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꿀팁] 김장 전 '고춧가루' 색부터 보세요, 칙칙한 회색빛은 쓰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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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양념 버무리기 전 고춧가루의 색·냄새·질감을 확인하는 순서를 정리했다.
곰팡내와 젖은 덩어리는 쓰지 않고, 향만 빠진 가루는 용도를 나눠 쓴다.

김장철이 코앞이라 고춧가루를 미리 장만해 둔 집이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양념을 버무리는 날 봉지를 열어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집은 드물다. 큰 통에 담글 양념에 한번 섞이고 나면 고춧가루의 문제는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관을 아무리 잘 했어도 사용 직전 점검을 건너뛰면 소용이 없으니, 색과 냄새, 질감을 차례로 확인하는 순서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젓갈과 마늘이 냄새를 덮어 줄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냄새가 조금 이상해도 젓갈과 마늘, 생강 향에 묻힐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춧가루의 이상한 냄새는 양념에 섞이고 나면 바로잡기가 어렵다. 버무려 놓은 양념에서 고춧가루만 따로 걷어 낼 수도 없으므로 판단은 반드시 섞기 전에 끝내야 한다. 김장은 한 번에 담그는 양이 많아 실패했을 때 잃는 것도 크다.
점검 항목은 네 가지다.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손으로 건조한 질감인지 확인한 다음, 마지막으로 보관 상태를 되짚는다. 이 가운데 앞의 세 가지만으로도 쓸 수 없는 가루는 대부분 가려진다. 맛을 보는 일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며, 그것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선명한 붉은빛인지 갈색·회색이 도는지부터 본다
멀쩡한 고춧가루는 밝은 붉은색을 띠고 깨끗한 고추 향이 난다. 봉지를 열었을 때 칙칙한 갈색이나 회색빛이 크게 도는 부분이 있다면 품질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가루 사이에 벌레가 보이면 더 따져 볼 것 없이 쓰지 않는다.
큰 봉지 안을 들여다보면 색 차이를 놓치기 쉬우므로, 흰 접시나 흰 종이에 한 줌 덜어 펼쳐 보면 구분이 훨씬 쉽다. 봉지 윗부분과 바닥 쪽에서 각각 덜어 색을 비교하면 가루 전체가 고른지도 알 수 있다. 색이 바랜 가루로 담근 김치는 완성된 뒤의 빛깔도 연해진다.
봉지를 여는 순간 맡는 첫 냄새가 가장 정확하다
깨끗한 고추 향 대신 눅눅하고 쿰쿰한 곰팡내가 난다면 그 가루는 쓰지 않는다. 냄새는 여러 번 맡을수록 코가 익숙해져 판단이 흐려진다. 그래서 봉지를 열자마자 한 번에 확인하고, 이미 열어 쓰던 봉지라면 한 줌 덜어 따로 맡아 본다. 아파트 주방에서는 후드를 끈 채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맡아야 다른 음식 냄새에 섞이지 않는다.
낯선 제품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가루를 입에 넣어 맛으로 확인하려고 거듭 맛보는 방법은 피한다. 눈과 코로 먼저 판정하고, 이미 이상 신호가 나왔다면 맛 확인까지 갈 이유가 없다.

살짝 뭉친 가루와 젖어서 안 풀리는 덩어리는 전혀 다르다
습도 때문에 가루가 약간 뭉치는 일은 흔하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쉽게 부서지고 풀리는 덩어리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축축하게 젖어 있어 눌러도 풀어지지 않는 덩어리, 곰팡이 흔적이 보이는 덩어리가 섞여 있다면 그 가루는 쓰면 안 된다.
덩어리 몇 개만 골라내고 나머지를 쓰면 될 것 같지만, 젖은 덩어리나 곰팡이 흔적이 나온 봉지는 통째로 사용을 보류하는 편이 안전하다. 습기가 들어갔다면 같은 봉지의 다른 부분도 멀쩡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구입한 곳에 상태를 알리고 교환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맛이 밍밍한데 상한 냄새는 없다면 향이 빠진 것이다
냄새는 깨끗한데 맛만 밍밍하다면 반드시 상한 것은 아니다. 안전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 아니라 향이 날아간 상태일 수 있다. 다만 이런 가루로 김치를 담그면 완성된 김치의 색과 맛이 약해진다.
그래서 판정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곰팡내가 나거나 젖은 덩어리가 있거나 벌레가 보이면 쓰지 않고, 향만 빠진 경우는 쓸 수는 있되 결과물이 싱겁다고 받아들인다. 향이 약해진 가루는 김장처럼 양이 많고 색이 중요한 양념보다 찌개나 국처럼 소량씩 쓰는 용도로 돌리면 낭비가 줄어든다.
김장 당일에는 마른 그릇에 덜어 쓰고 본통은 바로 닫는다
점검을 통과한 가루도 쓰는 방식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고춧가루는 열과 빛, 수증기를 피해야 하므로 가스레인지 바로 위 수납장이나 후드 옆 선반처럼 조리 열과 김이 올라오는 자리에는 두지 않는다. 요리하는 동안 뚜껑을 열어 둔 채로 놓아두는 것도 금물이다.
필요한 양은 물기 없는 마른 그릇에 먼저 덜어 내고, 본통은 곧바로 닫아 둔다. 김장 날에는 절임배추와 무채에서 나온 물기, 젖은 손과 숟가락이 본통에 닿기 쉽다. 덜어 쓰는 그릇과 도구를 마른 것으로 따로 쓰면 남은 가루가 습기를 먹지 않는다. 쓰고 남은 가루는 꼭 닫은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묵은 가루와 새 가루는 섞지 말고 따로 평가한다
작년에 남긴 가루와 올해 새로 산 가루를 한 통에 합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쪽 탓인지 알 수 없고, 멀쩡한 새 가루까지 버리게 된다. 묵은 가루의 상태를 평가하기 전까지는 두 가루를 서로 다른 용기에 따로 둔다. 용기에 구입 시기를 적어 두면 구분이 쉽다.
묵은 가루의 평가 방법은 위와 같다.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질감을 확인해 통과하면 소량 쓰는 요리에 돌리고, 곰팡내나 젖은 덩어리가 나오면 쓰지 않는다. 이 순서는 김장 양념뿐 아니라 깍두기·겉절이 같은 다른 김치 양념, 고추장을 담글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봉지를 열 때마다 색, 냄새, 질감 순으로 보는 습관이 붙으면 한 해 양념 실패를 크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