고, 새로 산 것은 그 뒤에 채워 두면 된다.
자주 쓰는 양념은 한곳에 모아 두되 모든 라벨이 보이도록 여유 있게 세운다. 빽빽하게 쌓으면 뒤쪽 통은 존재조차 잊게 된다. 비슷한 용도의 병은 작은 바구니나 칸막이 수납함에 묶어 두면 한 번에 꺼내고 한 번에 넣을 수 있다. 좁은 아파트 싱크대 상부장이라면 낮은 바구니 하나만 있어도 앞줄과 뒷줄이 분명해진다.
가스레인지 옆 자리는 가루 양념에 가장 불리하다
마른 양념은 조리할 때 올라오는 증기가 닿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 국내 주방에서는 가스레인지 바로 옆 선반, 밥솥이나 전기포트 증기가 닿는 상판, 후드 아래 걸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용하기 편한 자리라서 가장 자주 쓰는 양념을 두게 되지만, 습기에 약한 가루가 덩어리지는 것도 바로 이 자리에서다.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면 조리할 때 쓰는 통만 꺼내 두고 나머지는 한 칸 떨어진 수납장 안쪽에 둔다. 뚜껑은 사용하고 곧바로 닫는다. 끓는 냄비 위에서 통을 기울여 양념을 털어 넣는 습관은 증기가 통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직접 만들어 주는 셈이므로, 계량스푼으로 덜어 쓰고 그 뒤에 뚜껑을 닫는 방식으로 바꾼다.

기름·소스·냉장 양념까지 같은 방식으로 넓힌다
한 칸을 끝냈다면 같은 순서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첫째는 기름류와 병 소스류다. 개봉일을 적고 병 입구와 뚜껑을 닦은 뒤 오래된 것을 앞에 둔다. 둘째는 냉장고 문 쪽 소스 칸이다. 꺼내서 날짜와 냄새, 질감을 확인하는 흐름은 똑같고, 장을 보기 전에 한 번 돌면 이미 있는 것을 또 사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는 장보기 목록이다. 정리하면서 거의 비어 가는 통과 중복된 통을 메모해 두면 필요한 것만 살 수 있다. 정리를 마친 칸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면 마트에서 비슷한 양념을 또 집어 들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달에 한 번, 한 칸씩만 같은 순서로 돌아가며 확인하면 주방 전체를 뒤집는 대청소를 하지 않아도 양념 서랍이 다시 뒤엉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