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서 발견된 '비닐에 싸인 시신'... 사건이 묘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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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해 버렸을 뿐" 진술

서울 구로구 주택가 쓰레기 더미에 비닐로 싼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로 체포된 80대 집주인이 경찰에 “3년간 비어 있던 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자신들이 사람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버린 게 아니라는 취지다. 경찰은 집주인이 시신을 발견하고도 왜 신고하지 않고 내다 버렸는지 조사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주택가 쓰레기 더미에 비닐로 싼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로 체포된 80대 집주인이 경찰에 3년간 비어 있던 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서울 구로구 주택가 쓰레기 더미에 비닐로 싼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로 체포된 80대 집주인이 경찰에 3년간 비어 있던 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MBC가 28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체유기교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80대 집주인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이 발견된 곳은 3년째 세입자 없이 비어 있던 집이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우연히 빈방을 찾았다가 미라화된 시신을 발견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된 시신은 육안으로 볼 때 훼손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가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주변 세입자들의 이목을 의식해 신고하지 않았는지 등 자세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날 60대 남성 A씨와 80대 남성 B씨를 각각 사체유기와 사체유기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22일 구로구 구로동의 한 주택가 쓰레기 배출 장소 인근에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에게 시신을 버리라고 시킨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다. B씨는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 집주인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 국적이다.

시신이 버려진 곳은 주민들이 쓰레기를 모아 내놓는 주택가 골목이었다. 시신은 비닐과 신문지에 싸여 있었다. 이 상태로 닷새 동안 쓰레기 더미 사이에 놓여 있었다. MBC가 공개한 이 골목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남성이 비닐에 싸인 무언가를 들고 골목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닷새 뒤 같은 골목에서는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들이 갑자기 작업을 멈췄다. 잠시 뒤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관들은 쓰레기 더미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쓰레기와 함께 수거될 뻔한 시신은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전날 오전 쓰레기를 수거하던 구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었다. 환경미화원은 이 사실을 구청에 알렸다. 구청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한 목격자는 "형사들도 와 있었는데 여기 차가 두 대 서 있고 집게로 하더라"고 말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6시간여 만인 오후 4시께 구로동에서 A씨와 B씨를 차례로 긴급체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긴급체포한 피의자를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풀어 줘야 한다. 경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시신을 버리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숨진 사람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은 미라화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는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기 어려운 상태였다. 경찰은 고령 남성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확한 성별과 나이는 부검 등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숨진 지 한 달이 넘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닷새 동안 방치되면서 시신은 일부 부패와 건조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맡겨 정확한 신원과 사망 시점,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미라화는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수분이 빠지면서 말라붙는 현상이다. 피부와 조직이 건조해져 굳기 때문에 외상이나 질병의 흔적을 가려내기가 까다롭다. 사인을 밝히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큰 의문은 숨진 사람이 누구이며 어떻게 3년간 세입자가 없던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느냐는 점이다. 경찰은 B씨가 시신을 처음 발견한 시점과 신고 대신 시신을 내다 버리기로 한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 숨진 사람과 A씨, B씨의 관계도 수사 대상이다.

B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형법 제161조는 시체를 유기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시킨 교사범은 형법 제31조에 따라 직접 범행한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받는다. 시신을 직접 옮긴 A씨뿐 아니라 이를 시킨 B씨도 같은 무게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신을 발견하면 경찰에 알리는 게 원칙이다. 형사소송법 제222조는 변사자나 변사가 의심되는 시신이 있으면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도록 하고 있다. 검시를 통해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가려내기 위해서다. 시신을 옮기거나 현장을 바꾸면 사망 경위를 밝힐 단서가 사라질 수 있다.

자신이 관리하는 곳에서 시신을 발견하고도 알리지 않은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은 자기가 관리하는 곳에 시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 공무원에게 바로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변사체가 있는 현장을 바꿔 놓는 행위도 금지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5호와 제4호가 각각 정한 내용이다. 이를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