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venLabs, 14년 전 방송 16초로 루게릭병 환자 목소리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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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환자가 14년 전 방송 속 16초 음성으로 AI 복제 목소리를 되찾았다.
ElevenLabs는 ALS 환자에게 이 기술을 무료로 제공한다.

노년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여성과 함께 음성 파형을 바라보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노년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여성과 함께 음성 파형을 바라보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AI 덕분에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은 사례가 미국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주인공은 미국 버몬트주에 살던 67세 Paul Francoeur다. 그는 AI 음성 복제 기업 ElevenLabs의 기술로, 병이 앗아간 목소리를 다시 컴퓨터를 통해 낼 수 있게 됐다.

복원의 재료는 14년 전 지역 방송사가 내보낸 짧은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서 추출한 16초 분량의 음성이 쓰였다. 인터넷 매체 인베스티게이트TV(InvestigateTV)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연을 정리했다.

눈으로 쓰는 문장, 로봇 같은 합성음

ALS는 치료법이 없고 언제나 치명적인 질환이다. 버몬트주는 인구 대비 발병률이 미국에서 가장 높고, 현재 주 안에서 약 27명이 이 병과 함께 살고 있다. Paul Francoeur의 진단은 2019년에 내려졌다. 근육과 운동 기능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폐를 비우지 못하게 됐고, 기침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 Kris Francoeur는 남편 곁에서 간병인이 됐다. 덕분에 그는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 아들 Ben도 힘을 보탰지만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말하는 능력이 점점 사라졌기 때문이다. Kris는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길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은 시선 추적(eye-gaze) 기술에 의존했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마우스 클릭을 대신해 글자를 하나씩 고르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합성 음성으로 읽어 주는 방식이다. Paul은 이 기술을 잘 다뤘다. 문제는 소리였다. Kris는 기존 합성음을 두고 “매우 단조롭고 로봇 같다”고 표현했다.

원격진료로 주치의를 만난 날에도 부부는 같은 현실을 확인했다. 더 나은 약이나 치료법이 없으니 지금의 경로를 그대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가장 힘든 점을 묻자 Paul은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을 꺼냈고 Kris가 문장을 마저 이어 줬다.

도예 작업대에서 물레를 돌리며 점토를 빚는 노인과 곁에서 팔을 짚는 여성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도예 작업대에서 물레를 돌리며 점토를 빚는 노인과 곁에서 팔을 짚는 여성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16초짜리 옛 영상이 열쇠가 된 이유

ElevenLabs가 내놓은 기술은 AI로 목소리를 복제해 로봇 같은 소리를 대체한다. 단어마다 감정까지 담아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목소리를 잃기 전의 깨끗한 음성 기록이 충분히 필요했는데, 부부는 오래된 녹음을 찾지 못했다.

해법은 방송사 WCAX에서 나왔다. 채널3 뉴스는 14년 전 ‘Made in Vermont’ 코너에서 이 부부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Paul은 물레를 만들고 있었고, ALS가 그의 목소리를 빼앗기 7년 전이었다. 영상 속 그는 도구를 쓰며 걷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Kris는 “무엇보다 Paul이 걷고 말하고 도구를 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놀랍다”며 “나도, 남편도 그 모든 것이 그립다”고 했다.

ElevenLabs의 Richard Cave는 2012년에 방송된 이 보도에서 Paul의 음성 16초를 확보해 목소리를 재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AI를 좋은 일에 써서 사람들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다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이 방송된 뒤 몇 달 만에 Paul은 잃었다고 생각한 목소리를 돌려받았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복원된 목소리로 Paul이 처음 전한 말은 감사 인사와 ALS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그는 “버몬트는 인구 대비 발병률이 미국 어느 주보다 높다”고 말했다. 복제 음성이 본래 목소리와 완벽하게 맞는다고 보도는 전했다. 곁에 있던 사람이 “정말 당신 목소리 같다”고 하자 Paul은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Kris에게는 오랜만에 듣는 남편의 목소리였다. 컴퓨터에서 나올 소리가 남편처럼 들릴 것이라던 그녀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Paul도 “나처럼”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는 손주들에게 건넬 말이었다. 손주들은 할아버지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Paul은 다음에 손주들을 만나면 “진짜 감정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족에게 목소리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 돌아왔다는 뜻이었다.

의료진의 시선과 무료 제공 구조

Paul의 주치의이자 다트머스 히치콕 메디컬센터(Dartmouth Hitchcock Medical Center)의 ALS 클리닉을 이끄는 Mark Garret 박사는 이 병이 삶의 많은 부분을 앗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ALS로 말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면 삶의 질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Garret 박사는 부부가 남은 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보내고 다른 ALS 환자를 위한 활동에 나선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Paul이 끔찍한 예후와 병에 맞서 삶을 최선으로 살아온 방식이 “비범했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진단 후 오래 생존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보통 ALS 환자는 진단 후 2~5년을 사는데, Paul은 8년째까지 이어 갔다.

이 기술은 ALS 환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ElevenLabs가 무료 음성 복제를 제공하고, 비영리 조직 Bridging Voices가 가족과 회사를 연결해 준다. 보도는 이 비영리 조직이 의사소통 능력을 되살리려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 Darren Perron이 부부를 취재하고 7개월이 지난 뒤 Paul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내와 가족의 기억 속에 남았다. 복원된 목소리로 손주들에게 전한 말과 ALS를 알리는 메시지는 그가 마지막까지 남긴 기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