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나… 시내버스 탈 때 짐 크기·무게 '제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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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끌고 탔다가 하차 요구… 버스 짐 제한 규정

최근 대구에서 작은 바퀴가 달린 손수레형 장바구니를 소지한 채 시내버스에 오르려던 노인이 탑승을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해 온라인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장을 볼 때 흔히 쓰는 생활용품임에도 운전기사가 규정 위반을 들어 하차를 요구했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카트형 장바구니를 든 노인이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카트형 장바구니를 든 노인이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갈렸다. "일상적인 장바구니마저 경찰을 부를 정도로 막아설 일인가"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차내 승객 휴대품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고 급정거 등 주행 중 안전사고 발생 시 운전기사가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원칙적인 대응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승객이 든 짐의 크기나 형태 때문에 승차를 거부당해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는 빈번하게 목격된다.

일상적인 캐리어·카트도 '언제나' 탈 수 있는 것 아니다

많은 시민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이나 수레형 장바구니라 하더라도 버스 내 반입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정책브리핑과 각 교통수단별 운송약관에 따르면 승객이 차내로 휴대할 수 있는 짐은 물리적인 크기와 무게에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승객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캐리어를 든 여성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캐리어를 든 여성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비행기를 탈 때 엄격한 기내 반입 수하물 규격을 적용하듯 시내버스 등 육상 교통수단 역시 운송사업자 또는 관할 버스운송사업조합의 운송약관을 통해 유사한 제한을 둔다. 운송약관은 여객 운송에 관한 책임 한계와 안전 관리,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계약 규정으로, 탑승하는 승객에게도 법률적 효력이 직접 미친다.

국토교통부가 공식 누리집에 게재한 안내에 따르면 시내버스의 1인당 휴대 가능 수하물은 중량 10~20kg 미만, 크기 50·40·20cm 이하로 정해져 있다. 이는 통상 기내용으로 쓰이는 20인치 이하 규격의 캐리어에 해당하는 크기다. 반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경우 차내에는 세 변의 합이 115cm 이하이거나 총중량이 10kg 미만인 물품만 들고 탈 수 있으며 차량 하부 적재함에는 세 변의 합이 160cm 이하이거나 총중량이 30kg 미만인 짐을 보관할 수 있다.

공항버스는 50·40·20cm 미만이면서 20kg 미만인 수하물을 1인당 최대 2개까지 차내로 반입할 수 있고 28인치나 32인치 크기의 대형 캐리어는 하부 짐칸에 1인당 1개까지만 적재를 허용한다. 기준을 넘어선 대형 화물은 원칙적으로 운송이 거부된다.

국토교통부는 구체적으로 승차 거부나 하차 요구가 가능한 사유로 '승하차 통로를 막아서는 대형 캐리어', '규정 무게를 초과한 중량물', '다른 승객의 이동이나 착석 공간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짐', '주행 중 안전하게 고정할 수 없어 전도 위험이 있는 물품' 등을 꼽았다.

지자체마다 엇갈리는 세부 기준… 혼란 키우는 현장 약관

문제는 대중교통을 규율하는 세부 수치가 지역별, 지자체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경우 1인당 휴대 허용 중량이 20kg 미만이지만 인접한 인천시와 경기도는 절반 수준인 10kg 미만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캐리어를 든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캐리어를 든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특례 조항도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성인용 자전거와 관련한 별도의 특례 규정을 두고 운영 중인 반면 인천시는 20kg 미만 여행용 가방에 한해 공항 방면 노선에서만 출퇴근 혼잡 시간을 피해 실을 수 있도록 한정했다. 경기도의 경우 모든 휴대품의 외관 포장이 안전하고 견고하게 처리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별도로 명시했다.

또한 대다수 운송사업자 약관에는 '휴대품 이외의 물품은 차내 반입을 거절한다'는 문구와 함께 '통로 및 승·하차 문을 막을 염려가 있는 물품', '기타 여객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차량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물품'을 금지 품목으로 적시하고 있다.

