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9급공무원 합격한 네티즌이 올린 글 "내가 합격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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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막내 공무원이 올린 ‘출근 후기’
쉰 살에 막내가 됐다. 아파트 스터디카페에서 2년 동안 새벽 1시까지 책을 붙들었다. 한 번은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다시 일어서 50세에 9급 공무원이 됐다. 출근 2주째. 서툰 자신을 다독여 주는 선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주사님들이 보신다면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다들 바쁘신데도 여러모로 챙겨 주셔서 버티고 있습니다." 50세에 9급 공무원이 된 남성의 출근기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A씨는 첫 출근 전까지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합격 직후 소식을 전했을 때 축하가 쏟아졌지만 일부 차가운 시선이 있었다고 했다. 나이 많은 신입이 조직에 민폐가 될 것이라거나 선임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A씨는 "발령 전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A씨는 "다행히 좋은 선임분들을 만나 무탈하게 적응하고 있다"며 "질문하면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 주신다. 내가 복이 많은가 보다"라고 했다. 나이가 두 배 차이 나는 동기들과도 금세 가까워졌다. A씨는 "동기들이 귀엽다. 잘 어울려 지낸다"고 했다.
A씨가 스스로 정한 원칙은 하나다. A씨는 "나이와 상관없이 늘 막내라는 마음가짐으로 느리더라도 성실히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까다로운 민원인을 상대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A씨는 "진상 민원인도 주민이고 속상하니까 그러시는가 보다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합격은 쉽지 않았다. 그의 직렬은 지방직 일반행정. A씨는 오전 9시까지 스터디카페에 들어가 오후 5시까지 행정법과 행정학을 공부했다. 이어 새벽 1시까지 국어, 영어, 한국사를 붙들었다. 일요일에만 쉬면서 밀린 잠을 채웠다. 첫해에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듬해 다시 도전해 합격했다. A씨는 "젊었을 때보다는 확실히 습득 속도가 느리다"면서도 "나이 먹고 공부하니까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공직을 택한 이유는 소박했다. A씨는 “50세가 되니 사실상 재취업이 어렵더라”며 "돈을 보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휴일에 쉴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내라고 했다. A씨는 "늦은 나이에 공무원을 고민하는 분들께 급여 대비 복지가 참 좋으니 용기를 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관련 경력이 있으면 호봉도 인정된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한 누리꾼은 “47세인 아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안 된다는 잔소리만 했다”며 “50세에 합격한 걸 보니 아내를 열심히 응원해야겠다”고 했다. A씨는 "아내분도 꼭 합격하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44세에 지방 행정 9급으로 임용돼 12년째 일하고 있다는 누리꾼은 "잘 적응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길 바란다"고 했다. 45세에 이직했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동기들이 29~32세인데 다들 형, 형 하면서 잘 도와준다"며 힘을 보탰다.
청년의 자리를 차지한 것 아니냐는 말에는 차분히 답했다. A씨는 "공개경쟁채용 시험은 오로지 점수와 실력으로 합격자를 가린다"며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통과해 들어간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이 많은 후임이 들어오면 껄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 같은 늦깎이 공무원은 드물지 않다. 공무원 공채 응시 연령 상한이 2009년 폐지돼서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6월 발표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최종합격자 3718명 가운데 40대는 208명으로 5.6%였다. 50세 이상도 31명으로 0.8%를 차지했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29.7세다.
지방직에서도 중년 합격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상북도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올해 지방공무원 최종합격자 1698명 가운데 40~49세는 131명으로 7.7%였다. 50세 이상은 23명으로 1.4%다. 최고령 합격자는 포항시 사회복지 9급에 응시한 58세 여성이었다.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재직 기간이 2016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 것도 늦깎이 공무원의 문턱을 낮췄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군 복무 기간도 연금 재직 기간에 합산된다고 한다"고 답했다.
A씨 꿈은 거창하지 않다. A씨는 "승진은 아직 생각할 짬이 아니다"라며 "승진보다는 정년퇴직이 목표"라고 했다. 정년까지 힘내라는 응원에는 "정년 다음 날 보배드림에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