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 안보리에 서한까지 보냈다... 지뢰 폭발 놓고 “한국의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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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엔 안보리 의장에 서한 보내 지뢰 폭발 책임 부인
"한국의 자작극" 주장…영토 침범 시 자위권 행사 경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발뺌했다.

지난 22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시 접경 지역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지난 22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시 접경 지역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2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주유엔 북한 상임대표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9월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한국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서한은 한국 정부가 지뢰 폭발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북한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면서 한국이 영토를 침범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지뢰 폭발은 한국 자작극" 주장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서한에서 "한국이 조작한 이른바 '지뢰폭발사건'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부국경 요새화를 '군사적 침범'으로 매도하고 지연, 저지시키기 위한 음흉한 방해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작극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한국이 지뢰 폭발의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면서 접경 지역에서 진행 중인 군사시설 구축 작업을 방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진행 중인 '남부국경 요새화' 작업도 정당화했다. 외부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하는 합법적인 주권 행사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현재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철책 설치와 전술도로 건설 등 국경 요새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자 한국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졌다.

북한은 한국군의 경고사격도 문제 삼았다. 서한에서 "한국은 국경요새화 사업에 동원된 우리 군인들의 생명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사격행위를 자행하는 등 극히 무모한 도발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의 대응이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에 대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서한에는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의 영토를 1㎜라도 침범하거나 우리 인원들의 안전과 생명에 위해를 주는 직접적인 도발행위를 감행하는 경우" 유엔헌장 제51조에 명시된 자위권을 행사할 합법적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이 북한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헌장 제51조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조항이다.

이번 서한은 북한이 최근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한 직후 나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2일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사격에 반발하며 전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남 확성기도 수일 안에 대기 상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외교부 제공·뉴스1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외교부 제공·뉴스1

한국 정부의 안보리 서한에 사흘 만에 맞대응

북한의 이번 서한 발송은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공식 제기한 지 사흘 만이다. 앞서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는 지난 22일 안보리 의장국인 그리스의 주유엔대사에게 약 2쪽 분량의 공식 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부는 서한에서 지난 9월 21일 발생한 북한군 매설 지뢰 폭발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과 관련해 안보리에 공식 서한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에도 정부는 사건 발생 약 2주 만에 주유엔 한국대사 명의로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에도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만 북한은 사건 자체가 한국의 조작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뢰 폭발 사건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면서 영토 침범 시 무력 대응까지 거론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