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궁화호, 정말 사라지나요?'… 코레일에 직접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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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밝힌 무궁화호의 미래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가는 열차는 크게 세 종류다. KTX(KTX-산천·KTX-청룡 포함), ITX-새마을(ITX-마음 포함), 무궁화호다. 무궁화호 요금은 2만 23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ITX-새마을은 3만 3100원, KTX는 호남고속선 경유 일반실 기준 4만 2000원 수준이다. KTX는 운행 경로와 열차편에 따라 운임과 소요 시간이 다르다. 무궁화호는 KTX의 절반에 가까운 요금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추억을 싣고 달려온 열차다.

무궁화호는 고속열차보다 소요 시간이 길지만 여러 역에 정차한다. 고향을 오가거나 통근·통학하는 승객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무궁화호를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과거 2028년을 전후해 전면 퇴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위키트리 취재에서 최종 퇴역 시점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급열차로 출발한 이름… 지역을 잇는 일반열차로
무궁화호의 역사는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21일 서울~부산 구간에서 특급 무궁화호가 처음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6시간 30분이었다.

1984년 열차 등급 개편 이후에는 기존 우등열차가 무궁화호라는 이름을 달았다. 당시 무궁화호는 새마을호보다 낮고 통일호와 비둘기호보다 높은 등급이었다. 오늘날에는 저렴한 일반열차로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가장 낮은 등급이었던 것은 아니다.
철도 이용 환경은 2004년 크게 달라졌다. 그해 4월 1일 KTX가 개통했고 전날인 3월 31일에는 통일호 객차형 열차가 운행을 마쳤다. 고속열차가 주요 도시를 빠르게 연결하는 동안 무궁화호는 지역의 여러 역에 정차하며 일반열차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무궁화호는 고속열차가 서지 않는 역에서도 승객을 태웠다. 운임도 저렴해 고속철도 요금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 역할을 해 왔다.
전체 객차 67%가 25년 이상… 노후한 무궁화호
무궁화호가 교체 대상이 된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차량 노후화다. 무궁화호 객차 459칸 가운데 309칸(67.3%)은 도입된 지 25년 이상 지났다. 나머지 150칸도 도입 후 20~24년이 지났다. 20년 미만 객차는 한 칸도 없다.
일부 객차에서는 외부 도장이 벗겨지거나 창문에 금이 간 모습도 확인됐다.




다만 외관만으로 차량의 운행 안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코레일은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기존 객차의 사용 기간을 연장했다.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정밀안전진단 대상 258칸 중 184칸의 진단을 마쳤다. 진단을 마친 객차는 모두 '사용적합' 판정을 받았다. 코레일은 내년에도 무궁화호 객차 278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할 계획이다.
바퀴부터 화장실까지 교체… 11월 개량 객차 투입
신형 열차 도입에 앞서 기존 객차의 운행을 이어가기 위한 대책은 대규모 리모델링이다. 코레일은 2028년까지 약 680억 원을 투입해 무궁화호 객차 280칸을 개량할 계획이다.
지난 5월 1차로 160칸에 대한 사업을 발주했으며 나머지 120칸은 내년 하반기에 추가 발주할 예정이다. 전문업체 위탁과 코레일 자체 개량 작업을 병행한다.


개량 대상은 외장재뿐만이 아니다. 주행·제동장치와 승강문, 배전반, 전선 등 주요 설비를 교체하고 바닥재와 화장실도 손본다. 오래된 도장을 벗겨내고 객차 하부의 대차(바퀴와 주행장치가 설치된 장치)를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마모된 바퀴는 다시 깎아 정비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위키트리 취재에 올해 60칸, 내년 120칸, 2028년 100칸 등 총 280칸을 개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2칸은 개량을 마쳤으며 8번째 객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량 객차는 오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영업 운행에 투입될 예정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무궁화호 객차의 기본 내용연수는 25년이다. 여기에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사용 기간을 5년 연장한 상태다. 총 30년의 사용 기한은 리모델링 시점이 아닌 최초 도입 시점부터 계산한 기간이다.
다만 연장된 5년이 지난 뒤 곧바로 폐차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운행 종료 시점은 향후 열차 운행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리모델링에 따른 별도의 운임 조정도 없다.
대체할 ITX-마음, 납품 차질에 교체 일정도 흔들
무궁화호를 대체할 차량은 2023년 9월 운행을 시작한 ITX-마음이다. 동력장치를 차량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한 전기동차다. 최고 영업속도는 시속 150㎞. 전원 콘센트와 USB 포트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문제는 새 차량이 계획대로 공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제작사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이 이어지자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EMU-150 미납품 물량 330칸에 대한 구매계약을 해지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지난 6월 ITX-마음 146칸(약 3987억 원 규모)의 신규 발주 계획을 발표했다. 계약 해지 물량 중 나머지 184칸도 내년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규 발주에는 가격과 기술력, 안전성, 품질, 납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납품 지연 업체에 대한 감점도 강화했다.
신형 열차 납품 지연 문제는 이달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김태승 코레일 사장은 2023년 첫 납품 지연 당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2024년 납품 예정이던 40칸 중 4칸만 들어왔을 때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궁화호 운행은 감소… 신형 열차와 운임 차이도 커
신형 차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무궁화호 운행은 줄고 ITX-마음 운행은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무궁화호 운행은 2023년 191회에서 올해 9월 163회로 감소했다. 주말 하루 상·하행 합계 기준이다. 같은 기간 ITX-마음은 18회에서 92회로 증가했다.
무궁화호 공급 좌석도 5만 48석에서 4만 1440석으로 17.2% 줄었다. 반면 ITX-마음은 5280석에서 2만 4544석으로 늘었다. 일반열차 전체 공급 좌석은 증가했지만 저렴한 무궁화호 좌석은 오히려 감소했다.
운임에도 차이가 있다. 서울~부산 구간 운임은 무궁화호 2만 8600원, ITX-마음 4만 2600원이다. 두 열차의 요금 차이는 1만 4000원이다.
경로 우대 혜택도 다르다. 만 65세 이상 승객은 무궁화호 이용 시 주말에도 30% 할인을 받는다. 반면 ITX-마음은 평일에만 경로 할인이 적용된다. 주말에 무궁화호 대신 ITX-마음을 이용하면 고령 승객의 운임 부담이 더 커진다.
코레일 측은 ITX-마음의 편의설비와 서비스 수준 향상을 반영해 ITX-새마을 등급의 운임과 경로 할인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경로 할인 확대를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전철화 구간에는 기존 객차… 정차역 유지 검토
ITX-마음은 전기동차여서 전철화되지 않은 노선에서는 운행할 수 없다. 코레일은 해당 구간에 정밀안전진단과 리모델링을 거친 기존 무궁화호 객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에도 해당 노선의 전철화 개량을 요청하고 있다.
기존 정차역과 운행 횟수는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운행 계획은 신형 차량 도입 상황에 따라 마련할 예정이다.
코레일 측은 과거 전면 퇴역 전망이 나왔을 때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형 전기동차 구매계약 해지 등으로 차량 도입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향후 ITX-마음 도입 상황에 맞춰 무궁화호의 운행 계획을 검토할 방침이다. 모든 객차의 운행 종료 시점과 '무궁화호' 명칭 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