짐의 형태에 관한 규정도 도시마다 다르다. 인천시 시내버스 약관은 '여행용 가방'을 명시하고 있으며 부산시 시내버스 약관은 '기내 반입용 20인치 여행 가방'과 함께 '40L 장바구니 카트 규격'이라는 구체적 단위를 기재해 혼선을 줄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약관상 바퀴 달린 물품에 대한 별도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바퀴 달린 장바구니라 하더라도 기본 규격 이내라면 원칙적으로 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반입 기준이 지자체별 버스운송사업조합 약관을 근간으로 삼다 보니 지역적 특성과 노선 여건에 따라 실제 운영 방식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철도도 엄격한 수하물 규정… 위반 시 법적 책임은

지하철과 철도 역시 버스와 마찬가지로 여객운송약관을 통해 탑승객의 휴대품을 세부적으로 관리·제한하고 있다.

캐리어를 든 승객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캐리어를 든 승객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1~8호선 여객운송약관을 살펴보면 길이, 너비, 높이 각 변의 합이 158cm 이상이거나 무게가 32kg을 초과하는 대형 물품은 승차 자체가 금지된다. 장애인용 휠체어, 유아차, 접힌 상태의 접이식 자전거는 제한 없이 휴대할 수 있지만 일반 자전거는 승객 이동이 분산되는 토요일과 법정공휴일에만 휴대 승차가 가능하다. 만약 반입이 금지된 규격 외 물품을 차내로 들여왔다가 적발될 경우 즉시 하차 조치되며 해당 물품 1개당 5000원의 부가금이 부과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여객운송약관도 좌석이나 통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당 2개 이내 물품만을 휴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소지한 물품은 고객 스스로 운반할 수 있어야 하며 객실 사이 전용 짐 보관대나 선반에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다른 승객의 통행에 방해를 주거나 안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대형 자전거류의 차내 반입은 금지된다.

현행 법령상 약관에 어긋나는 짐을 소지한 승객은 운송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상태가 되므로 운전기사나 차내 승무원은 해당 승객에게 하차를 요구할 수 있다. 승객이 하차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차 거부 과정에서 버스 운행을 방해하거나 폭언·소란이 발생할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아울러 버스 운행 중단이나 장시간 지연으로 인한 운송사의 손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

반대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승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운행 도중 중도 하차시키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차내 반입 거부 행위가 적법한 조치였는지, 혹은 부당한 승차 거부에 해당하는지는 현장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물품의 규격, 차내 혼잡도, 다른 승객에게 미치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시비가 가려지게 된다.

"눈대중으로 어떻게 아나"… 현장 기사들에게 쏠린 책임과 부담

항공 수하물 검사처럼 전용 계측 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일상 대중교통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통근이나 장보기에 필수적인 생활용품을 차단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가 승객의 짐을 제한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버스 기사가 승객의 짐을 제한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반입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일차적 책임이 온전히 버스 운전기사 개인에게 전가돼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정류장에서 승객이 들고 타는 짐의 무게나 가로·세로 치수를 일일이 눈대중으로 정확히 판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위해를 가하거나 통행을 방해할 염려'와 같은 추상적인 약관 조항을 근거로 승차를 제지할 경우 승객과의 감정적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승차를 막아섰다가 '정당한 사유 없는 승차 거부'로 판정되면 과태료 등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안전사고를 우려해 승객 편의를 봐주며 무리하게 탑승시켰다가 급정거나 회전 구간에서 짐이 미끄러져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운송종사자로서의 안전 관리 소홀 책임과 사고 처리 부담을 전부 짊어지게 된다.

대중교통 현장에서는 운전기사에게만 떠맡겨진 탑승 거부 판정 부담을 덜기 위해 약관을 한층 더 구체화한 현실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일상적으로 쓰이는 생활 짐에 대해선 차내에 짐을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는 물리적 설비를 갖추는 등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