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1조원 흑자 냈는데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만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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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만 400억 이상 적자... 부당수급도 10명 중 6명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이 1조원 넘는 흑자를 냈다. 하지만 중국인이 낸 보험료로는 중국인의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2024년 겨우 흑자로 올라섰던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이 1년 만에 400억원 넘는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가입자 상위 10개국 가운데 보험료보다 급여비를 더 많이 받아 간 나라는 중국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외국인 건강보험 국적별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을 제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 국적 가입자에게 부과된 보험료는 9564억원이었다. 공단이 중국인 가입자의 진료비로 병의원 등에 지급한 급여비는 9973억원으로 보험료보다 409억원 많았다.

중국인 건보 재정은 2024년 55억원 흑자를 내며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흑자는 한 해로 끝났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2019년 987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 증가세가 급여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지난해 중국인 보험료는 전년보다 195억원 늘어난 데 그쳤다. 증가율은 2.1%였다. 같은 기간 급여비는 659억원 늘어 7.1% 증가했다. 중국인 보험료 증가액은 최근 6년 사이 가장 작았다. 보험료 증가액은 2021년 370억원, 2022년 871억원, 2023년 633억원, 2024년 653억원이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중국인 보험료 증가세가 얼마나 더딘지 드러난다. 같은 기간 베트남 보험료는 1933억원에서 2386억원으로 23.4% 늘었다. 네팔은 1253억원에서 1472억원으로 17.5% 증가했다.
중국인 급여비는 해마다 빠짐없이 늘었다. 2020년 6477억원에서 2021년 7321억원, 2022년 8312억원, 2023년 8743억원, 2024년 9314억원을 거쳐 지난해 9973억원까지 불어났다. 1조원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5년 사이 증가율은 54%다. 같은 기간 중국인 보험료는 6842억원에서 9564억원으로 39.8% 늘었다.
외국인 건보 급여비가 늘어난 몫의 절반도 중국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외국인 전체 급여비는 1조5243억원으로 전년보다 1318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 급여비 증가분이 659억원으로 정확히 절반이었다. 반면 외국인 전체 보험료가 2006억원 늘어나는 동안 중국인 보험료 증가분은 195억원으로 9.7%에 불과했다.
보험료와 급여비 비중의 차이도 크다. 지난해 중국인은 외국인 전체 보험료 2조5370억원의 37.7%를 냈다. 하지만 외국인 전체 급여비의 65.4%를 받아 갔다. 외국인에게 지급된 건보 급여비 3분의 2가 중국인 몫이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중국인 보험료 비중은 45.9%에서 8.2%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급여비 비중은 70.5%에서 5.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보험료 100원당 급여비로 따지면 중국인은 104원가량을 받았다. 외국인 전체 평균은 60원이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33원, 미국 47원, 러시아 71원이었다. 중국을 뺀 나머지 외국인 가입자들은 1조5806억원을 내고 5270억원을 받았다. 100원을 내고 33원가량을 쓴 셈이다.
중국을 제외한 상위 국가들은 모두 흑자를 냈다. 베트남이 1601억원으로 흑자 규모가 가장 컸다. 네팔 1262억원, 인도네시아 918억원, 캄보디아 856억원, 미얀마 840억원, 미국 819억원, 필리핀 559억원, 우즈베키스탄 481억원, 러시아 131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덕분에 외국인 전체 건보 재정은 1조128억원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인 적자를 빼면 흑자 규모는 1조537억원으로 커진다. 외국인 건보 재정은 201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흑자를 냈다.
중국인 건보 재정은 사실상 만성 적자다. 2017년 1108억원, 2018년 1509억원, 2019년 98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0년 365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 10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27억원으로 다시 적자가 이어졌다. 2024년 55억원 흑자에 이어 지난해 409억원 적자가 났다. 9년 동안 흑자를 낸 해는 두 번뿐이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3958억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을 부정하게 타 간 외국인 역시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아 지난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건강보험 부당수급 외국인은 10만8160명이었다. 이 중 61%인 6만5979명이 중국 국적자였다. 2위 베트남은 9582명으로 중국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미국 4397명, 우즈베키스탄 2446명, 미얀마 867명, 캐나다 502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당수급 금액도 중국인에게 쏠렸다. 부당수급으로 결정된 금액 179억원 가운데 64.2%인 115억원이 중국 국적자에게서 나왔다. 중국은 적발 인원 기준으로 2021년부터 해마다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적발된 외국인 8963명 가운데 5039명이 중국 국적자였다. 56.2%에 이르는 비율이다.
부당수급의 대부분은 자격을 잃은 뒤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경우였다. 5년 동안 10만4297명이 자격상실 이후 급여를 받다 적발됐다. 급여정지 기간에 혜택을 받은 사람이 3633명이었다. 남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한 사람도 230명이었다.
최 의원은 "건강보험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만큼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급여가 지급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부정수급의 대부분이 자격상실 이후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단은 자격 변동을 보다 신속하게 반영하고 부당하게 지급된 급여의 환수까지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건보 재정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감 답변에서 2024년 중국인 건보 재정이 55억원 흑자라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직장가입자 흑자에 가려졌을 뿐 지역가입자만 보면 적자가 크다고 반박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공단 자료를 근거로 중국인 지역가입자의 급여비가 보험료를 크게 웃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단의 통계 오류가 혐중 정서를 부추겼다고 맞섰다. 공단은 2020년 중국인 건보 재정을 처음에 적자로 발표했다가 나중에 흑자로 정정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문제 삼아 공단 이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1년 만에 중국인 건보 재정이 다시 적자로 확인되면서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외국인 건보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제도를 여러 차례 고쳤다.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했다. 그전에는 외국인이 필요할 때만 가입해 진료를 받고 탈퇴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2024년 4월부터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국내에 6개월 이상 살아야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려 입국시킨 뒤 고가 진료만 받고 돌아가는 이른바 '건보 먹튀'를 막으려는 조치다. 같은 해 5월부터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신분증 등으로 본인 확인을 받는 절차가 의무화됐다.
이런 보완책에도 중국인 급여비가 꾸준히 늘자 정치권에서는 상호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상대국이 한국인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 수준에 맞춰 그 나라 국민에게 주는 혜택에도 차등을 두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료·선거·부동산을 묶은 이른바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추진하며 한중 상호주의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를 자극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상호주의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외교 마찰 가능성과 국제 통상 규범, 특정 국적자 차별 논란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